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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정든 공직 떠나는 김기복 송파세무서장
40년 정든 공직 떠나는 김기복 송파세무서장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6.04.0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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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조사통’ 존경받는 청렴 표상의 공무원으로 각인
 

- 국세공무원으로서 영광스런 지난 3월31일 명예퇴임식을 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1977년 2월 25일에 9급 공채로 국세공무원에 입문했고, 현재까지 39년 1개월이 넘었으니 거의 40년 국세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9급 출신 서장들은 저처럼 근무한 경우가 많은데, 금년에 퇴임하는 58년생 일선 서장들은 9급 출신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8급 특채로 국세청에 들어온 세무대 출신 일선 서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국세공무원에 입문해 정신없이 일했는데 벌써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곧 국세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운이 좋기도 했고, 윗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국세청 내에서도 좋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좋은 울타리가 돼준 국세청 선후배 동료들에게 고마움의 빚을 지고 떠납니다.
 
-당초 6월말에 명예퇴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개월 앞당겨서 갑작스럽게 퇴임을 하시게 된 배경은…
 ▲저는 올해 연말까지가 명예퇴직 시한입니다. 하지만 관서장들은 인사이동 주기가 1년이기 때문에 지난해 6월 30일에 부임한 저는 올해 6월말까지 근무하고 명예퇴직을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해뒀습니다. 그러나 올해 명예퇴직을 하는 서장이 작년의 2분의 1 수준으로 숫자가 적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몇 개월 더 있는 것 보다는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지금 물러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또한 저를 필요로 하는 제2의 직장에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자리가 빨리 나서 마침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에 일찍 용퇴하는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국세공무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근무했던 분야는 어디인지,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저는 법인세제 분야가 주 전공이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과 4국에서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사2국 쪽에서 오래 근무했었는데 당시 제가 6급 직원이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동서울터미널 근처에 있는 사채업자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장부 예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예치조사는 기업의 대표가 승낙을 해야 장부를 가지고 와서 조사할 수 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계속 시간을 끌다가 4시가 돼서야 겨우 대표의 사인을 받고 장부를 박스에 싸서 들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때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직원이 박스 하나를 들고 도망을 갔습니다. 마치 사무실 직원들이 미리 다 동선을 짜놓고 준비했었던 것처럼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엘리베이터를 통해 박스를 1층으로 나르고 대기해놓은 승합차에 싣고 급하게 떠났습니다. 이 때 저는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차를 막았으나 차를 멈출 생각을 않고 몰고 가려 했습니다. 이때 저는 무의식적으로 반쯤 열린 창문에 매달려서 직원에게 “이것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차를 세우라”고 했지만 그 친구는 저더러 내리라고 하면서 300m를 더 질주해서 갔습니다. 그 때 다른 차량들이 옆으로 지나가는 등 위험천만한 일을 겪다가 결국 차를 멈추게 하지 못하고 내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사채업자 사무실 직원 중 한 사람이 조사2국 사무실로 그 회사의 서류 창고에 대한 위치를 제보했고, 건물 옥탑에 서류박스가 가득 찬 창고를 발견하고 서류를 압수해서 세무조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우리가 회사의 허가 없이 서류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워 사후 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후 영장을 받아낸 사례는 아마도 당시 우리팀이 최초였고, 이후에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총리실에 파견을 나가서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정작업을 맡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보통 1년 정도 근무했던 것과 달리 저는 3년을 근무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거기서 2년 6개월 동안 있다가 국세청으로 복귀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후 이때의 경험을 인정받아 국세청에서 감사관실 계장과 서울청 감사관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송파세무서의 수장으로서 세무서를 이끌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송파세무서에서 짧게나마 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느낀 점은 직원들이 참 순박하고 차분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을 제대로 느꼈던 일화가 있습니다. 세무서장으로 부임한 후 직원들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 세무서에서 좀 떨어진 석촌호수 옆에 있던 식당에서 각 과별로 따로 저녁 겸 회식자리를 마련했습니다. 7개 과 중에서 6개 과를 이 장소에서 회식을 했기 때문에 주인이 기억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시간이 흘러서 올해 2월에 송파구청 관계자들과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가 있었는데 이 때 이 식당 주인이 우리 세무서 직원들이 술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지는 모습도 없었고, 직원들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한 모습이었다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습니다. 사실 이 식당과 구청이 더 가까워서 구청 직원들을 자주 보고, 세무서에서는 좀 거리가 멀어서 우리 직원들은 자주 볼 수 없었을 텐데도 오히려 구청직원들에게 우리 세무서 직원들을 더욱 칭찬할 정도였으니 송파세무서 직원들의 성품이 좋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이런 점은 지난번 국세청 개청 50주년 때 우리 세무서 직원들과 함께 남한산성에 오르는 단합대회에서도 잘 나타났습니다. 당시 116여명의 직원이 참가해 한사람도 낙오한 사람이 없었는데 이 때 산을 잘 타는 직원들이 산을 잘 못타는 여직원들이나 몸이 불편한 직원들을 배려해주면서 함께 산행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런 성품은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 세무서는 다둥이 엄마 직원들이 다섯명 정도 있는데 자녀를 3명 이상 키우면서 일하기 어려울 텐데도 성실하게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담당하고 있어 자주 격려도 하고 같은 조건이면 근무평가 등에서 우대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을 떠나면서 앞으로의 포부와 가족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퇴직을 해서 국세청을 떠나게 되지만 저는 영원한 국세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무사 개업 등 제2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일단은 새로운 직장에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계획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또한 가족들과는 국세공무원으로서 바쁜 생활을 하는 중에도 자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왔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그것들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특히 아내와는 등산을 하거나 5일장 등을 자주 방문하곤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시간들을 계속 가지려고 합니다. 퇴직 후에 바로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멀리 해외여행을 가거나 그러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좋은 곳들을 가족들과 짬을 내서 자주 다녀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후배들의 근무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등 분위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세공무원이라는 데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합니다. 국세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일을 맡은, 대한민국의 1백만 명 공무원의 2% 밖에 되지 않는 자랑스러운 국세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삶을 검소하게 소박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누구라도 검소하지 못하면 유혹에 쉽게 무너지고, 유혹에 한 번 무너지면 본인이 공직을 떠나야 됨은 물론, 가족에게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후배들은 국세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정신적으로는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물질적으로는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가 송파세무서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국세공무원 생활의 마지막을 아무 탈없이 마치고 퇴임할 수 있는 것은 임환수 청장님과 김봉래 차장님, 여러 국장님 등 간부님들을 비롯해 국세청 선배님들 등 전 국세가족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족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주요 프로필|
▲1958년생 ▲경북 경주 출신 ▲경주 문화고 ▲방송통신대학교 졸업 ▲1977년 9급 공채로 국세공무원 입문 ▲경주세무서 총무과 ▲부천세무서 법인세과 ▲중부지방국세청 법인세과 ▲국세청 법인세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2·4국 ▲국무총리실 파견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 감찰계장 ▲북대구세무서장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 ▲송파세무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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