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國稅칼럼]외길, 벼랑 끝으로 가는 사람들
[國稅칼럼]외길, 벼랑 끝으로 가는 사람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6.09.12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창 영

“그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데. 그래서 대통령도 어떻게 못한다는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겠어? 뭔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겠지. 아무튼 시끄러워 앞날이 깜깜한데 뭔 놈의 나라가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어”

얼마 전 카페에서 뒷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던 여성들이 나누던 대화의 한 대목이다. 무심코 듣고 넘겼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물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한 얘기였다. 중년 여성들의 뒷담화였기에 새로운 사실이나 특별히 깊이 있는 내용은 없었지만 대화의 핵심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권력놀음이냐’에 맞춰졌다.

답답하고 기운 빠지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골든타임’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조차 관심이 없을 정도로 국민은 무기력해지고 있다. 상식을 초월하는 일이 권력의 핵심에서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회가 파행되고 민심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데도 그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민심과, 여론과 맞서고 있다.

처음부터 듣기 싫은 말에는 아예 귀를 닫는 정부였지만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적극적인 공세로 자세를 바꾸고 있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의 사람은 콘크리트 벙커 속에서 핵폭탄이 터져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의혹을 제기하거나 조사하는 사람은 국기(國基)를 흔드는 세력으로 몰아붙여지고 있다.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어렵게 한 말은 들리지 조차 않는다. 자연스럽게 소통이 사라지고, 불통이 곳곳에 난무하면서 사람들은 희망 대신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경기, 청년 일자리, 안보, 외교, 출산율…

이것 말고도 국민을 힘들게 하는 악재가 널려 있지만 정말 국민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 보다 무기력과 답답함 그리고 엄습하는 절망 때문일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살펴 보면 원인과 문제가 금방 찾아진다.

국기 문란은 특별감찰관의 ‘답답한 심경’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 정서에 역행하며 오기를 펴는 것이 아닐까.

 

나라가 이 모양인데 한국세무사회를 보면 더 답답하다. 마치 망조가 든 나라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세무사업계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변호사와의 일전이 목전에 와 있다’ ‘세무사 제도의 뜨거운 가을이 왔다’는 등 위기론과 단결론이 회원 전반의 정서와 주문인데 반해 백운찬 회장은 여의도나 세종시 보다 법원을 쳐다봐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총회 결의에 따라 단행한 백 회장의 인사에 불만을 품은 전직 임원 19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해임통보무효 등 청구’와 ‘해임통보효력정지내지 지위보전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다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직을 현직 회장에게 이양하는 문제를 두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정구정 전 회장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자 급기야 ‘방 빼’ 처방까지 나왔다.

업계는 정부 정책과 주변 자격사들의 파상공세에 떠내려가고 있는데 회원을 위해 봉사하는 회직을 두고 마치 권력다툼 하듯 송사카드가 남발되고 있다. 세무사회 내부의 박 터지는 싸움은 벌써 3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제는 만성적인 고질병이 됐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싸우고도 단체가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세무사업계를 도와야 할 지원군들조차 ‘기피’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복잡한 단체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는 당연한 현상이다.

배부른 놀음하는 세무사업계의 지금 상황은 무조건 백운찬 회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그나마 현안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송사 좋아하는 일부 배부른 세무사들이 비현실적 논리에 매몰돼 있는 사이에 ‘관광열차’는 플랫폼을 벗어나고 있다. 세무사들로서는 보통 일이 아니다.

 

문제는 ‘권력’이다.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권력을 잘 사용하면 인류행복을 위한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도 그런 독이 없다.

특히 권력이라는 사탕은 그것을 맛보는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정의하는 범주가 아주 넓어지고 마치 마약처럼 그 달콤함에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유한할 수밖에 없는 권력에 취해 불행과 처절한 말로를 걷는 사례는 역사교과서의 첫 장부터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권력이 아닌 것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것이고, 국민이나 회원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마치 영원히 자기 것인 양 인식하는데 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 권력을 손에 쥐고 복종과 지배만을 위해 만용을 부리다가는 결국 국민의 칼을 피할 수 없다. 역사가 이를 증거하고 있다.

또 세무사회장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잘못된 인식으로 세무사회장 자리를 권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세무사업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불행한 일이다.

이를 반영한 듯 요즘 세무사회 분위기는 여의도 뺨치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입한 회장 올려놓고 이렇게 흔들어도 되느냐’는 회원들의 압도적 주문이 있었지만 회장 흔들기는 법정으로 비화되며 기세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악다구니를 써야할 일인지 회원들은 답답하고 안타깝다.

외통수, 외길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녕 답이 아닌 이 일을 그만두고 포용하고 인정하고 배려하는 관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물이 흘러가면 흘러간 물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kukse219@naver.com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