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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사위 제2소위의 ‘法理농단’
[데스크칼럼] 법사위 제2소위의 ‘法理농단’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7.03.13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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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억지논리로 계류시켜

“56년 전 만들어진 사문화된 세무사법 개정은 당연한 것”

다수가 개정당위성 인정, 소수가 반대하면 부결 "법치주의 위반"

일간 NTN편집장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8:0)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입니다. 파면 사유 핵심은 최순실씨의 사익추구에 관여,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사익추구에 따른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위반하고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헌재의 탄핵결정문은 우리 조직사회에서 남용되고 있는 권력형 부조리에 경종을 울리는 또 하나의 교훈입니다.

◆1만2천여 세무사 법사위소위 결정 불만

한국세무사회 1만2천 세무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세무사법 제3조3항의 개정 법률안(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부여 폐지)’이 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지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지난 2월24일이었죠. 천신만고 끝에 법사위 제2소위 심의에 오른 세무사법개정안은 심의에 돌입한지 40여분 만에 또 계류되고 말았습니다. 계류는 남은 회기 중에 재논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통과 유보인 것입니다.

사안의 문제는 계류 사유가 법리적으로 정상처리 되었나하는 것입니다. 이날의 심의과정을 지켜본 세무사회 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객관성을 띤 취재기자들까지 결과에 불복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반대 논리가 법리에 부합되지 않았고 다수위원의 찬성을, 소수위원의 반대로 묵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사유인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크게 벗어나는 결정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법사위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세무사신문 “법사위 이기주의”비난

1인 시위벌이는 이석정 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

행여 법사위가 변호사단체의 사익을 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1만2천여 세무사들의 대변지 세무사신문(3월2일자, 제695호)은 “법사위 제2소위 다수위원,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법안' 통과주장 불구 계류시켜"라는 글을 싣고 있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법사위 제2소위 위원장이 ‘법리논리’에 맞지 않는 이유를 내세워 계류시켰다는 지적입니다.

그의 논리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헌법재판소에 비슷한 안건이 계류되어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로스쿨 출신자를 비롯한 변호사가 한해에 2천여명씩 배출되는데, 이들에 대한 생계대책도 없는데, 업무영역을 세무사에게 그대로 내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이와 같은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는 위원은 참석위원 8명 중 위원장 외 1명뿐 나머지 6명은 세무사법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수위원들 “사문화된 법 내려놓지 않으면

특정단체 사익추구 의혹 받아”자성의 목소리

오신환 위원 등 다수의 위원들은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다변화되어 전문영역이 늘어가는 과정에서 세무사라는 전문영역의 직역을 인정해야 한다”며 “ 문제의 세무사법이 제정 된지 반세기를 훨씬 넘어 쓸모없어 사문화 되다시피 한 법을 기득권을 가졌다고 내려놓지 않으면 자가당착적 이기주의 모순”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위원은 ‘직무유기’라고까지 했습니다.

주광덕 위원은 “헌재에 제기된 세무사법 위헌제청 및 로스쿨 출신 변호사 양산문제는 별도의 정책적인 문제이지 이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인데, 법리를 왜곡하고 억지주장을 하며 법조문상 문제가 있고, 충돌이 있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직무유기가 아니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윤상직 위원도 뼈가 있는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법사위와 법안소위의 권한과 권능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며 “위원장이 법사위 권한 밖의 체계와 자구수정 조정까지 제대로 하지 않고 뭉개고 넘어간다면 과연 법안소위의 권한이 뭔지를 알려달라”고 받아쳤습니다.

회의진행을 지켜보던 금태섭 위원도 “이것은 잘못 가고 있다”며 통과를 반대하는 위원장을 공박했습니다. 금 위원은 “오래된 누더기 법안을 로스쿨 졸업생들 때문에 통과를 안 시킨다면 법사위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맞느냐고 묻고 싶다. 변호사가 세무사일을 하고 싶으면 세무사시험을 보면 된다”고 개정 법률안 통과를 지지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위원이 개정법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김진태 위원장 등 2명 위원의 반대로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통상 국회 의원회의나 각 상임위원회의 심의 의사결정은 과반수 또는 2/3이상 찬성이면 통과되는데 소위원회 의사결정은 위원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안 되는 만장일치 의결로 처리되기 때문에 56년 만에 손질하려는 ‘변호사의 세무사자동 자격 부여 폐지’는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법안소위의 전원 동의 의결은 국회법이나 규정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관례가 굳어져 '규정화' 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법치국가에서 다수의견이 묵살되고 소수의 의견에 의해 중대한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되고 또한 부결된다면 자칫 국익보다 사익에 치우칠 수 있다는 불합리한 점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세무사법 제3조3항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에게 세무사자격을 덤으로 주는 제도>입니다. 이 법의 개정 사유는 1961년 세무사법을 최초로 만들 때 세무사를 양산하기 위한 임시조치법 성격으로 태생된 것입니다. 이젠 경제환경이 바뀌고 세정-세무제도가 다양화-전문화되면서 변호사는 법률사무, 세무사는 세무를 업무영역으로 확연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변호사, 세무사업무를 다르게 분류하고 있고 전문자격사 시험도 따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부여 폐지는 정부에서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난달 법사위 제2소위에 개정법률안 취지 설명을 하기 위해 나온 기획재정부 최상목 제1차관은 “변호사시험을 보고 합격한 사람과 세무사시험을 보고 합벽한 세무사의 전문영역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면 세무사자격을 동시에 취득하게 되는 것은 지독한 특혜이며 특권입니다. 그리고 2003년 이전에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니면 어차피 세무사등록을 못하게 법으로 막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은 2003년 세무사법 개정에서 조문정리 수준의 법 개정에 불과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억지 논리를 펴고 특정단체를 비호하는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의 처사는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법리농단’ 및 ‘사익추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세무사고시회 임원들 4차 국회앞 1인시위 재개

하지만, 좌절의 아픔을 삼키고 있는 백운찬 세무사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은 계류된 개정 법률안을 다시 들고 뛰며 회원님들의 격려와 성원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내내 추위에 떨며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펼쳤던 세무사고시회 임원들도 지난 7일부터 4차 1인 릴레이시위를 재개했습니다. 백운찬 회장은 1만2천 회원이 하나로 뭉치면 더 이상의 ‘법리농단’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정의는 불의를 반드시 이긴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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