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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많은 의사에게 '웃돈'…인센티브제 부작용 크다
환자 많은 의사에게 '웃돈'…인센티브제 부작용 크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3.1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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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던 과잉진료·신뢰추락 요인…학계서 공식 문제 제기
"부작용 최소화할 안전장치 마련하고 근본 개선책 논의해야"

특정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환자에게 값싼 검사법을 먼저 제시하는 의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값비싼 정밀검사를 처음부터 권하는 의사.

빠른 판단력과 직관을 앞세워 하루에 환자를 200명 이상 진찰하는 의사와 환자 한 명마다 진찰에 공을 들이느라 온종일 돌보는 환자 수는 적은 의사.

누가 더 '훌륭한' 의사일까,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누가 '인센티브'를 더 많을까?
병·의원의 수익 증대를 위한 의사 인센티브 제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이 출간돼 학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단국대의대 박석건(핵의학교실)·정유석(가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국내 의료계에서 시행 중인 금전적 인센티브 제도의 윤리적 쟁점들'에서 "인센티브 제도가 의사가 과잉진료를 하도록 유인하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뛰어난 성과를 낸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다양한 업종에 도입돼 있다.

직원들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등 인센티브의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최상위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 대형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

특히 대형 병원 의사의 추가 수익 통로였던 선택진료 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최근에는 의사들 사이에서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논문 저자들의 주장이다.

의료서비스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병·의원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의사가 인센티브를 많이 받으려 진료 환자 수만 늘리거나 수익이 많이 남는 검사·치료만 권한다면 환자가 받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인센티브 제도는 의사가 양심과 전문지식이 아니라 '금전적 동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다. 수익이 많이 남지 않는 진료 영역은 약화하고 돈이 벌리는 진료과목만 성행하게 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신기술보다 병원수익이 높은 새 기술만 도입되게 할 위험도 있다.

저자들은 병원의 생존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 자체의 긍정적인 효과는 인정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과잉진료를 방지하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병원 수익이 아니라 의료의 질 향상을 이끄는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사의 전문성을 해치지 않고 동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센티브가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사 입장에서 선택진료 제도는 의사들의 수익을 높여주는 제도에서 병원이 수익을 독점하는 제도로 변질했다"며 "인센티브 제도 역시 결국 병원 경영자만 수익을 챙겨가는 제도로 퇴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도 인센티브 제도는 의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전체 의료의 질을 낮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인 저수가 기조가 개혁되어야 환자와 의료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논문 저자인 정유석 교수는 "그동안 현장에서 실제로 겪어온 일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는데 학계에서 정식으로 논의를 해보지는 의도에서 논문으로 출간했다"며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후배들로부터 인센티브 제도 운용에 대한 사례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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