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장시호(37) 씨가 서울 강남 인근에서 18일 체포됐다. 현 정권을 등에 업고 실세 노릇을 해온 최순실의 조카이자 최씨와 함께 각종 잇권에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진 장 씨가 검찰에 체포되면서 비선실세의 전모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며 검찰에 들어서며 구속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끄떡도 안하던 장 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친척집 인근에서 체포됐다.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4시쯤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장씨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자금횡령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최 씨 언니인 최순득 씨의 딸인 장 씨는 그동안 최 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관계된 각종 잇권에 개입하면서 대기업의 특혜성 지원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지난해 5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영재센터를 설립하고 삼성으로부터 16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에 앞장 선 사람이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었다. 김 전 차관은 삼성에 이 돈을 억지로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삼성은 최 씨의 딸 정유라(20)를 위해 독일에 있는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특혜 지원했고, 영재센터에는 빙상캠프 후원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5억원 이상을 갖다바쳤다.
장 씨는 자신이 세운 이 센터에 자신의 아들을 등록시키고 스키영재로 키우려는 속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홉살의 아들 이름까지 바꾸며 서울 강남에 있는 외국인학교로 전학을 시켰는가 하면 실력과 나이도 안되는 아들을 위해 재단을 만들고 스키대회까지 주최하려고 했다.
장씨 아들이 다니던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는 2012년 외국인학생 부정입학 논란을 일으켰던 곳이다. 이후 이 학교는 학생수 급감으로 지난 7월11일 폐교가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는 외국인학교에서 학원 형태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며 "졸업을 하더라도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 씨는 승마선수 출신으로 동계스포츠와 하등의 관련이 없는데도 지난해 6월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38)씨 등을 내세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하고 자신이 사무총장을 맡아왔다.
세워진 지 1년여만에 6억7000만원의 정부예산 지원을 받아내는 등 신생법인으로서 도저히 불가능한 특혜 지원을 받았는데 그 배후에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린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삼성이 자금을 지원했고, 검찰은 불법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장씨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자택에 들어오지 않고 도피 생활을 하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학력을 보유한 장 씨는 이마저도 '특혜입학' 의혹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장씨가 1998년 승마 특기생으로 연세대에 입학할 때 학교 측이 규정을 변경해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고, 교육부도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주말이면 성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든다. 그 수도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을 둘러싼 이름 없던 이들이 국정을 농락하고 국민을 속여 온 것을 더이상 용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측근들이 하나둘 구속되면서 손발이 잘려나가고 있지만 청와대의 안주인은 또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을 상대로 어디까지 우롱해야 성이 찰 것인지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