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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르뽀> 세무조사의 달인 나잘난 반장의 꼼꼼 세무조사 현장
<가상르뽀> 세무조사의 달인 나잘난 반장의 꼼꼼 세무조사 현장
  • jcy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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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관들이 세무조사를 할 땐 우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준비조사를 충분히 해 놓고, 본조사를 벌인 뒤 최종 조사결과를 윗선에 보고하면서 마무리한다. 세무조사의 달인으로 소문 난 ‘나잘난’ 조사반장의 숙련된 세무조사 현장을 몰래 뒤따라 가봤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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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엔 사전통지서 생략

현금거래가 많은 기업 (주)만득. 국세청에서 포착된 정보와 일반적인 신고성실도 분석에 따라 이 세무조사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먹잇감을 발견한 나잘난 조사반장. 조사 착수 10일 전부터 치밀하게 조사계획을 세웠다. 업무량과 가용조사인력, 조사기간 및 대상기간, 조사범위, 조사방법 등을 최종 확정하고 중점 체크 사항을 거듭 숙지했다.

바쁜 일과임을 감안,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 함께 나갈 세무조사관은 최소화 하되 정예화 했다. (주)만득에는 조사 착수 7일전에 사전 통지했다. 당연히 납세권리헌장과 함께 납세자에 대한 당부사항, 세무조사에 대한 안내말씀이 들어 있는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자료상이나 사채업, 현금거래소 등과 같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불가피한 경우 생략하지만 이번 조사는 일반조사이기 때문에 사전통지서를 미리 보낸 것. 사전통지를 생략하는 경우에도 조사 착수 땐 ?세무조사 통지서?와 ?납세자권리헌장?을 납세자에게 교부하는 게 의무다.

K조사과장에게 조사계획 보고를 마치자, 과장이 나반장과 조사반원들에게 조사원증을 나눠줬다. 곧바로 준비조사가 시작됐다. 통상 조사계획을 세우는 사람과 착수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반장은 동시에 다 준비했다.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준비조사 내용 확인부터

나반장은 (주)만득의 신고납부내용과 자료상연계분석 프로그램 활용을 통한 세금계산서 부실혐의 자료, 행정기관 자료 등을 분석해 조사대상자에 대한 문제점과 중점조사 사항을 점검했다. 나반장은 준비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준비조사서에 작성하고 조사과장에게 보고했다.

준비조사를 끝낸 나반장은 조사 착수 직전 조사과장에게 비장한 어조로 “착수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세무조사 대상인 (주)만득에 미리 전화를 해 오후 2시쯤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후 나반장은 2명의 조사관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거리상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주)만득의 현관 앞에 '박식한' 세무회계팀장이 나와 밝은 표정으로 맞았다. 하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나반장은 박팀장에게 조사원증을 제시했고, 박팀장은 곧 바로 잘 정돈된 조사실로 안내했다.

조사실에 도착한 나반장. 조사사유를 박팀장에게 상세히 설명한 뒤 기업의 각종 회계자료 및 증빙서류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본격 세무조사에 앞서 준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지(본?지점 사무실, 공장 등)에서 준비조사 때 도출된 문제점을 짚어 보기 위함이다. 또 세무조사를 위해 필요한 기업내부 통제조직, 인적 구성, 업무흐름, 회계조직, 생산 및 판매경로 등 회사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상황을 확인부터 해야 했다. 나반장은 먼저 준비조사 내용과 일치하는 지를 차분히 확인했다.


◆ 본조사 전 꼼꼼한 기본사항 확인

(주)만득은 대표이사 오우너씨가 00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년 법인으로 전환한 자수성가형 기업.
나반장은 추가로 지점과 공장, 영업구역과 생산공정, 해외지점과 지사 현황(또는 지점)을 확인했다. 또 지사의 주요 임직원 현황(기업주와의 관계 등)과 국제거래 내용을 비롯, △품목별 주요 거래처 △상품-제품의 유통경로와 거래조건 및 대금결제 조건 △부동산, 차량 등 주요 보유자산 현황 및 이용실태 등을 꼼꼼히 물어봤다.

