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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CD 금리담합 후폭풍…초강경 민·형사 제재 예상
은행 CD 금리담합 후폭풍…초강경 민·형사 제재 예상
  • 日刊 NTN
  • 승인 2016.02.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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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조작' 사실 입증되면 '리보 사태'처럼 형사처벌 중형 전망
불완전경쟁 시장에서의 '의사 합치'가 '담합'인지·고의성 여부 등 쟁점

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잠정 결론을 내림에 따라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금융소비자 단체가 은행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내겠다고 나섰다. 공정위는 과징금 등 제재뿐 아니라 형사 고발까지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들이 금리를 담합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관련자들은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사건에 주요 시중은행 6곳이 연루됐으며 이들이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CD금리 '조작'이 있었다면 피해를 본 소비자가 수십만·수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 이들이 대거 민사소송에 나설 경우 배상액 규모도 막대할 전망이다.

국내 초유의 사건이어서 비교할 수 있는 전례가 없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영국에서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를 조작했다가 민형사 소송을 당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 벌어질 파장의 크기를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 영국 '리보 사태' 어땠나
리보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은행에서 은행 간 단기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차입금리를 보고받아 최고, 최저 금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평균해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CD 금리처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금리, 학자금 융자 등 대출 금리 전반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2012년 영국 금융당국 조사 결과 바클레이즈 은행이 2005~2009년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제출한 사실이 들통났다.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등 금융당국이 씨티그룹,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 글로벌은행들에 대한 공조 조사를 벌여 이들의 리보 조작 의혹을 사실로 밝혀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 금융당국에 벌금으로 총 15억 달러(약 1조6천100억원)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은행은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에 총 6억1천200만 달러(약 6천600억원)를, 독일 도이체방크도 영국 금융당국에 25억달러(약 2조7천억원)를 냈다. 이 사건으로 은행들이 낸 벌금은 총 1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씨티은행과 UBS의 엔화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근무하며 주요 금융기관 동료들과 담합해 리보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톰 헤이스(35)는 영국 런던 법원에서 징역 1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리보 금리 조작으로 UBS 등 16개 대형 은행들이 혜택을 보는 사이 미국의 중소규모 은행 38개가 피해를 봤고 이 중 10개가 파산해 FDIC가 인수하게 됐다며 16개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 CD금리 '조작' 입증되면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여러 죄 적용
법조계는 시중은행들의 CD금리 담합을 리보 사태와 마찬가지로 '금리 조작'으로 본다. 이전에 있었던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담합 등 일반적인 대기업 담합 사건과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대표변호사는 "담합은 경쟁회사들끼리 경쟁을 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고, 조작은 왜곡된 가격을 내고자 하는 것"이라며 "CD금리 사건은 은행들이 자사에 유리한 금리 수준을 만들려고 조작을 한 측면이 있다. 이를 통해 파생상품 등에서 이득을 얻었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담합 사건은 공정거래 질서를 해친다는 점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당 법인들이 주로 기소돼 벌금형을 부과받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임원들이 담합 주도 혐의로 기소돼도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그쳤고 실형은 드물게 선고됐다.

반면 이번 금리 조작 사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시장과 소비자를 속였다는 사기죄가 적용되면 형량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영국 리보 사태 조작으로 기소된 은행 트레이더들은 모두 각국의 금융 관련법 위반에 더해 사기 혐의가 적용돼 모두 유죄로 판결됐다.

◇ "조작 입증 어려울 것" 회의적인 시각도
결국 CD금리 담합 사건의 법적 제재는 은행들의 담합·조작 사실과 그 과정에서 고의성이 얼마나 입증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영국 리보 사태와 달리 금융당국이 직접 은행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인 공정위 조사로 불거진 것이어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 조사에 3년7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조사 과정이 그만큼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도 있다. 금리는 정하는 과정에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어느 정도 개입됐다는 점도 은행들의 방어막이 될 수 있다.

CD 금리를 결정하는 시장의 구조상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일부에서 제시된다. 공정위가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D금리는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금리를 전날에 비해 어떻게 거래할지 정하는 형태다. 따라서 원래 시장의 성격상 참가자는 제한돼 있고 담합 가능성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결국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즉 참가자가 제한된 불완전 경쟁 구조에서 이뤄진 의사의 합치까지 담합이라는 법의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느냐, 적용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가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CD 금리 담합 논란이 이어지자 2012년 12월 CD 금리를 대체할 코픽스(COFIX·자본조달 비용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도입, 제도를 개선했다. CD 금리는 코픽스가 도입되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을 할 때 적용하는 기준금리로 사용됐다.

은행들은 벌써 담합 사실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내는 것도 향후 수순으로 보인다. 이 소송에서 법원이 담합이나 조작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린다면 민·형사상 제재는 더이상 불가능하다.

앞서 공정위는 2011년 생명보험사들이 개인보험상품 적립금의 이자율을 담합해온 사실을 적발해 12개사에 3천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생보사들이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패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연맹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기각됐다.

게다가 이번 CD금리 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 기간에 한 차례 제기된 민사소송도 이미 기각됐다.

2012년 8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 3명은 은행들의 담합으로 CD 금리가 계속 높게 유지돼 손해를 봤다며 은행을 상대로 1인당 7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은행들이 담합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대출자들이 항소하지 않아 2014년 2월 이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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