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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솔로몬의 선택
[칼럼]솔로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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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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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두혁 (NTN 취재국장)
지난 15일 오전,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비가 한 차례 뿌리더니 길가의 나뭇잎이 사정없이 떨어져 흩날리는 모습이 참으로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바로 이날 국세청에는 126명의 사무관 승진자가 발표돼 벼슬에 오른 이들은 그 기쁨을 주체하기 힘들만큼 정신없이 지냈는데 비해 좌절의 쓴 잔을 들이킨 이들은 정말로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 신세처럼 처량하기 그지없이 보인다.

그 중에서 수도권지역 U세무서에 같이 근무하는 ▲K모 주무(54년생)와 ▲P모 주무(64년생)의 경우 최고참인 K모 주무는 탈락하고, 젊은 층에 속하는 P모 주무는 이른바 발탁인사라는 명목으로 특별승진하는 등 그야말로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려 주위에서 조차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前者인 K모 주무는 지난 74년 9급으로 재정역군이 된 이래 93년 3월, 6급으로 승진한 뒤 지방청 인사계 · 재산세국토초세 업무담당 · 일선세무서 납세자보호관실 등을 전전긍긍 한 끝에 여기까지와 이번에는 100% 사무관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는 6급 경력 13년차로서 아마 전국에서도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도 못미더워 나이가 지긋해 손가락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아랑곳없이 근평에 0.25점을 보태기 위해 컴퓨터 앞에 매달려 2급 워드프로세서자격증을 따 내는 등 젖 먹던 힘까지 쏟았으나 그만 최종명단에 이름이 빠지고 말았다.

젖 먹던 힘까지 보탰으나 아쉽게 탈락

반면 後者인 P모 주무의 경우 85년 세무대(3기)를 나온 엘리트로 2000년 2월, 6급에 올라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주위에서 “똑똑한 친구”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성실한 자세와 투철한 공직자의 사명을 바탕으로 업무에 임해 특별승진하는 영광을 누린 장래가 촉망되는 직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서로 사무관으로 승진하는데 있어 모자람이 없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하기란 잔인한 짓인지도 모른다.

아마 이 곳 지방청의 인사권자인 K모 청장도 이들에 대한 선택을 놓고 밤새워 고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승진시켜 줄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나아가 이 두 사람의 경우 같은 세무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제 아무리 솔로몬 왕의 지혜를 빌리더라도 별로 뾰족한 수가 있을리 만무하니까 말이다.

운명의 교향곡이 이처럼 극명하게 마주치다니 소설 속에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 U세무서 직원들 조차 겸연쩍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솔로몬도 어쩔 수 없는 난감한 상황 발생

이런 것을 두고 남들은 쉬운 말로 관운(官運)이라고 하는데 만약 이곳에서 특별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해당 지방청 인사관계자의 말처럼 K모 주무가 승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비록 이번에는 또 다시 좌절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특별승진한 P모 주무에게 진정으로 축하인사를 건네는 것 또한 승진 못지않은 멋진 일일게다.

지난간 일이지만 정말로 솔로몬 왕이 살아있었다면 아마 나이 많은 K모 주무자의 손을 들어주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특별승진한 P모 주무는 자신의 최고인사권자와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지만 P모 주무의 됨됨이를 아는 이곳 S모 세무서장을 비롯 간부들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라며 주위에 나도는 헛소문을 일축했다.

그렇지만 세상일이 원래 그렇듯 간단치 않아 이처럼 누구편을 들 수도 없는 딱한 상황이 가끔씩 발생하는 것도 세상사는 재미 중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이날 이곳 S모 세무서장은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K모 주무를 자기 방으로 불러 위로해 주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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