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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상시 청문회법, 필요한 법이었나?
[특별기고]상시 청문회법, 필요한 법이었나?
  • 일간NTN
  • 승인 2016.06.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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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

국회를 통과한 상시(常時) 청문회법안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폐기"라는 주장과 20대 국회에서 "재의결 가능하다“는 주장이 맞서있다.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協治) 기대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청문회 하면 후보자나 증인을 죄인취급하며 호통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청문회(Hearing)는 말 그대로 증언·진술을 듣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후보자와 증인, 참고인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망신주면서 제대로 답변이나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한다. 그래서 청문회라는 단어는 국회의원의 갑질 행태가 연상돼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역대 최악으로 알려진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안을 통과시킨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시급한 노동개혁법안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이 많았는데 그런 법안을 밀쳐두고 급하지도 않은 이 법안을, 그것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까닭을 알고 싶은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소관사항이라고 판단되면 과반수 의결로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다. 국회 상임위의 소관사항이 아닌 국정현안은 없다. 무슨 문제든 청문회 대상이 된다. 예컨대 누리과정 예산 예산은 기획재정·교육문화·보건복지·운영·여성가족위원회 등과 모두 관련 돼있다. 상임위마다 청문회를 연다고 상상해보라. 국정감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수의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본업은 뒷전으로 밀쳐놓고 일 년 내내 국회에 출석하느라 바쁠 것이다. 그동안의 국회의원 행태로 미루어보면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의 수준을 벗어난 정치 쇼를 펼칠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진 제도라도 뒤틀리게 운영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특히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구상을 따지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던가. 허점이 많은 후보자도 문제였지만 청문회에서 오간 질문과 응답은 우리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제도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국회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었다.

거부권이 행사되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제 박 대통령과 협치는 깨졌다”며 흥분한다.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고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거부권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권한행사를 서로 탓할 건 없다. 국회는 절차를 밟아 다시 법을 만들든지 재의결하든지 법대로 순리대로 풀면 될 일인데 ‘협치 불가’를 말하는 건 4·13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상시 청문회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상임위 활동이나 입법에 참고하기 위해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미국의 경우 의회에는 국정감사도 국정조사도 없고 대정부 질의도 없다. 청문회가 이런 걸 대신한다. 미국의회의 상시 청문회는 정부 고위 인사를 불러 호통치는 자리가 아니라 실·국장급 담당자를 불러 구체적 내용을 듣는다. 소위원회의 경우는 증인의 직급이 더내려간다. 우리의 경우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중요 안건 청문회 제도가 있고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대정부 질의도 있다. 상시 청문회 제도를 도입한다면 중복되는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는 게 옳다.

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급하지도 않은 상시 청문회제도를 도입하려한 까닭을 다시 헤아려본다.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었을까. 박근혜 정부를 견제·감독·감시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과 정권의 발목 잡는 것은 다르다. 박근혜 정권은 유한하다. 국민이 바라는 건 누가 또 어느 당이 집권하든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고 법을 만들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건 경제 살리기와 민생문제다. 살아남기 위한 세계경쟁은 치열한데 20대국회 벽두부터 상시 청문회제도로 싸울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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