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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외감’ 규정개정은 기업 꼼수에 놀아난 표리부동
금융위 '외감’ 규정개정은 기업 꼼수에 놀아난 표리부동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6.10.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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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정기업에 대한 복수지정제도는 자유수임의 또 다른 변형
기업 눈높이가 아닌 시장 눈높이에 맞도록 다시 수정해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의 잇단 부실감사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최근 외부감사제도 및 회계 등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고시했다. 새로 내놓은 개정안에는 상장예정기업에 복수감사인 지정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청년회계사회는 자유수임의 또 다른 변형이며, 금융위가 시장정서를 도외시 하고 기업의 입장만을 고려한 ‘기업 봐주기’ 개정안이라는 논평을 내 놓았다. 논평기고문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0월 11일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고시하였고, 같은날부터 시행하였다. 해당 규정 개정안에는 상장예정기업에 대한 복수감사인 지정제도가 포함되어 있어 지정제도의 취지를 크게 퇴색시킴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그대로 강행하였다.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던 국정감사에서 임종룡위원장이 지정제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언급했고, 서별관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도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 했다고 말했지만 내어놓는 정책은 정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표리부동한 금융위의 모습에서 과연 회계투명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에 대해 금융위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회계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지정제도에 반대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하면서 기업들의 입장만을 옹호해주고 있어 작금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규정변경과 관련한 제도개선안이 나온 것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논란이 절정에 달하던 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개정을 통해 ‘기업의 눈높이’에서 불편사항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금융위가 시장과 기업을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시장을 동일시하여 기업의 눈높이만 맞추면 시장이 완벽해 질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시장이 아닌 기업의 눈높이만 맞추려 하다 보니 진정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건전한 신용질서를 조성하고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말과 행동이 모순되고 있다.

복수지정은 말만 지정일 뿐 기본적으로 감사인 선임을 회사에 맡기는 자유수임 제도의 변형이다. 회사의 독단적인 감사인 선임이 감사인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시켜 계속된 회계부정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의 권력만을 옹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감사인 지정 때문에 감사보수가 지나치게 상승한다는 금융위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미 많은 논문에서 지정감사의 감사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 가격이 더 높은 것은 시장의 논리다. 기업하기 힘들다고 보수를 무조건 낮춰줘야 한다면, 기업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무조건 원하는 값에 제공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하면 시장논리고, 남이 하면 폭리라는 사고방식마저도 한국의 삐뚤어진 기업 중심의 문화를 보여주는 듯 하다.

보수가 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승된 보수에 걸맞는 감사품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부분은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고, 더 나아가 기업이 지불한 보수만큼 적절한 인원과 시간의 투입을 요구해야 할 일이다. 더 투명하게 개선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보수를 하락시킨다는 것은 하향평준화 통해 자본시장의 후퇴를 가져오는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특히 상장예정기업의 경우에는 잠재적인 이해관계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잠재’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감사인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복수지정을 통해서 저렴하고, 회사의 입맛에 맞는 감사인이 선임이 된다면 결국 상장을 위해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하락하여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신뢰도도 하락할 것이다.

이미 지정감사를 받지 않는 외국기업들이 상장과정에서 일으킨 문제들로 인해 해외기업의 상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의 재무정보마저 신뢰도를 잃는다면 자본시장은 시장이 아닌 투전판이 될 것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여러가지 비리와 스캔들을 통해서 보면, 굳이 경쟁에 내몰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가진 욕심 때문에 사회가 얼마나 혼탁해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에 전문가, 관료, 기업인, 교수 등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회계사들도 이에 포함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회계사들의 윤리의식이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청년회계사들은 경제적인 동기로 시장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권한을 가지고 소신 있게 일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이 뒤따르도록 환경이 조성만 된다면 윤리의식이 투철한 회계사들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해 혼란해지는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업 눈높이가 아닌 시장의 눈높이로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수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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