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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차악(次惡)`들의 민심 농락
[세종砲音]`차악(次惡)`들의 민심 농락
  • 일간NTN
  • 승인 2016.05.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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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 안재휘 논설위원

4·13총선 결과를 `새누리당 참패`로 읽는 것은 백번 옳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읽는 것은 숫자의 환상에 빠진 오독(誤讀)이다. 20대 국회의원선거는 썩은 음식재료만 진열해놓은 악덕 식품가게의 독점 바겐세일이었다. 가게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신선한 재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재료를 꼭 사야할 형편인 사람들은 가장 나쁜 물건을 버리는 일에 주력해야만 했다. 밖에서 가게를 들여다보다가 살 만한 상품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아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가 끝난 다음 벌어지는 현상은 참으로 가관이다. 자중지란에 빠졌다가 민심으로부터 몽둥이뜸질을 당한 새누리당은 벌을 서는 상황에서도 눈알 굴리며 서로 옆구리 찌르고 정강이 걷어찰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 민초들을, 금세 다 잊어버리고 자기들 호각소리대로 따라 움직이는 들쥐처럼 여겨온 그들의 뇌리엔 미구에 세간의 원성이 아주 사라지리라는 어림수가 차지한 꼴이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뽑아준 유권자들의 고뇌를 벌써 망각한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빌려 쓴 칼잡이의 토사구팽(兎死狗烹) 문제를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더민주당은 `경제민주화`라는 화려한 깃발을 든 우익 개혁용병 김종인을 데려다가 칼자루 들려주어 국민들을 홀리는데 성공했다. 총선결과로 드러난`제1당`이라는 풍성한 소출을 보자마자 친노(親 노무현)·친문(親 문재인)으로 통칭되는 대주주가 김종인의 지휘봉을 빼앗자고 바짝 나선 상황이다. `패권주의 청산` 약속을 믿고 표를 준 지지자들은 철저히 농락당한 바보신세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양대 정당의 케케묵은 `카르텔정치`에 신물이 난 많은 유권자들은 제3당의 역할에 희망을 걸고 국민의당을 밀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 세력확대를 위해 받아들인 운동권출신 인사들의 돌출행태로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새 정치의 실현을 믿었던 유권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적폐타파 청문회`를 부르대는 천정배 공동대표의 낡은 정치공세에 경악한다.

세간의 관심은 여전히 청와대에 쏠려 있다. 총선참패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변화된 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여론은 좀처럼 호의적이지 않다. 3년 만에 이뤄지는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만남이 실패로 판명된 통치스타일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특별한 목적 없이 만나는 허심탄회한 `소통 행보`를 비능률로만 인식해온 박 대통령의 불통 고질병이 이번에는 정말 개선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꽉 막힌 정치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때로 발칙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정치권 뒷마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연립정부 수립` 같은 묘방(妙方)들이 회자된다. 제3당으로서 입지를 굳힌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연립정부`이야기가 불거져 나온다. 아직은 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영남` 기반의 새누리당과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이 각자의 정당구조를 유지하면서 연정을 통해 활로를 여는 것이 지역대결 구도를 깨는 새로운 창조정치의 단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최선(最善)`도 없고 `차선(次善)`도 못 찾아서 하는 수 없이 찍어준 `차악(次惡)`들이 드러내기 시작한 어지빠른 오만방자 행태들이 또 다시 정치환멸을 보태고 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엎드리고, “새 정치 펼치겠습니다” 손가락 걸고, “패권정치 안 하겠습니다” 철석같이 약속한지 고작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구태(舊態)를 드러내는 것인가. 20대 총선 당선자들은 이 설익은 나르시시즘(Narcissism·자아도취)의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옷깃을 여미고 반성하는 시간을 더 지속하는 것이 맞다. 유권자들의 귀에는 아직, 절박했던 그 다짐들이 생생하다.

<경북매일 안재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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