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57 (목)
[국세칼럼] 가부장 사회의 애환
[국세칼럼] 가부장 사회의 애환
  • 日刊 NTN
  • 승인 2016.02.2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재스민이 그리도 강한 향기를 발산하는 식물인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이파리조차 고사리 손같이 앙증스러운 재스민의 매력에 빠졌다. 이 엄동설한에 꽃을 피워 온 집안이 가득 강렬한 향기의 바다다.

 한파 속에서도 재스민은 꽃을 피우는데 신문을 펼치면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드는 기사들이 아침마다 펼쳐지곤 한다. 요즈음은 부모의 학대로 아이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야만 한 기사들이 늘고 있다. 과연 ‘꽃보다 사람’이라 할 수 있는지 싶다.
 
 가정 내 비극의 뒤 안을 보면 대부분 잘못된 ‘가부장’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가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되’ 대신 폭력도 무방하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가부장의 권위와 힘은 유교적인 문화 안에서 더욱 힘을 발하는데 가부장적 문화는 진화하면서 이젠 직장과 조직에까지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서열문화로 자리잡지 않았나 싶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가부장적 문화가 행정부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으로 크게 성장한 영화산업의 배경에는 예전엔 서슬 퍼렇던 가부장적 검열이라는 사슬이 없어졌기 때문이란 걸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국세청 가장 빨리 ‘서비스’ 개념 도입

 영화계의 거목 김수용 감독이나 천재 영화인 이만희 감독 등의 검열 수난사 증언을 접하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영화제작지침’은 물론 중앙정보부, 내무부, 문화공보부의 삼각 검열을 모두 통과하다 보면 제목은 물론이고 비극을 희극으로 결말조차 검열이 바꾸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정부는 진정 가부장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징세기관은 가부장 문화와 거리가 먼 것일까? 적어도 70~80년대까지는 외견상 가부장적이었다고 할 만한 측면이 많았다. 당시 각종 신고 때마다 ‘납세지도’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썼다. 세무서에는 ‘지도계’라는 조직이 있을 정도였다.

 그랬다. 납세자는 ‘지도’대상이던 때였다. 물론 세무행정만이 유독 그런 건 아니었다. 명동에서는 여대생들의 드러난 무릎을 자로 재고, 신촌에서는 더벅머리 대학생들이 ‘바리깡’ 세례를 받던 때이기도 하였다.

 정부가 시민을 사랑하사 치마 길이와 머리 길이까지 정해주던 시절이고 세금은 지도하여야 하고, 영화는 지침대로 ‘명랑’하여야 하던 시절이니 가부장적인 행정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정부의 눈에는 시민들이 미숙하기만 하여 규제하고 지도하여야만 했다.

 그래도 국세행정은 행정부치곤 가장 빨리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부처이기도 하였다. 70년대 말에 이미 세무공무원들은 가슴에 ‘스마일’ 배지를 달고 일했다. ‘세금장이’는 납세자에게 친절로 보답하여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듯 아우 세정은 진작 유연한 생각을 가진 데 비하여 현 세제는 아직도 고답창연하다. 현실을 모르는 과태료 폭탄, 비대칭적인 가산세와 가산금, 너무도 짧은 각종 기한 설정 등 적지 않은 징벌적 세제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과도한 징벌조항 愛民자세로 손질을”

 세금의 무게에 눌려 기업이 문을 닫기도 한다. 이혼도 당한다. 이런 경우 과연 누가 책임지는가? 해마다 법원, 조세심판원, 국세청에서 과세가 부당하다는 결정들이 수천 건씩 나오고 있는데.

 축구장이 한편으로 기울어 있으면 경기는 하나 마나 불공정하다. 불성실한 납세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다면 잘못 과세한 정부 쪽도 누군가는 그만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하루 전에도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눈물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는 세무조사로 회사 문을 닫아야 했고, 전 직원이 일터를 잃었다. 사장은 이혼남이 되었고 허름한 잠바를 입고 초췌하게 나타났다.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있는 기업이 세무조사로 쓰러졌는데 행정소송 제1심에 이르기까지 당초 과세된 금액의 80%를 결정취소하라는 단계에 왔지만 이미 사무실은 사라졌고, 집은 경매되었으며, 남은 건 신용불량자 딱지와 체납 독촉장뿐이었다. 환급은 여전히 몇 년을 더 싸워보아야 알 일이다.

 그의 마지막 질문은 “과도한 부과처분으로 납세자가 파산하고 이혼을 당할 때 과세당국이나 담당 공무원은 과연 어떤 제재나 징벌을 받는가”였다. 현답은? ‘자신은 자신이 지켜라’인가? 새해에는 과도한 징벌 조항을 애민(愛民) 자세로 손보았으면 한다. 세금이란 공무원들에게는 계산기를 두들기면 떠오르는 숫자에 불과하겠지만, 납세자들에게는 인생이 걸려있으니 사연도 많고 애환도 많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