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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하에 드러난 양주업계 ‘리베이트 관행’
백일하에 드러난 양주업계 ‘리베이트 관행’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6.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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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선택권 지닌 업체 ‘키맨’에게 채무 변제·종합소득세 보전 등 ‘충격’
“공정위 제재 ‘솜방망이’”…“불법주류 단속권 지닌 국세청 뭐했나” 질타

공정거래위원회 디아지오코리아 ‘불법 현금지원’ 제재

‘윈저’ 등으로 위스키시장 1위를 달리는 주류 판매업체 디아지오코리아(주)가 유흥업소 등에 현금지원, 세금보전 등으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오래된 관행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거래 정상화와 소비자의 주류 선택 권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 제재에 대해 디아지오코리아가 저지른 행위에 비해서 과징금 액수도 적고, 검찰고발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편집자 주

 

 

‘윈저 권하던 업소에 뒷돈’ 디아지오코리아 제재

공정위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흥업소에 ‘윈저’ 등 자신이 공급하는 특정 주류를 일정 수량 이상 사도록 하고, 이를 손님에게 먼저 권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경쟁사 주류 판매를 방해했다면서 시정명령 및 과징금 12억 1600만원을 부과했다.

디아지오는 1997년 설립된 영국의 주류판매회사로 윈저를 비롯해 조니워커, 기네스,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180여개 국에 진출해 있는 주류회사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사업자로, 매출은 3665억원이다.

2014년말 위스키시장 점유율에서 이 회사가 취급하는 윈저는 39.5%를 차지했고, 뒤이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이 28%,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 13.8%, 골든블루의 골든블루 10.8%, 하이트진로의 더클래스 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2011년 6월께부터 197개 유흥업소의 이른바 ‘키맨(Keyman)’에게 윈저 등 자신들이 공급한 위스키를 손님에게 먼저 권하도록 하는 대가로 평균 5000만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건네는 등 288회에 걸쳐 총 148억 532만원의 현금을 제공했다.

키맨이란 업소의 대표, 지배인, 매니저, 실장, 마담 등 업소와 손님들의 주류 선택 및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무자를 뜻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권유할 수 있는 중간단계 고객에게 최종 소비자의 선택을 대신하게 하거나 왜곡시킬 목적으로 사회통념상 과다한 금액을 음성적으로 제공해 고객을 유인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디아지오코리아는 2013년도 종합소득세를 추가 납부하게 된 69개 유흥 소매업소의 키맨에게 현금 지급, 여행 경비 지원, 도매상 채무 변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종합소득세 3억 6454만 원을 보전해줬다.

이는 2014년 1월 기재부의 유권해석으로 이 원천징수금액을 축소하게 될 사정이 생기자, 키맨은 과거 인정받던 이익(기납부세액)이 줄어들게 되면서 소득세를 추가 납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고객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대신 보전해 주는 형태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판촉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이익제공’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디아지오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 1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이번 제재, 주류업계 공정경쟁 정착 기대”

이 사건을 적발해 조사한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는 지난 2013년말 내부고발을 통해 처음으로 디아지오코리아의 행위를 포착했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적발한 주류업계의 비슷한 사건 가운데 과징금 액수가 가장 큰 12억 1600만원이 부과된 사건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동원 경쟁과장은 “이번 조치는 위스키 시장에서의 1위 사업자가 경쟁사 제품판매 저지 등을 목적으로 소매업소에 대한 현금 지원, 세금 보전 등 부당한 경쟁수단을 사용한 행위를 적발·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주류시장에서 음성적 자금 지원 등을 불공정한 경쟁수단이 사라지고 가격, 품질 또는 서비스의 우수성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수단이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주류시장에서 이와 같은 음성적 자금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사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공정위 제재는 ‘솜방망이’ 처벌” 지적

하지만 일각에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무려 148억여원대 리베이트를 뿌리다 적발됐음에도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 160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면서 이번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흥업체에 적잖은 금액을 음성적으로 제공하고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을 12억여원 밖에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아지오코리아가 고객의 세금을 보전해 주는 등 통상적인 판촉활동 범위를 벗어났다고 공정위가 판단했음에도 검찰고발 없이 시정명령만 내린 것은 하는 것에 대해 ‘봐주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2%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다”면서 “이번 건과 비슷한 사건을 과거에도 10여회 적발했으나 과징금이 10억을 넘긴 사례가 없었고,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이 약한 처벌로는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가 근절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또한, 불법 주류유통에 대해 사실상 감시자 역할을 해온 국세청에 대한 질타와 함께 불편한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주류거래 정상화’라는 포괄적 개념에서 주세법 보다는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세청이 관할하는 주세법이나 주류사무처리규정은 세금탈루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류판매 및 유통에 대한 기본 시설기준 이나 유통구조 즉, 유흥업소용과 가정용 불법 판매여부 등을 다루는 만큼 이번처럼 ‘뒷돈’ 거래를 통한 시장유통질서 위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제조업자와 수입업자는 주류 거래를 하면서 거래상대방에게 현금지원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공정위의 처분결과를 검토해 디아지오코리아의 고시 위반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고시를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 등 관련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류업계 “오래된 관행 또 터졌다” 반응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굳어진 양주시장 리베이트 관행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1996년 2월 출시 이래 ‘고품격’과 ‘세련됨’의 디자인 컨셉트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오며 위스키 시장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윈저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디아지오코리아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것은 이미 업계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주 뿐만 아니라 다른 주류 및 다른 업종에서도 제조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양주를 유통하는 도매상들이 아닌 제조사 차원에서 직접 판촉 지원행위를 벌여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주 뿐만 아니라 소주, 맥주 등 타 주류의 유통과정에서도 이 같은 행위가 흔히 일어난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공정위의 적발은 시장거래 정상화와 소비자의 주류 선택 권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양주의 경우 시장 특성상 주류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상의 권한을 지닌 룸살롱 업주 혹은 마담 등 ‘키맨’들의 요구에 의해 마지 못해 1상자당 약 10%의 리베이트를 줘야하는 경향이 만연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에 적발된 디아지오코리아는 규모가 제일 크다보니 잡혔을 뿐 등 다른 양주 제조사 역시 리베이트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서울종합주류도매업협회는 다음달 9일 열리는 ‘2016년 회원사 키맨교육 및 단합대회’에서 주류 제조사의 불법행위 근절을 요청하고, 주류거래 정상화를 위해 지입차 근절, 주세관리 규정준수 등의 행사를 추진하는 등 업계에서 할 수 있는 자정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영호·이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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