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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눈먼 돈 잔치, 이래도 되나
[國稅칼럼] 눈먼 돈 잔치, 이래도 되나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6.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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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가덕도냐, 밀양이냐로 한껏 기대를 부풀리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지난번에 ‘또’다시 백지화됐다. 정부는 사과하면서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란 말은 이명박 대통령 때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신공항 약속을 백지화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들과 밀양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대하여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발끈하였다. 신공항 건설은 누가 약속한 걸까? 유권자의 표심을 잡고자 지역 국회의원들이 내세웠던 공약이었을까?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부추긴 지역개발 공약이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지역발전을 선거전술로 써먹었다면 백 보 양보하여 이해할 법도 하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고 국방과 외교를 총괄하는 대통령 후보가 특정지역에 가서 그 지역 개발약속을 하니 딱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공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는데 그 중 4개만 수익을 내고 있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투성이다. 손님이 없어 비행 훈련장이나 영화 촬영장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게 현실이다. 공항 짓는데 들어간 천문학적인 투입비용에다가 매년 들어가는 유지비용은 다 우리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딱한 일이다.

2012년 대선 때다. 부산에 들른 후보가 또박또박 연설하였다. 부산시민들에게 ‘반드시’ 신공항을 지어드리겠다고! 이유는 인근 김해 공항이 여객 운송 포화상태라서 불가피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화상태라던 김해공항을 그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땅값이 올라 부자를 꿈꾸던 가덕도 사람들도 화나고 밀양 사람들도 화가 난다.

사과도 판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자 2011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공항 편익비율이 밀양 0.73 가덕도 0.7이라서 적자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거다. 이를 두고 다음 해인 2012년 대선 후보가 다시 뒤집은 거다.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나라가 예측 가능한 국가다. 신공항 건설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부산 시민에게 반드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2016년 포화되는 김해공항 때문이다.” 녹화된 기록들이 이런 약속들을 증언하고 있다. 이렇게 이유와 주장이 확실했던 그 후보도 대통령이 되자 역시 김해공항을 증설하면 된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해공항이 지형적으로 A380이나 보잉 747과 같은 대형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거다. 게다가 지난 해에 이미 국제선 여객만 590만명을 넘어 수용한계를 초과하였고, 2025년에는 천만 이용객이 예상되므로 이전하여야 한다는 거다.

보나마나 내년에 펼쳐질 대선에서도 반드시 어느 후보든 나서서 신공항 엘레지를 또 구성지게 부를 것이다. 군산에도 필요하다~ 부산에도 필요하다~. 여기저기 지역 유권자들 마음을 들뜨게 할 것이다. 대선이 이럴진대 총선은 어떠하겠는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또한 오죽하겠는가. 내가 되면 공항을, 내가 되면 도로를, 내가 되면 다리를 놓아준다는 허언(虛言) 공약들을 하고, 이런 눈먼 돈 잔치에는 납세자들이 낸 우리의 세금들이 들어가야 한다.

인천시의 경우를 보자. 국내 첫 도심관광 모노레일을 꿈꾸며 만든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6년 넘게 흉물스럽게 방치되다가 엊그제 철거되었다. 853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는데 한번 이용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거다. 88억 원에 구입한 열차 10량이 고철로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화성종합운동장으로 가보자. 2012년 2,370여억원을 들여 건설하였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3만 5514석 규모의 종합 운동장과 5,175석의 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 그 외에 야외공원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대표적인 애물단지로 꼽힌다.

개장 이후 9개월간 종합운동장에서 치른 공식경기는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시리아간 평가전 단 한 경기뿐이었다. 준공 후 6개월간 대관수입은 고작 5,300만원뿐이었다. 화성시에서 책정하는 화성 종합경기타운의 연간 운영비는 30억원에 가깝다. 이를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세금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용인시에는 용인경전철이 있다. 2010년 6월 용인시가 1조 32억원을 들여 완공하였다. 그러나 잘못된 수요예측과 MRG 협약 때문에 앞으로 20여년 동안 막대한 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애초 예측한 1일 이용객은 16만 여명이었지만, 현재 실제 이용객은 2~4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다. 궁여지책으로 에버랜드 측에 쓰라고 사정해도 고개를 내젓는다. 용인시는 2013년 경전철 사업 정상화를 위해 45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며 매년 경전철 운영·관리비로 290억원 이상 투입하고 있다.

경전철은 세금낭비의 대표적 사업이다. 지난 2011년 개통한 김해경전철은 당초 수요 예측에 턱없이 승객이 부족해서 매년 55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 역시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가 나는데, 이를 지자체가 적자 일부를 메워주며 운행을 계속해왔다. 보다 못해 금년 들어 국회에서 경전철 적자를 덜 수 있게 정부가 행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세금으로 매년 적자의 쓰나미를 막아보겠다는 거다. 세금은 정녕 눈먼 돈인가!

앞으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후보들이 어설픈 타당성으로 지역개발을 약속하면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를 경외하게 만들어야 허언(虛言)을 내놓지 못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개발론으로 바람을 잡는 정치인들 때문에 투기에 마음 부풀고 결과는 나라 곳간이 비는 것으로 끝나니 말이다. 현명한 납세자들이 정신 차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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