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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허용해도 사회 안 달라져…긍정적 효과 크다"
"동성결혼 허용해도 사회 안 달라져…긍정적 효과 크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3.1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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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 리 배지트 내한강연
 "동성결혼을 허용한다고 이성 커플의 결혼이 줄어들거나 사회문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민음사에서 펴낸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의 저자인 리 배지트(Lee Badgett)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애머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오후 성 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제학자로서 동성 커플의 경제 불평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배지트 교수는 이 책에서 인류의 가장 오랜 제도인 '결혼'이 동성애자들에게 개방된다고 해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결혼율·출산율 감소, 이혼율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신의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미국과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먼저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의 인구 사회학적 통계 결과를 제시하며 자신의 논거를 펼쳤다.

특히 동성 커플에게 결혼할 권리를 허용한 국가에서 아무런 사회적인 폐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의 결혼율과 이혼율을 동성 커플 등록이 가능해지기 전후로 비교해보면 오히려 결혼율은 증가하고 이혼율은 감소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80년대 초 결혼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던 덴마크는 파트너십 등록제를 시행하기 시작한 1989년을 기점으로 결혼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혼외 출생률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지트 교수는 '누군가 혜택을 보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 '파레토 개선'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동성 결혼을 옹호했다.

그는 "동성 커플이 결혼하면서 출산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결혼의 가치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지만 이는 이성 커플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이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결혼을 하는 목적 중에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또 최근 조사를 보면 미국 동성 커플의 절반이 아이를 가졌거나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성 기혼부부의 출산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동성 커플이 새로운 양육 계층으로 떠오른다고 배지트 교수는 말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동성 결혼 허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도 많다고 강조했다.

결혼은 특히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의료보험 가입, 가족 수용 등의 문제와 관련해 동성 커플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하며, 결혼하지 않은 성적소수자도 자신이 사회에 포용되고 대우받는다고 느낌을 갖게 됨으로써 단순히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배지트 교수는 역설했다.

단순하게 결혼이 늘어나는 자체만으로 지역 사회,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간 결혼식 비용으로 수십억달러가 지출된다. 또 동성 부부는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로 소비가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동성 커플이 결혼 대신 이에 상응하는 다른 사회적 제도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에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동성커플이나 이성커플이나 결혼을 꿈꾸는 이유는 같다"며 "결혼이 허용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동성애자 역시 사랑의 표현이자 약속으로서 결혼을 꿈꾸고 주위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증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지트 교수는 이어 "그간 다른 대안적인 제도가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결혼을 대체할 만큼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혼인은 감정적, 사회적 가치가 더 부여된다. 따라서 대안은 결국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출간된 책은 배지트 교수의 동성 결혼 허용이 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해외 사례와 통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동성애자인 배지트 교수의 이번 방한 일정에는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실버도 동행했다. 실버 여사는 특강 내내 앞자리에 앉아 배지트 교수의 강연을 경청했다.

국내 1호 동성 부부로, 이날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김조광수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예외 사례다.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우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우리가 가이드로 삼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45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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