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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책, 살처분이 최선?…백신 개발 왜 못하나
AI 대책, 살처분이 최선?…백신 개발 왜 못하나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12.1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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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늑장대응 피해 고스란히 농가과 국민이, 의지와 태도 선행돼야
▲ 매년 되풀이되는 AI 농가 살처분에 피해 늘어 정부·지자체 위기관리 능력의 심각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한달이 되었지만 진압되기는 커녕 피해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불안한 정국으로 당국의 초기 늑장 대응이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정작 매년 되풀이되는 사태를 미리 대비하는 백신은 왜 못 만드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경기지역만 해도 H5N6형 고병원성 AI의 확산으로 1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또 이번에는 기존의 H5N6형과는 다른 H5N8형이 경기도 안성천의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검출돼 더욱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 H5N6형에 H5N8형까지 두 가지 형태의 AI가 동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출된 이 AI 바이러스는 현재 경기도 뿐 아니라 제주도를 뺀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H5N6형과는 다른 바이러스 유형으로,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역대 최악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전남지역과 경남 지역에서도 야생조류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전국이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매년 겨울만 되면 농가에서 대량 살처분해야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어 구제역처럼 조류에게도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효과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수의학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력으로 백신 제작은 어렵지 않지만 AI 백신을 사용하면 경제적 측면과 인체에 대한 위해성 면에서 우려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백신 제작의 기술적 핵심은 백신 시드(백신 제조용 균주로 순수하게 분리해 배양한 세균)의 확보와 제조 공정이다. 과거 한국에서 유행했던 조류독감 형질의 시드 바이러스는 이미 각 연구기관에 확보됐고, 대부분 1차 실험실 임상 단계까지 마친 상태다. 최근 유행하는 고병원성 H6N6 형의 경우도 시드 확보가 진행 중이다.

이후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실제 농가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에게 백신을 투여하고 반응을 관찰하는 현장 임상실험 단계를 거친다. 육계의 경우 생후 40일 정도, 산란계는 1년에서 2년 정도 걸린다. 임상을 마친 후 수억 마리 분의 백신을 양산하는데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 비용·시간 필요, 인체유해 가능성도

더우기 AI는 변이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과거 발병한 H5N1형과 H5N8형은 비슷한 유형이지만 혈청 구조 등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AI 바이러스는 중국 광동과 홍콩에서 넘어온 H5N6형이지만, H5N6형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한국에 오며 저병원성 AI가 재조합돼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즉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근 유행하는 H5N6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도 다음 해 또 다른 형질의 AI가 발병할 경우 기존의 백신은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가금류에도 오리와 닭이 다르고, 닭에도 육계, 산란계 등 종류가 많으며, AI 변이도 활발해 발병 때마다 맞춤형 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백신이 효과가 없을 때 책임져야 할 무게가 가볍지 않아 정부에서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인체에 대한 유해 가능성이다.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과 가축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가금류에 백신을 사용하면 AI에 감염돼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몸에 남는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지만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고 안심한 상태에서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과 오리를 사람이 음식으로 섭취하는 과정에서 만약 인체에 해로운 형태로 변이가 일어나도 알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겉으로는 멀쩡하기 때문이다. 인력과 비용 문제 때문에 유통되는 모든 가금류를 검역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인필 충북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실제 AI 백신만 10여종을 사용하는 중국에서 AI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와 부담 때문에 정부는 백신 사용보다는 살처분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백신을 쓰지 않더라도 백신 개발을 위한 인프라는 구축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송창선 교수는 "바이러스의 변이는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AI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즉시 비상용 백신(Emergency vaccine)을 생산해 써야 되는데, 지금처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백신 사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아예 관심을 끊을 것이 아니라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개발에 대한 보건당국의 연구와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AI 출현 초기 대응마저 늑장을 부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백신 개발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경제성과 효과를 놓고 저울질을 한다치더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마저 미온적이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참사는 매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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