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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문재인 정부’의 재정 시험대
[國稅칼럼] ‘문재인 정부’의 재정 시험대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7.05.19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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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주필

Ⅰ. 세금이 잘 걷힌다. 세수진도가 순풍에 단 돛이다. 세정가에는 ‘임환수 청장은 세수 복은 타고난 사람’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극심한 불황에 이처럼 세수가 탄탄하게 나가니 당연히 나올만한 말이다.

지난해는 그렇다 치고, 올해 1분기 국세 수입도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주 발표한 올 1분기 국세수입은 69조9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도 28.8%로 1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정부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24조7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올해도 3월에만 2조3000억원이 더 걷혔다.

세목별로 보면 세율인상 도전을 받고 있는 법인세가 가장 많이 걷혔다. 1분기 누적 법인세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한 1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수진도율도 31.8%였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결과다. 부가가치세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입액의 영향을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한 16조4000억원이 걷혔다. 소득세는 2월 특별급여 감소 등으로 3월에 4000억원가량 감소했지만 1분기 누계로는 8000억원 증가한 17조5000억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수호황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올 들어 전문가들은 “세수 호황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최근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 수출이 늘면서 설비투자 등으로 인한 수입액도 함께 증가해 부가세도 더 걷히고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 법인세 수입도 양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팍팍한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가운데 국세수입이 착실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역시 주변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왜?

Ⅱ. 복지에 관한한 문재인 정부도 지난 선거에서 많은 공약을 걸었다. 복지정책 골자는 ‘생애 맞춤형 소득 지원 제도’에 맞췄다.

영유아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 젊은이들에게는 ‘청년구직 촉진수당’,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확대'등을 추가로 공약하기도 했다. 복지 분야에만 연평균 18조7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계됐다. 민주당 대선 공약 전체에 필요한 예산(연평균 35조6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 같은 수치도 어림잡은 것이다. 공약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혜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부모 육아 부담을 덜자는 취지에서 공약된 신설 ‘아동수당’의 경우 0~5세 아동에게는 월 10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인데 연간 최소 2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청년구직 촉진수당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업 준비생에게 최대 9개월간 월 30만원씩 준다는 내용이다. 약 5400억원의 재원소요가 예상된다.

노인복지는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지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20만원 기초연금이 지급되지만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내년부터는 25만원, 2021년부터는 30만원씩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더구나 ‘기초연금 30만원’이 깎이는 일 없도록 현행 국민연금 수령액과의 연계 제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선거 당시 캠프 측 기초연금 자체 추계만 연간 4조4000억원이었다. 여기에다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확한 추계가 없다.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혀 일단 숨 쉴 틈은 주어졌지만 공약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벌써부터 복지공약에 대한 조심스런 주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복지 공약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다, 대선 기간 제대로 논의도 못 했기 때문에 필요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고 있다.

솔직히 이번 대선의 경우 탄핵에 이은 급작스런 보궐선거여서 제대로 공약내용을 깔끔하게 손질할 시간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인수위 과정이 생략돼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조율이 취임 초 필요하다는 주문도 내고 있다.

여기에다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걸었던 경제정책에 대해 구체성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 큰 그림에다 추상적이고, 아직 흐름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책우선 순위를 정확히 정하고, 제대로 재정을 투입하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 불편한 말을 감추다 보면 ‘증세없는 복지’로 말아먹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Ⅲ. 냉정하게 접근해 보자.

세수가 풍년이고 국세청이 땀나게 세금을 거둔다고 해도 지금 국가재정 전체는 여전히 적자다. 국세수입에 세외수입, 기금수입 등을 포함한 1분기 총수입은 113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2000억원 감소한 117조3000억원으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조9000억원 적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1분기에 14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2007년에 6조8000억원의 흑자를 보인 이후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였다. 연간 적자 규모도 2013년 이후 21조~38조원대로 커지고 있다. 올해도 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면 28조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새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일자리 추경을 편성할 경우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세수호조와는 별개로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 보면 재정이 팍팍하다. 이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지는 문재인 정부가 부여 받은 과제다. 재정 시험대에 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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