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량과 결제 금액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어렵게 벌어 해외에서 펑펑 쓴 것은 아닌지 국내 경기불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 금액도 늘었지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6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이 해외에서 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143억 달러로, 2015년(132억6400만 달러)보다 7.8%(10억3600만 달러)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사상 최대치다. 2011년(86억190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년 사이 65.9%(56억8100만 달러) 뛰었다.
작년 사용액을 연평균 원 달러 환율 1160.4원으로 환산하면 약 16조5900억원이다.
해외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것은 해외여행객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국민은 2238만명으로, 전년도 1931만명보다 15.9% 늘었다.
해외 결제 카드 금액의 증가세는 내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지출 항목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2.4%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카드로 쓴 사용액의 증가율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의 3배를 웃돌았다.
물론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쓴 금액도 107억800만 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6.6%(6억6000만 달러) 늘었지만, 재작년 메르스 사태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724만명으로 전년보다 30.3% 급증했다. 그러나 2014년에 외국인이 국내에 쓴 카드 사용액(115억7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선영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차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과 일본인 등 해외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1인당 씀씀이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