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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반대' 금융노조 총파업…'은행 대란' 긴장
'성과연봉제 반대' 금융노조 총파업…'은행 대란' 긴장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09.2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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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금융산업 안정성 훼손 연봉제 불가"
10만 집결 예측 못미쳐 점포 대부분 정상영업
▲ 23일 '성과연봉제 도입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성과연봉제 도입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금융노조원들이 집결했다. 각 은행들과 금융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은행 대란'에 긴장해야만 했다.

지난 2014년 9월 관치금융 철폐를 외치며 파업한 이후 2년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오전 9시부터 열리는 총파업 집회를 위해 모여들었다. 

이날 열리는 금융노조 총파업 참가 인원을 노조에서는 9~1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오전 10시 금융감독원은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1만8천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참가율은 15% 수준이다.

노조가 당초 목표한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최소 30%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은행권 전체 직원은 11만명이며, 이 가운데 노조원은 8만명 정도다. 

금감원은 영업점이 많은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이 3% 내외로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본격적인 파업은 10시 30분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연단에 올라 파업 취지를 설명하고 파업 출정을 하면서 시작한다.

오후에는 각종 문화공연과 투쟁 발언, 추후 파업을 위한 임시 대의원 총회 등의 순서로 꾸며진다.

▲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미리 대책마련을 하고 이날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17개 은행 본점에 직원 50여 명을 파견하고 은행 전산시스템 점검과 거점 점포운영 상황, 대체인력 투입 계획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역별 거점 점포별로 비상 계획을 마련해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시나리오별로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 이날 영업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본점 인력의 영업점 활용, 경력자 임시 채용, 거점점포 활용 등 다각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단계별로 비상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영업점 운영에 문제 발생 시 적극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다.

전체 직원 1만6000여 명 중 60% 안팎인 9600여명이 노조원인 우리은행은 파업 참여율 50% 이하, 50% 초과∼70% 이하, 70% 초과 등 3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노조원의 파업 참여율을 10% 미만, 40% 미만, 40% 이상 등 3단계로 나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했다. 만약 40% 이상이면 비상대책 본부를 운영, 거점점포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전환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정상 업무, 여·수신 필수업무, 거점점포 운영 등의 계획을 수립,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직원 1만5천여명 중 비노조원은 2천300명 정도다. KEB하나은행도 파업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1만6천여명 중 조합원이 1만1천명 정도인데, 파업 동력이 커 1만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가 전체의 50%를 넘으면 거점 점포를 운영할 방침에 있다.

전체 직원 약 1만3천명 중 노조원이 9700명 규모인 기업은행은 파업 동력이 클 경우 비조합원 3천명을 가동해 점포를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측은 오랜만에 창구로 복귀하는 부·팀장을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했다. 한편 기업은행에서는 총파업을 하루 앞둔 어젯밤에 일부 지점에서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라"며 직원들의 퇴근을 막았다고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가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일선의 은행 영업점 현장에서는 특별한 혼란 없이 정상적으로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10만명 정도가 결집해 은행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 예고했지만, 실제 은행 영업점에서는 파업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 23일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했지만 각 은행들의 참여는 우려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중구의 A은행 해당 지점의 한 직원은 '해고 연봉제 저지 9.23 금융 총파업'이라고 쓰인 노란색 리본을 가슴에 차고 있었지만, 지점에서 창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직원은 "성과 연봉제를 반대하지만 파업에는 참가하지 않았다"며 "우리 지점에서는 파업에 참가한 사람은 없고 주변에서도 파업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한 다른 은행의 지점 역시 대부분의 창구는 혼란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은행 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업무 차질로 보고된 바는 없다. '컨틴전시 플랜'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파업 참가로 점포마다 직원 유출이 있지만 모든 점포가 정상영업 중"이라며 "파업 참가 인원과 정확한 점포 상황은 파악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별로 결원이 없거나 1명 미만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측은 직원들의 집회 참석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노조원들 중심으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7월 2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95.7%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7월, 2014년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각각 관치금융 철폐를 앞세웠으며 2000년에는 6만여 명, 2014년에는 3만여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성과연봉제의 조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도입 준비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성과 지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 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 연봉제'로 바꿔 부르며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이날 11시 20분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올해 초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성과연봉제만 도입하면 정년도 필요없고 임금피크제도 필요없다고 말했다"며 "금융노조는 조합원과 그 가족, 나아가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위해 성과연봉를 반드시 막겠다"고 말하고 총파업을 공식 선포했다.

그는 "정권이 강요하는 해고 연봉제는 금융노동자들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중 은행 영업점은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노조가 14년만에 총파업에 나선 만큼 이번 파업에 이어 2차, 3차 총파업 가능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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