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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세금이 국가다
[세상(稅想) 칼럼]세금이 국가다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6.11.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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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세금이 온전히 시민들을 위하여 쓰이지 못하고 몇몇 엉뚱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사건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문화와 체육을 융성시키라고 책정해준 세금이 알고 보니 문화계 황제라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쓰여 왔다거나 스포츠를 지원하라는 재원이 강남의 어느 모녀와 그 조카딸에게 유용되어 왔다니 사람들은 말문을 잃는다.

게다가 경제에 매진하여도 시간이 부족한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나 고위직들에게 불려 다니며 경제적 지원을 하라는 종용을 받았다는 거다. 헌법이 정해준 납세의무 이외에도 정권이 ‘권유’하는 소위 ‘최순실세’라는 준조세를 내도록 불려 다닌 것에 세상 사람들은 혀를 차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문화와 스포츠 융성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요구하였고 기업들도 순수한 마음으로 돈을 내놓은 것’이라고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그렇다. 국민들은 이해하려고 한다. 순수한 마음일 거라는 세간의 평도 있다.

왜냐하면 이 정부가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에겐 담배세와 연말정산 세금폭탄이라는 콤보 세트를 선사한 반면에 대법인들에게만 혜택을 준 법인세 감면을 옛날대로 25%로 환원하라는 여론은 외면하고 있어 서민들은 말하기를 대기업들은 어쩌면 순수한 마음으로 말도 사주고 미르에 돈도 보냈는지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요즈음 ‘순수한 마음’이 유행이다. 말끝마다 ‘나의 순수한 마음’이라는 거다. 대기업은 정부에 감사한 마음뿐일 터이니 그 까짓 35억원 들여서 말 한 마리 사주는 것쯤이야 보은(報恩)치곤 약소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렇다. 대법인에 대하여는 국민경제에 기여하라는 명분으로 법인세를 25%에서 22%로 줄여주었다. 100조면 3%인 3조를 매년 정부로부터 선사 받아 온 셈이다. 이게 얼마나 큰 돈 인지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실감이 가질 않을 것이다.

1조는 영이 12개가 따라 붙는다. 보통의 계산기로는 입력조차 되질 않는 수치다. 3억짜리 아파트가 3,333채다. 대기업들에게는 매년 수천 채의 아파트들을 나라가 사주어 온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추가이익을 쌓아만 놓고 신규투자나 고용증대는커녕 하청기업 단가 후려치기만 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유보 잉여금을 대부분 배당처분하여 버렸다. 결국 나라의 세금감면이 주주들의 잇속만 챙겨주었다는 비난을 도처에서 받고 있다.

사실 우리 세법이 정해준 세율인 22%를 세금으로 내는 대법인은 어디에도 없다. 고작 14%~17%만 세금을 낸다. 대기업에 적합하게 각종 조세감면제도를 법으로 구비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제조업이 주도적인 건실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기업들이 10% 대의 세금을 내도록 세제가 호락호락한 나라는 없다.

법인세 인하론자들이 단골로 인용하는 소위 법인세가 낮다는 나라들은 섬나라 아니면 도시국가들이다. 싱가폴, 홍콩 등이 그 예이다. 아니면 EU 국가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일랜드 정도다. 제조업이 견인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를 어찌 서비스업으로 살아가는 꼬마 국가들과 그 경제구조와 세제를 등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기업의 직간접 지원을 받는 각종 연구소들이나 학자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하여 법인세를 더 내려야 한다고 입을 맞추고 있다. 도대체 10%대의 세금을 내는 우리 대기업들을 얼마나 더 조세감면을 해주고 싶은 것인지 식자들은 걱정이 많다.

그간 청와대의 경제 사령탑이었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과거에 학자로서 발표한 논문인 ‘감세의 경제적 효과와 귀착 - 법인세를 중심으로’를 보자. 법인세율 5% 포인트를 인하하는 경우 경제적 귀착효과를 분석한 바 결론은 소비자 잉여는 1조인 반면 생산자 잉여는 6조라는 것이었다. 법인세율 인하는 대부분 소비자보다는 생산자에게 혜택이 귀속된다고 분석하였다.

노동과 자본에 대한 귀착 분석을 하여 보니 노동에는 9.2%(0.7조)인 반면에 자본에는 75%(5.8조)가 그 혜택이 돌아가더란다. 이 외에도 법인세 감세에 따라서 소득불평등도가 심화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 감세에 따른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하여는 정부의 직접접인 재정지원으로 보완하여야 한다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사실 기업의 총비용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에 그쳐 법인세를 10% 줄여 준들 기업의 총비용에서 0.12% 포인트 정도의 감소 효과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 늘지 않는다(김유찬 교수)는 분석도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로 국세통계연보(2014년 기준)를 보면 한국 기업들의 총비용은 3,560조원이고 이 가운데 법인세 납부세액은 43조원 정도였다. 즉 법인세가 국가 세수에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기업의 비용에 가해지는 부담은 낮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최고구간 38%인 소득세율에 비해 법인세율이 20~25% 정도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것이다.

국기문란행위로 인하여 중대한 사안인 법인세 인상을 국회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어 어쩌면 졸속 처리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내년 예산은 무려 400조다. 올해보다 증액 편성된 거대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국민이 낸 세금은 소중하다. 세금을 함부로 거두면 아니 된다. 역사가 말하듯 정권이 바뀌거나 나라가 바뀌었다.

현장에서는 성과를 의식하여 개별적으로 세무조사에서 오버하는 일들도 있는 모양이다. 정말 그러면 아니 된다. 아울러 세금을 함부로 쓰면 아니 된다. 꼭 써야 할 곳에만 써야 한다. 강남의 모녀에게 흘러 들어갈 일이 아니다. 국가의 방향을 좌우할 이슈이지만 세입과 세출은 지금 여의도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세금이 곧 국가다.


김진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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