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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세렝게티 법칙’에 시선이 가는 이유
[국세國稅칼럼] ‘세렝게티 법칙’에 시선이 가는 이유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7.0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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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창 영

Ⅰ. ‘최상위 포식자 사자도 검은꼬리누(gnu·소과의 포유류)를 모조리 먹진 않는다.’

요즘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는 ‘세렝게티 법칙’(션 B. 캐럴 著)을 소개한 한 서평의 제목이다. 70종 이상의 포유류와 500종 이상의 조류가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아프리카의 대표적 생태공간인 ‘세렝게티 평원’에서의 균형과 조절의 법칙을 설득력 있게 분석한 캐럴 교수의 이른바 ‘세렝게티 룰’은 오늘을 사는 인간에게 던져주는 의미 또한 아주 크다.

오로지 처절한 힘으로만 작동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질서와 완벽에 가까운 균형·조절 기능이 정밀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어찌 보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부러워 할 일인지도 모른다.

‘세렝게티 법칙’의 골자는 균형과 조절이다. 넓은 평원에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깨지지 않는 조절과 균형의 순환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평원에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급증하면 풀이 모자라 초식동물의 30%는 굶어 죽게 되고, 역병이 들거나 육식동물의 수가 급증해 초식동물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포식자인 사자나 하이에나 먹이가 사라지면서 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체온과도 같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어 열을 내는 것이 인간의 ‘항상성’이다. 그 소중한 인간 체온 36~37.5도가 곧 자연이다.

사냥이라면 최고 수준의 육식동물이지만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탐욕스럽게도 냉장고에 쌓아 두고 먹는 일이 절대 없다. 자연의 균형과 조절이 작동되는 이유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현실은 다르다. 인구 약 30억 명 규모이던 1960년 인간은 그해 지구 자원의 70%를 사용했고, 1980년대 100%를 달성하더니 현재는 150%를 쓰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게 되었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통제불능을 넘어 붕괴로 치닫고 있다. 그것도 엄청난 불평등과 양극화가 종점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지만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Ⅱ.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소득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9%를 차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하위 20%는 전체 소득의 3.6%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소기업 매출이 늘고 고용과 임금이 올라가면 이는 곧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활성화로 연결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다. 오랫동안 대기업 성장 지원 위주의 경제정책을 편 결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선거철 말만 번드르르 했지 찬밥신세였다.

전체 기업 중 0.1%의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를 넘는다. 99% 중소기업 전체 매출을 모아봐야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대기업 근로자 12%가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본과 장비가 부족하고 생산성과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에 근로자 88%가 매달려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이 오늘날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원인을 굳이 따져 보자면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곪을 대로 곪은 불평등 양극화의 병이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어디에다 대고 분노를 풀 곳조차 없는 딱한 형편이다.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나라에서 사람의 가치와 형편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그 불평등과 양극화가 회복불능의 길로 폭주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잘못된 정치에 촛불을 들고, 그 어마어마한 대중이 질서를 지켜 나가는 모습을 본 외신이 감탄에서 이제는 원인을 찾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도 살펴야 한다.

Ⅲ.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 인터네셔널의 위니 비아니마 총재는 “한국의 촛불시위는 ‘불평등(inequality)’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경제사건”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외신들이 연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광장의 흐름을 두고 우리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이슈를 찾기 시작한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불신이 높아지고 당연히 저신뢰 사회가 형성된다. 북유럽의 경우 상위 10%와 하위 10%의 차이가 3배가 되지 않지만 우리는 10배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자 16명의 재산이 하위 30% 재산과 비슷한 규모다.

OECD 통계에서도 나타나듯 우리는 그야말로 저신뢰 사회에 이미 진입해 있다. 타인에 대해 믿지 않고, 제도에 대해서도 믿지 않는, 이것이 너무 심해서 극단적 수준으로의 저신뢰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 핵심적 요인이 불평등·양극화의 심화에서 찾아진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촛불도 정치사건에서 경제사건으로 분석되기 시작했다.

불평등 양극화 해소에 대한 ‘아주 특별한’ 대책을 정교하게 마련하지 않는 한 우리는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부자는 부자대로 빈곤층은 빈곤층대로 갈등하며 상처 내는 ‘전쟁’은 이미 예고됐다. 왜곡된 경제구조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균형과 조절기능이 절실한 시점이다. 만약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 우리가 치러야 할 과제는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세금의 역할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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