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이철성 후보자가 음주운전 전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찰청장에 임명됐습니다. 음주운전이 경찰청장이나 그 밖의 공무를 맡지 못할 결정적 하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은 중요한 전쟁에 나갈 장군을 추천 받는데 음주벽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장군이 전쟁을 잘하면 되지 음주벽이 무슨 문제냐며 임명을 강행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관가에서 음주운전은 일반직 공무원 국장이나 과장급 이상의 고위직 인사자료에 기재돼 승진인사에서 넘지 못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겠지만 쉽게 말해 공무원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인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세청도 음주운전에 대해선 처벌 강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따라서 일반 승진의 경우에는 약간의 예외가 있지만 특별승진의 경우에는 금품수수 못지않게 때로는 더 엄격한 승진심사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각급 인사에서 특별승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종전 국세청은 국세공무원행동강령 상의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 음주운전을 규율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체 양정규정까지 따로 마련해 이를 엄격히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규정에서도 ‘징계시효 완료’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음주운전자의 승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적·물적 사고를 낸 경우가 아니고 단순히 음주운전 단속에만 걸린 직원들도 대부분은 “승진은 물 건너갔다”며 근평관리 등 사실상 승진 노력을 포기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세청 직원들과 세정가 주변에선 이 경찰청장의 임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유독 많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