아울러 계정과목 분류내용 및 회계담당직원별 분장내역, 회계처리 절차, 비치 장부의 종류와 목록 등 전산회계조직에 의하는 경우 전산처리 절차, 자료관리 내용 일보 및 월보 작성 여부, 기업자금의 입출금 통제수단 등도 확인했다.

박팀장은 본 조사에 앞서 진행되는 확인사항이 너무 꼼꼼해 초반부터 위축됐다. 나반장은 그러나 “현황파악을 잘 해둬야 빨리 끝납니다”라며 박팀장을 안심시켰다.

나반장과 일행은 이후 본격적으로 준비조사 때 도출된 문제점과 과장 지시사항을 빠짐없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가 시작된 지 1시간쯤 흘렀을까. “이거 이상하네”라는 나반장의 외마디 소리에 박팀장의 가슴은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 의심 포착 즉시 확인서 요구

나반장은 역시 대단했다. 매출누락이었다. 초반에 핵심을 정확히 뽑아낸 것. 세무조사 전문가다운 실력이다. 조사내용을 서면 보고를 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간략히 메모도 남겼다.

매출누락한 장부에 대한 증거서류도 확보했다. 박팀장으로부터 탈세한 부분에 대한 확인서를 요구할 차례다. 분쟁 소지를 사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앞서 다른 부서에 근무할 때, 증거서류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가 인사이동으로 인계인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낭패를 본적 있었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없는 노릇.

곧바로 조사팀원이 가상 금융거래 혐의 자료를 포착, 보고해 왔다. 그러나 그냥 처리할 수 없는 처지. 금융거래 확인조사를 위해선 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관련 내용은 내일이후로 조사를 미뤄야 할 것 같다.

10분간 휴식을 가졌다. 황모 교수 얘기로 서먹한 분위기를 달래보려 했지만, 굳어진 박팀장의 표정을 처음으로 되돌릴 순 없었다.
박팀장 입장에서는 지금껏 조사 받은 내용이 끝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오후조사에서도 여러 건이 추가됐다. 위장?가공거래 등 부실거래 징후도 십여건 추가로 발견됐다. 쌍방 확인 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인 (주)칠득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사무실에 도착해 오늘 조사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들려면 또 야근이 불가피한 나반장 일행. 조사자료를 갖고 서둘러 (주)만득을 빠져 나온 일행이 세무서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대상기업에 조사결과 통지

나반장은 곧바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조사일일보고서를 작성했다. 작성한 뒤 조사사항 및 내용에 대해 조사과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조사과정에서 나왔던 거래상대방 업체명도 다 보고했다.

보고가 끝났다고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내일작업을 위해선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내일 조사중점을 미리 요약해 놓지 않으면, 조사시간은 늘어지고 그만큼 조사실익도 감소한다. 자료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려면 오늘도 10시를 넘길 것 같다.
그로부터 7일 뒤. (주)만득에 대한 세무조사가 꽉 채운 일 주일 만에 마무리됐다. 나반장은 준비조사에서 예상했던 내용과 추가로 발견된 내용을 빠짐없이 조사해 종결보고서를 작성했다.

늘 그렇듯, 납세자들은 세무조사가 끝나면 세금추징이 얼마나 되는지 가장 궁금해 한다. 세금추징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빨리 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반장은 최종 정리 단계에서 (주)만득에 세무조사결과를 신속히 통지했다. 조사종결을 결정한 7일 이내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등기우편으로 송달했다. 직접 가도 되지만 하는 일들이 많아 등기우편을 택했다.

(주)만득도 (주)칠득도, 얼마간 경리부서를 중심으로 세무조사의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끝이 아니다. 조사과정에서 경리실무자들은 다음 번 조사를 대비할 노하우를 체득한다. 단순히 ‘깨지는’ 시간이 아니라 귀중한 교육시간이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추징세액은 성실납세를 위한 값비싼 수업료다.

나반장과 (주)만득 세무조사에 나섰던 조사팀원들이 모처럼 삽겹살 집에 둘러앉았다. 몇 마디 무용담이 오갔다. 이들 역시 국민이 낸 비싼 세금으로 또 한번의 귀중한 현장실무교육(OJT)을 다녀온 셈이다. 다음 조사기업은 먹잇감이 아니다. 또 다른 교육현장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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