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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판매소 수평거래 논란…'손톱 밑 가시' 맞나?
주유소-판매소 수평거래 논란…'손톱 밑 가시' 맞나?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11.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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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8월말 입법 예고, 가격인하 효과보다 가짜·불법 거래 우려 커
▲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의 수평적 거래로 가격인하 효과 있을까. 업계는 가짜석유·불법유통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입법예고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주유소와 석유 일반판매소 간에도 휘발유나 경유, 등유를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석유 유통업계는 가짜석유 유통이 늘어나는 등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말 주유소와 석유 일반판매소끼리도 석유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런 규제를 풀겠다며 추진해 온 일명 '손톱밑 가시 뽑기'인‘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발굴’의 일환으로 석유분야에서 주유소-일반판매소간 수평거래 허용을 끼워 넣었다. 

지금은 주유소끼리, 또는 판매소끼리만 석유를 거래하거나 아니면 주유소나 판매소는 정유사·대리점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야 한다. 

► 산자부 8월 입법 예고, 업계 반발 이유는

석유 일반판매소는 주로 농어촌 지역에 남아 있는 석유 유통점으로, 일명 '말통'에 기름을 담아 판다. 주유소가 없는 면·읍 단위의 산간·오지 등에 있는 간이 석유 판매시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판매소는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이러다 보니 커다란 탱크로리로 기름을 운송하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제때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주문을 해도 물량이 워낙 적어 적기에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보다 분포가 많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이동탱크 차량(3천ℓ규모)을 보유하고 있어 석유판매소와 거래가 좀 더 원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주유소와 판매소 간 거래가 허용되면 판매소로서는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져 제때 석유를 받을 수 있고, 가격 경쟁이 촉진돼 값이 인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결정이 규제개혁이라는 틀에 끼워맞추려다 나온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주유소도 정유사나 대리점에서 기름을 공급받는 입장이어서 이들이 판매점에 기름을 공급하면 그만큼 유통 단계가 늘면서 유통 비용이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가격 인하 효과가 정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훨씬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이 법이 수혜 대상으로 지목한 일반판매소들도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대리점들의 모임인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함께 정부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개정안은) 소비자가격 인하 유도 등 실질적 경쟁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반면 오히려 불법 탈루와 가짜석유 유통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 수평적 거래, 농협을 위한 특혜? 

지금도 일부 주유소 업자들이 판매소를 임대해 가짜석유 유통의 창구로 활용해 음성적인 형태로 주유소-판매소가 연계된 가짜석유 유통 범죄가 기승을 부려왔다. 이렇게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되면 판매소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주유소는 그대로 유지하고 판매소만 처벌받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앞장 서 빗장을 풀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정부가 내세운 '규제개혁' 정책에 맞춰 지로 법을 고쳐가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주유소와 판매소간 석유제품 수평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결국 불법행위를 양성화, 합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와 일반판매소협회 모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가짜석유 유통이라는 탈법·불법행위를 합법화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일반판매소협회는 이 법이 '농협을 위한 특혜'라며 석유유통 시장에서 농협의 지위만 향상시켜 결국 석유유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이 지난 4월 '유류판매소 유통구조 개선 방안 연구' 용역에서 원거리 배송에 따른 농촌지역 일반판매소의 가격 경쟁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유소-일반판매소간 수평거래의 허용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일반판매소협회는 개정안이 통상 농협주유소와 석유판매소를 동시에 운영하는 단위농협 조합에만 혜택을 주고 영세한 주유소나 일반판매소는 고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부정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쟁 촉진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와 가짜석유 유통, 무자료 거래로 인한 탈세 등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주유소가 없는 오지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며 "주유소와 거래하는 일반판매소는 앞으로 주간 단위로 거래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부작용 방지 대책을 함께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하는 단계로 업계종사자들도 입장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시행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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