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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세금이여, 잘못된 정치에 침을 뱉어라
[국세(國稅)칼럼]세금이여, 잘못된 정치에 침을 뱉어라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6.1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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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주필

.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과 함께 국세청의 핵심가치로 제시한 균공애민(均貢愛民)은 이제 세금을 거두는 국세행정의 기본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금을 균등하게 하여 백성을 사랑한다.’,는 이 의미는 ‘세금’의 균공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차분하게 웅변해 주고 있다. ‘균공’이 곧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균공애민’과 뗄 수 없는 댓구(對句)가 절용축력(節用蓄力)이다. ‘재정을 절약해 힘(국력)을 축적한다.’는 뜻이다. 피땀으로 노력한 백성들에게 세금은 균등하게 거두되, 거둔 돈은 알뜰하게 써서 힘을 축적하자는 뜻이다.

영조는 직접 쓴 ‘속대전’ 호전의 제목을 ‘균공애민 절용축력’으로 적었고, 세금을 관장하는 호조 당상 청사의 벽에 손수 ‘節用蓄力 均貢愛民’이라는 어필을 써서 걸었다.

조선의 왕들이 이토록 세금의 징수와 지출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은 균등하게 거두지 않고, 아껴 쓰지 않으면 나라의 존망과 바로 연결되는데다 필연적으로 극심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실제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세금징수가 문란하고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됐을 때면 반드시 국가적으로 ‘큰 탈’이 났었다.

국세청은 징세기관인 만큼 나름대로 겸손을 발휘해 징수 차원에서의 ‘균공애민’만 차용해 쓰고 있지만 실은 ‘절용축력’이 없는 ‘균공애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허망함과 다를 것이 없다. 설사 목숨 걸고 노력해 ‘균공’을 이뤘다 해도 ‘애민’을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균공’에만 눈에 불을 켜고 있고 ‘절용’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관행화 돼 있다. 그 토양에서 최순실 독버섯이 피었고, 정치권은 이를 돕거나 방조했다.

 

. 촛불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이 난국에 모처럼 여야가 손을 잡고 국회에서 무려 400조5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촛불에 빠져 정상적인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간단하게 불식시키면서 국회는 거리에서 허겁지겁 들어와 내용도 채 살펴보지 않고 ‘욕심 충만한’ 예산을 챙기고 다시 거리로 나갔다. 정부 부처가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는 진기록마저 남겼다. 이 난국에 중앙정부·지방정부 할 것 없이 속으로는 축제다.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다음 날 전국 각 지역의 지방신문 뉴스 제목을 살펴봤다. 단연 축제분위기였다.

‘경남道 사상 최다 7조461억원 내년 예산 확보’

경상남도는 예산안 통과 직후 언론에 “사상 최다로 확보한 국비예산의 시너지를 통해 당당한 경남시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홍준표 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이 같은 결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전남 내년도 국비 예산 사상 최초 6조원 돌파’

축제 분위기의 호남 지역신문 제목이다. ‘이처럼 전남 예산이 증액된 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야 양당이 경쟁적으로 호남 민심 챙기기에 나선 데다, 새누리당까지 가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분석도 실렸다.

‘내년 대전시 살림살이 역대 최대’

충청이라고 빠질 수 없다. 대전시는 ‘내년도 예산에 당초 반영되지 않았던 지역 현안사업에(까지) 예산이 추가 편성되면서 각 사업 진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며 환영했다. 대전시 기획조정실장은 지역 언론에 나와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권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국회의원과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결집으로 이 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셀 수없이 많다. 지면이 넘쳐난다.

광주·전남지역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인 이개호 의원에 대해 지역 언론에서는 예결소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당백(一當百) 노력’을 기울였다고 극찬했다. ‘예산 흐름을 꿰뚫는 경륜과 끈끈한 인맥, 끈질긴 노력 등 3박자가 주효’해 전남 사상 최대의 예산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세금 제 멋대로 쓰면서 국정을 농단한 ‘불의’를 규탄하기 위해 광화문에 수백만 국민이 모여 촛불을 들고 있는 사이 대한민국의 내년도 400조5000억 세금은 이렇게 ‘확정’됐다.

누가 작은 도둑이고, 누가 큰 도둑인가? 누가 직무를 유기하고 국정을 팽개쳤는가?

세금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

 

. 대한민국 국민, 기업 모두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시기다. ‘이게 나라냐’의 시대를 맞으면서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경기는 지하로 실종됐다. 우리 경제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들어섰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 챙기는 사람이 없다. 경제의 독약인 ‘불투명’과 ‘불확실’은 정치가 제공 해놓고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년도 경제정책은 제대로 밑그림도 그리지 못해 어떻게 돌아갈지 예상도 못하면서 국민에게 거둘 세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큰 보따리채로 떠 넘겨졌다. “자, 이대로 ‘균공’하시오?”

법인세율과 누리예산을 맞교환하고, 최순실이 마저 뜯지 못하고 남긴 ‘주인 없는 갈비’를 놓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거물 정치인들이 쪽지 넣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그렇게 ‘타결’이 됐다.

이제 내년 예산은 확정됐고 남은 것은 오로지 국민 몫의 세금이다.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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