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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想칼럼] 세무조사는 왜 하는 거죠?
[稅想칼럼] 세무조사는 왜 하는 거죠?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5.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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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논설위원

사업을 하는 기업인들은 4~5년마다 가슴앓이를 한다. 세무조사 때문이다. 물론 세무조사를 받아야 마땅한 기업들도 많다. 고의로 혹은 미필적 고의(?)로 세금을 덜 내는 기업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무리 성실히 신고한들 여전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은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 정기조사 혹은 순환조사라는 조사관리 체계 때문에 3~5년에 한번씩 매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실기업도 3년이 지나면 노심초사가 시작된다. 올 것이 또 올 것이기에. 

떳떳하면 왜 걱정이냐고? 떳떳해도 걱정이다. ‘모든 세무조사는 반드시 추징이 따른다’는 세간의 통념 때문이다. 이게 통념이 아니라 Fact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다. 부정직한 납세자들만 존재하는 나라이거나 세무조사가 대개는 실적위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 말이다. 정말이지 세계에 자랑스러운 굴지의 기업조차 조사가 끝나면 수천억씩 고지서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미디어들은 “무슨 무슨 대기업 ‘탈루세금’이 수천억”이라고 대서특필하곤 한다. ‘탈루’라는 말로 기업인들 가슴은 멍든다. 탈세로 오인되기 딱 좋아서다. 물론 외국에는 탈세로 타전된다. 기업과 국익이 함께 훼손된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늘상 있는 일이기에.

기업인들은 하소연한다. 요즈음 감히 매출누락을 하는 용감한 이가 어디 있냐고 반문도 한다. 추징은 주로 매출인식기준의 차이, 혹은 충당금 설정 범위의 차이 등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 등에서 오는 것들이란다. 이런 건 다년도로 보면 세금 누락은 없다고 한다. 다만 특정연도의 과세표준이 다를 뿐이라는 거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탈루’, ‘탈세’라는 엄중한 용어들이 서슴없이 신문 지상을 덮고, 인터넷을 달구어 기업을 매도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참 어려운 나라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감히 이의제기도 못한다. 한국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튀다가 정 맞으면 그냥 간다고 생각한다. 기업인들은 바란다. 제발 ‘추징’이라는 말만 써주면 감사하겠다고.

그렇다면 이렇게 수천억씩 고지되는 세금은 과연 온전히 국고로 들어갈까? 아니다. 거액일수록 약속이나 한 듯 불복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란다. (사실 고액일수록 불복이 많고 국가 패소가 늘어난다) 세금을 탈루한 것도 아니고 관점의 차이라면 세법에는 ‘납세자의 회계처리를 존중하라’는 규정까지 있으니 말이다. 거액의 조세소송사건들에서 최종적으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들을 목도할 때 마다 우리는 세무조사의 ‘과세품질’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다. 왜 저런 과세가 되어야만 했을까를. 이런 판결이 나오면 언론은 또 “3천억 조세불복, 과세관청 패소하다!”라고 마치 관청 탓 하는 듯한 제목을 뽑는단다. 기업인들은 말한다. ‘과세관청이 패소’한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승소’한 것으로 전달하여야 옳다고.

우리 행정부처는 유능하여 결코 이길 사건을 지는 곳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법부도 정의로울진대 당연히 이길 사람이 이겼다고 제목을 뽑아야 옳지 않겠느냐는 거다. 우리 행정부처의 조직력과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은 국회만 입법 권한을 갖지만 한국은 그 반대다. 한국은 행정부가 입법안을 준비하고 실질적 입법을 주도하여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입법부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부가 납세자의 손을 들어준 건 기업의 승소이지 과세관청이 패소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거다. 과세관청의 쟁송능력을 탓하는 기사는 그만 쓰고 그 대신 왜 납세자가 이길 거액의 과세를 반복하는지 그 원인을 탐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나와서인데 많은 이들은 5년 순환의 정기조사가 성실도 검증과 세수 더 거두기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5년 마다) 잘 해도 조사고 못해도 조사면 성실신고를 할 필요가 있냐는 거다. 이건 정말 정부가 고민하여야 할 질문이다.

꼬박 꼬박 정기조사를 할 거면 아예 추징거리를 준비해 두어야 서로 불복도 없고 손님 맞이(!)에 걸맞은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부실신고가 일반화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된다. “파도 파도 (적출이) 안 나오니까 조세쟁송까지 갈 쟁점까지 과세하지 않느냐. 기업들의 Tax planning이 잘못된 거다”라는 어느 조사팀장의 조크(조크라기엔 좀 더 진지하였다고 한다)가 회자되기도 하니 우리 모두 고민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세무조사로 얻는 국고는 미미하다. 그렇다면 정기조사는 추징실적이 근본 목적이 아니라 성실납세를 확인 유도하는 심리적 견제장치로 존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무조사가 세수를 더 거두어 가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의 조사관리체계는 분명 재조정(reshaping) 되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추징 위주로 조사(investigating)가 진행될 것인지, ‘성실도 확인’을 위한 테스트(Exam)로 진행될 건지는 향후 조사관리의 갈림길이다.

지난 번 헌법 용어 지적에 이어 이 번에는 세법 용어도 언급하고자 한다. ‘조사’는 investigating이다. 말 그대로 탈세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조사’라는 용어는 어의(語義)상 이미 범칙의 성격을 띤다. 설마 정기조사를 받는 기업들이 모두 범칙 혐의 대상자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간 본지가 누누이 이야기하여 왔지만 모든 납세자가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 용어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도 들어서는데 세법 용어만이라도 친화적으로 다듬기를 제안한다. 성실신고 여부의 확인이 목적이라면 조사라는 용어 보다는 ‘성실신고 실사’ 혹은 ‘성실신고 검증’ 정도의 대국민 친화적인 용어 사용을 진지하게 고민하였으면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상대로 조사라는 용어를 그리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우리 모두 되돌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일반 납세자들에게는 Tax Exam(세무 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Tax compliance (신고 성실도)를 확인하여 보는 절차로서 Exam (실사, 검증)를 하여 본다는 취지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조사’는 탈세 case에만 사용한다. 따라서 ‘성실도 실사(Exam)는 Exam division(실사국)에서하고, 세무조사(Investigating)는 CID(Criminal Investigation division, 범칙 조사과)에서 구분하여 하고 있다.

‘조사’라는 범칙용어를 일반적인 세무검증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면 주권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박탈행정일수록 민심을 중히 여기고 용어라도 먼저 순화하여야 한다. 기존의 일반 조사는 ‘Exam’ 수준의 (성실도 실사, 성실도 검증 혹은 더 적절한) 용어로 바꾸고, 범칙혐의 case만 ‘조사(Investigation)’를 사용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일 듯싶다.ꠗ.

 


김진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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