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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금이 간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
[국세(國稅)칼럼] 금이 간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
  • 일간NTN
  • 승인 2016.07.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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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창 영 본지 주필

범죄 잡으라고 국민이 준 칼로 강도질을 한 이른바 ‘진경준 사건’의 암울한 컬러는 ‘시간이 약’인 일반 사건과 달리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이 물거품처럼 분노하지 않고 냉정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이 이 사건에 대해 짜릿한 시선으로 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것이다’라는 막연한 의혹이 ‘그렇다’로 됐기 때문이다.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던 ‘신뢰’가 이제 무너져 내리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불같이, 물거품처럼 화낼 이유가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래서 몇 수 앞을 봤던 전설의 정치 9단들은 ‘개·돼지처럼 보이는’ 국민을 한없이 무서워했던 것이었을까. 아무튼 이번 ‘진경준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한 분위기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으면 예측하기 어려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상황이다.

완전한 세트플레이의 전형이었다. 돈벼락을 맞아 돈이 넘쳐나는 게임회사에서 의혹투성이인 대박 주식을 받고, 연줄연줄 엮어가며 거침없이·겁도 없이, 그 철저하다고 떠벌리던 인사검증을 깔끔하게 통과해 검사장까지 올라가고....

문제가 불거지자 무슨 연유에서인지 ‘조직’이 들고 나와 막아주고 방어하는 전형적인 코스를 밟았다. ‘개인의 주식투자로 돈을 번 것까지 단죄해야 하는 것이냐’가 당시 법무부의 해명이자 논리였다. 결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단계에서 진경준은 몇 번씩 말을 바꿔가며 구차한 ‘거짓말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렸고, 국민이 더 냉정하게 시선을 까는 이유가 됐다. 한마디로 ‘놀고들 계시네’라는 반응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장관이 나오고 총장이 등장해서 허리 숙여 ‘사과’를 했지만 이미 돌아간 국민들의 고개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귓가를 때리는 얼음 같은 한마디도 있었다. “출세한 검사장이 청소용역까지 싹쓸이로 챙겨가면 세상에 ‘돈도 빽도’ 없는 국민은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이게 나라냐?”

‘대기업 순대’나 ‘재벌 3세 빵집’은 애교 그 이하 수준이었다.

‘진경준 사건’의 의미가 결코 간단치 않은 것은 가뜩이나 갈 데까지 간 우리사회의 양극화 급쏠림 현상의 불만 에너지에 불을 댕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재벌이든, 공권력이든, 일부 전문직이든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완장’을 두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좌절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진경준 사건’은 금도를 풀쩍 뛰어 넘는 파렴치한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것도 국가 공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소위 ‘갑’ 내지 ‘갑 근처’로 가기 위해 열망하는 ‘완장’들이 끼리끼리 해먹는 정황이 수면위에 노출된 것이다.

공직자는 공권력의 완장을 내밀고, 기업주는 돈으로 떡칠을 하며 편향된 자본이 구축한 성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현실에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삶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희망을 잃어가는 대다수 국민·청년들 입장에서는 ‘진경준 사건’을 비롯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꽉 다문 입을 좀처럼 열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돼 가고 있다.

요즘 ‘모든 것은 돈으로’로 쏠리는 우리사회의 병폐적 단면이 연일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권력도, 명예도, 순수의 가치도 돈의 힘 앞에 무력해지는 상황이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집중된 부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가진 소수는 끊임없이 돈다발을 흔들어대고, 권력을 가진 자는 그것이 공권력이든, 대중의 성원에 힘입은 권력이든 마치 자기 것처럼 돈으로, 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비록 그것이 소수의 일탈이라고 우길 수는 있지만, 그 소수가 우리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돈과 자식 앞에는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무너지고 팽개쳐지는 우리사회의 ‘갑’과 ‘갑을 갈망하는 인근’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말로 절대다수 국민의 엄청난 불만에너지가 어떻게 분출될지 아무도 모른다.

상징이 된 ‘진경준 사건’의 처리에 국민의 시선이 냉정하게 유지되는 이유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국세청 역시 ‘사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지휘부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동원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소위 국세행정을 둘러싼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 2만 명 중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는 말은 ‘이해’는 고사하고 이제 더 이상 정서적 안정감마저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법조계를 비롯한 소위 공권력을 다루는 곳마다 비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어 과세공권력을 구사하는 국세청 역시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분위기에서 세무부조리 사건마저 연이어 터져 나온다면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다.

특히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일반 사건과는 달리 증폭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칫 사실 여부를 떠나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세무비리와 관련해 확고한 철학과 함께 단단한 지휘봉을 쥐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는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방법과 수단을 정교하게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국세행정이다. 우리사회의 금이 간 신뢰가 무너지는 요즘 세금 잘 거두는 국세청이 꼭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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