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파면에 이르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검찰 조사가 네명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장 시간 동안 이뤄지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이 21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22일 아침 검찰청사를 나왔다. 16시간 20분 가량 조사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록했다.
올림머리에 진한 청색코트 차림으로 22일 오전 6시 55분 검찰청사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아직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나", "국께 한 말씀 해달라"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없이 검정 에쿠스를 타고 삼성동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앞선 세명의 전 대통령 조사와 달리 검찰조사가 길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입회한 유영하 변호사는 "조사 내용이 많아 검토할 내용이 많았다.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당연히 조사할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범죄사실 혐의가 13가지에 달하고, 전직 대통령 신분 특성상 또다시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마라톤 조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 조사시간은 두번의 식사와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11시간 남짓이고, 조사만으로는 14시간 가량 진행된 오후 11시 40분께 종료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조사열람 시간에 7시간을 소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종료 후 신문조서를 꼼꼼하게 다시 열람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향후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단어와 문구, 문맥 등이 불리하게 적힌 경우 최대한 수정을 요청하면서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질문까지 만들어 '예행연습'을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재단 강제모금,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서 진술 거부를 하지 않았지만 진술 내용 등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는 어떤 조사도 받지 않은 채 권좌를 내려온 그의 신변은 이제 자신이 임명했던 검찰의 손에 맞긴 셈이 됐다.
대통령 재직 시절 시종일관 "불찰" 혹은 "엮였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던 모습에서 뭇매를 부른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끝났지만 국민적 관심은 그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차고 넘치는' 증거로 보거나 뇌물공여로 이미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형평성' 문제로 볼 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4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7시간동안이나 신문조서를 다시 검토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대통령 재직시절 '세월호 사건' 때도 이의 절반만 꼼꼼함으로 챙겼다면 하는 뒤늦은 아쉬움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