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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두메산골 화천에 찾아온 봄
[여행스케치]두메산골 화천에 찾아온 봄
  • 일간NTN
  • 승인 2016.03.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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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파로호

봄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원도 두메산골 화천에도 봄이 찾아왔다. 분단과 한국전쟁, 냉전의 아픈 추억이 곳곳에 서려 있는 고장이다. 그러나 이 고장이 간직한 수려한 자연과 후덕한 인심은 그런 딱딱한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한 고장, 화천으로 봄맞이 여행을 떠난다.

○ 아홉 가지 절경에 취하다

수도권에서 화천으로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서울에서 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을 거쳐 광덕고개(316번 지방도)를 넘어간다. 이 길은 화천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광덕고개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상에 있다. 사창리까지 이어지는 굽이길(10km)은 곳곳이 쉼터다. 새싹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미는 숲과 옥녀탕이 있고 작은 폭포와 소를 여럿 두고 있어 볼거리가 쏠쏠하다. 광덕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계곡은 북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내천의 상류지역으로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다. 그 밑으로는 기기묘묘한 절벽과 암반의 조화가 빼어난 변암계곡이 이어진다.

▲ 광덕계곡의 옥녀탕

광덕계곡에서 붕어섬이 있는 화천강 쪽으로 간다. 그 중간쯤에서 만난 곡운구곡(谷雲九曲)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곡인 방화계부터 9곡인 첩석대까지 눈을 떼기 싫을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거니와 계곡을 굽어보고 서 있는 두 개의 정자(청은대와 열운대)와 농수정사지는 이곳의 풍치를 한층 살려준다.

청은대는 김시습이 제3곡 신녀협의 풍치를 굽어보고 삼미(三味)에 빠질만한 곳이라 하여 그의 법호인 ‘벽산청은’을 따서 지은 이름이고 농수정사지는 숙종 1년(1675년) 김수증이 성천부사로 있던 중 동생 김수항이 송시열과 함께 유배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이곳으로 들어가 농수정과 가묘를 세우고 산 곳이다. 농수정사지 뒷산(청람산)에 오르면 발 아래로 곡운구곡의 장관이 펼쳐진다. 곡운구곡 주위에는 촛대바위를 비롯해 멱골계곡, 삼일계곡, 화악산 등 고산준봉들이 겹겹이 둘러서 있다.

 ○ 언제나 푸른 화천강

곡운구곡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화천강과 파로호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화천읍을 끼고 도는 화천강은 철따라 선경을 연출한다. 이즈음 아침에는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질녘이면 노을이 환상적이다. 화천강 한가운데 떠 있는 붕어섬은 춘천댐 건설로 만들어진 섬으로 각종 체육시설과 수변산책로, 잔디축구장, 족구장, 테니스장, 발지압장 등을 갖추고 있다.

▲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꺼먹다리

화천강의 푸른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미륵바위, 구만교, 꺼먹다리, 딴산폭포, 화천댐이 차례로 나타난다. 화천강에 길게 가로놓여 있는 구만교와 꺼먹다리(등록문화재 110호)는 파란 많은 우리 근세사를 더듬어보게 해준다.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휴전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의 산 증거물이다. 해방 전에는 일제가 기초를 놓고, 한국전쟁 때 소련과 북한이 교각을 놓았으며, 휴전이 되자 화천군이 상판을 놓아 완성했다. 나무로 만든 상판에 검은색의 타르를 칠한 꺼먹다리는 영화 <전우>와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의 무대가 됐던 곳이다. 꺼먹다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딴산은 물가의 벼랑이다. 바위 벼랑의 폭포와 시원스레 흘러가는 계곡물이 그림 같은 풍치를 자아내는 곳이다. 딴산 폭포 물길 건너편에는 민물고기생태관도 있다. 산천어를 비롯해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전시돼 있다.

▲ 딴산폭포

 ○ 파로호를 따라가면서 보라

여기서 길은 구만교를 건너 파로호로 이어진다. 파로호는 1944년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구만리고개에서 바라본 파로호는 나무숲에 가려 가물가물하다. 좌측으로 6․25전쟁 참전 용사의 넋을 기리는 자유수호의 탑이 보인다. 파로호는 6․25 전쟁 당시 대승을 거뒀던 곳으로, 중공군 6만2000여 명이 유엔군의 진격에 밀려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생포되었다고 한다.

▲ 파로호 선착장

파로호(破虜湖: 깨뜨릴 파, 오랑캐 로)는 그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직접 붙인 이름이다. 인근에 있는 파로호안보전시관에 들르면 파로호의 현황과 시대상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역사관 옆 언덕에 서 있는 전망대는 파로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 하늘과 산과 물이 빚어내는 조화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 파로호 옆으로 봉긋 솟은 용화산은 가벼운 산행지로 제격이다. 산 정상 밑 1㎞ 지점까지 포장도로가 깔려 있고 주차장도 갖추어져 있다. 정상에 서면 파로호와 춘천호가 손에 잡힐 듯하고 저 멀리 춘천시내까지 보인다. 또한 파로호를 발아래 두고 추곡령으로 이어지는 461번 지방도는 낭만 드라이브를 약속한다. 아울러 파로호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보길 권한다. 파로호안보전시관 앞 선착장에서 1일 1회 출발한다.

