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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불평등·양극화·포퓰리즘
[국세(國稅)칼럼] 불평등·양극화·포퓰리즘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7.01.2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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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환경 위험 증대 등을 향후 10년간 세계를 위협할 3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얄미울 정도로 현실적인 기반 위에서 미래 의제 제공이 뛰어난 WEF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이제 경제 분야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우리의 정치·사회·문화 등 삶의 전 분야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성장에 방점을 둬 온 WEF가 새해 이슈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에 초점을 맞춘 것을 두고 당연히 앞으로 펼쳐질 파장이 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문제지만 향후 더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분열의 대부분이 이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이제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기가 힘든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는 일자리와 아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족한 일자리 내지 부실한 일자리는 일반의 예상을 넘는 진전된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누가 어떤 진단을 내리든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극단으로 불거지는 ‘절대적 부작용’의 눈치만 살피는 상황마저 보편화되고 있다.

‘단지 적극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이미 심각한 병폐를 노정하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국가 사회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사상 초유의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고달픈 현실이지만 이미 우리가 기반하고 있는 시스템은 근본적 한계에서 필연적인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

문제는 분명 존재하는데 듣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Ⅱ.

아무리 바쁘고 경황이 없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준비는 언제나 진지하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경황이 없을 정도로 바삐 돌아갔던 초유의 상황들도 결국 ‘이제는 차분하게 조명해 보자’는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WEF 총회에서 정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핵심 주제로 부상한 것도 원인을 헤쳐 나가면 불평등과 양극화로 찾아진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초반부터 포퓰리즘과 짙은 연관이 있었고, 실업과 빈부 격차가 일반적 상식을 넘는 포인트에 불을 붙였다. 아직 구체적 컬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세계경제는 이미 기존 질서에서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트럼프의 극단적 자국 이기주의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에서 확인됐듯이 각국의 정치 리더십은 갈수록 대중 영합으로 치닫고 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가의 기류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말 꺼내기조차 민망한 형편이다.

이미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우리사회에는 곳곳에서 포퓰리즘 바람이 기운을 돋우고 있다. 검증 없이 남발된 공약이 포장지에서 다 나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죽기살기식 포퓰리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재원에 기반하지 않는 복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고, 이를 표시나지 않게 넘어가기 위해 무차별적인 편법이 동원되는 것을 뻔히 경험하고도 다시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의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재벌 재산은 일단 몰수하고 국가도 대청소 한다는 초강력 클린 캠페인도 시작됐다.

영국의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우리나라에 미국,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4번째로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동시에 고장이 났지만 어디서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물을 곳조차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Ⅲ.

국민 대부분이 현실을 포기하면서 ‘돌아가는 상황’에 간신히 선을 대고 있지만 이 국가적 무기력이 언제 끝날지 단지 노심초사할 뿐이다.

세계적 과제가 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비하는 것은 고사하고, 헌법적 기초가치마저 극단적으로 훼손되고 국민상식은 뒤범벅이 돼 굳이 진영을 구분하는 것조차 사치인 시절을 지금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그것도 자극적 표현이 맨 앞에 서서 늘 이슈인 양 이끌어가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대결의 한 수단이고 국민 먹고 사는 문제는 근본적 수정을 요구받고 있지만 관심조차 기울일 여지가 없이 빡빡하다.

기현상. 그나마 그동안 ‘철없는’ 세수가 과도기 평형수 역할이라도 했지만 계속 기대하기는 난망 그 자체다. 지금 추세대로면 올 우리의 세금거둘 기반은 크게 허약해 질 것만은 분명하다.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이다.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위에 포자된 포퓰리즘의 독버섯. 대한민국이 그냥 풀어가기엔 너무 무거운 과제가 됐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첫 참석한 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 시장은 열려있다’며 세계화 첨병을 선언하고, 슈밥 회장은 ‘다보스에 내린 햇빛’이라며 장단을 맞췄다. 아베 일본 총리는 터키 교량 수주를 위한 현장외교에 발품을 판다는 뉴스도 이어진다.

나라 지탱하고 국민 먹고 사는 문제인 현안에는 손도 쓰지 못하면서 거리에 넘쳐나는 ‘구호’가 불평등·양극화·포퓰리즘으로 달리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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