 ○ 때 묻지 않은 오지 마을

파로호에 왔다면 비수구미(秘水九美) 마을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이름 그대로 ‘아홉 개의 구비를 돌면서 소(沼) 와 물이 함께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한다’는 오지 중의 오지다. 주민이 서너 가구에 스무 명 남짓 사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 비수구미마을의 평화로운 풍경

이런 벽지이지만 근래 들어 여기저기 집이 들어서고 있다.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화천댐이 건설되고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생긴 이 마을은 한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양조장도 있었고, 학교도 몇 개나 있었다. 그러다가 댐이 세워지고 뭍이 물에 잠기자 밭을 일구던 일부 화전민만 빼놓고 나머지 사람들은 삶터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약초와 산나물은 그네들의 생계수단이고 여름, 가을철에는 민박이 효자 노릇을 한다. 마을 앞 호수는 천혜의 낚시터. 꺽지, 붕어, 쏘가리, 향어, 피라미, 모래무지 등이 주로 잡힌다. 낚시를 하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평화의 댐이 들어서고 마을 위로 도로가 나면서 이제 마을은 옛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집집마다 나룻배는 기본이고 자가용과 경운기도 보인다. 비수구미마을은 걸어서도 갈 수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터널인 해산터널(1천9백86m)을 지나면서 오른편으로 산길이 나오는데 비수구미 마을까지 이어진다. 해산터널에서 비수구미 마을까지는 6.2㎞ 거리에 2시간 정도 걸린다. 트래킹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일행과 함께 걷다 보면 어느 새 마을에 당도한다. 일단 비수구미 마을에 들어가면 민박을 해야 한다. 당일 코스도 가능하지만 시간에 쫓겨 오지의 참 멋을 느낄 수 없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1급수를 자랑한다.

 ○ 사연 많은 거대한 댐

다음 코스는 파로호에 물길을 대는, 평화의 댐이다. 비수구미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다. 북한의 임남댐(금강산댐) 건설 계획에 따라 만들기 시작한 평화의 댐은 2단계 공사를 끝냄으로써 댐다운 면모를 갖추었다. 댐 옆에 있는 비목공원은 무명용사가 숨진 현장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의 넋이 곳곳에 서려 있다. 문득 먼저 가신 젊은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가곡 ‘비목’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평화의 댐은 그렇게 안보교육의 현장으로 우리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 전사자들이 잠든 비목공원

 ○ 도농(都農) 교류의 장

화천에 왔다면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그린 투어에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 화천읍에서 가까운 신대리 토고미 마을은 도농 교류를 실천하고 있는 우리네 고향 같은 곳으로 마을 주민들은 도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4개의 마을로 구성된 토고미마을(http://togomi.invil.org)은 농사일에 품을 팔면 꼭 쌀로 품삯을 받았다 하여 토고미(土雇米)라 불린다. 이 마을에서 생산한 오리쌀은 친환경농법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으며 폐교를 활용한 토고미자연학교에서는 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펜션에서 묵으며 무공해 식사도 할 수 있고 오리쌀을 비롯해 각종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여행팁(지역번호 033)

♦가는 길

자가운전: 서울-47번국도-광릉내-포천 일동(316번 지방도)-포천 이동-광덕계곡-화천(2시간 30분소요).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나들목으로 나와 소양2교를 지나 102보충대를 거쳐 40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거나 남춘천나들목으로 나와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기차편: 청량리역에서 남춘천까지 간 뒤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천행 버스를 타면 된다.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과 상봉터미널에서 화천행 버스 운행. 화천읍에서 460번 지방도로(7.5km)-구만교-461번 지방도로(2.5km)-딴산폭포(풍산마을). 비수구미마을은 화천읍에서 파로호를 따라 자우리-너다리골-법성골 방면으로 간다. 화천읍에서 신대리(토고미마을)까지 시내버스 운행. 1시간 간격, 50분소요.

◆숙박=화천읍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아쿠아틱리조트(441-3880 화천군 하남면)도 추천할 만하다.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하는 화천열차펜션(441-8877)은 새마을호 열차의 객차 10량을 21개의 객실로 꾸몄다. 화천읍 대이리에 있는 대붕펜션(442-4184)은 식당과 펜션을 겸하고 있어 인기다.

◆맛집=호수가 많은 화천은 어죽탕이 별미다. 잉어, 누치, 참마자 등 북한강에서 잡은 잡어들을 각종 야채를 넣고 푹 끓인 어죽탕은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파로호 선착장 앞에 어죽탕과 산천어회, 송어회, 향어회를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파로호횟집(442-3123), 산장횟집(442-4343) 등 .

(글=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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