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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想칼럼] 무서운 골프공
[稅想칼럼] 무서운 골프공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6.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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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

제1화-스크린 골프장에서 9번 아이언을 휘두르다 떨어져 나간 헤드가 바닥에 튀면서 자신의 눈에 맞아 실명한 40대 의사가 있었다. 이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 스크린골프장 주인일까, 튀도록 설계한 골프존일까, 아니면 부실한 골프채를 수입한 판매업자일까?

법원은 골프장 주인에게 약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쯤 되면 스크린 골프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재판부는 골프장 측이 골프채 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제2화-접대 골프 이야기다. 병원장 부부가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제약사 병원담당 이사와 영업팀장과 라운딩을 했다. 그런데 4번 홀에서 영업팀장이 티샷을 한 공이 그만 오른쪽 앞에 서 있던 원장 부인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결국 왼쪽 눈을 실명한 병원장 부인은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골프를 친 것이므로 제약사가 책임지라고 소송을 냈다. 누가 보아도 그럴 법 하다. 

그러나 판결 결과는 달랐다. 제약사는 책임이 없고 잘못 친 영업팀장과 골프장이 9천만원을 연대해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캐디가 안전 진행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골프장에 사용자 책임을 물은 것인데 그렇다면 제약사는 왜 빠졌을까? 제약사측은 영업팀이 제약사에 골프 사실을 보고하거나 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없고 사적으로 골프를 친 것이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과연 영업팀이 사비를 들여가며 사적으로 병원장 부부를 접대했을지 궁금해진다.

이 경우 유의할 점은 피해자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은 점에서 40%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주말 골퍼들은 생크나 픽사리를 예사로 하는데 동반자들은 매번 조심할 일이다.

제3화-A씨는 포천에 있는 골프장 6번 홀 티 박스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날아온 공에 눈을 다쳤다. 9번 홀에서 친 골프공이 카트 도로에 튀면서 그만 A씨의 왼쪽 눈을 명중시킨 것이다. 공을 친 사람의 책임일까? 카트 도로 탓일까? 

법원은 골프장이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6번홀과 9번홀이 가까워 골프장 측이 보호시설 등을 설치하여 예방할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 등이 인정된다는 거였다. 대부분의 경우 약자인 캐디에게는 배상책임을 묻지 않고 골프장 측에 배상을 시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렇다면 티잉 그라운드보다 앞선 지점에 있던 캐디가 티샷한 공에 맞아 엄지 손가락이 골절되었다면 누구에게 배상책임이 있는 걸까? 골퍼인가, 골프장인가? 법원은 캐디 책임 70%, 골퍼 책임 30%로 보았다. 골퍼가 티샷을 할 때는 반드시 전방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캐디는 티샷을 할 때 미리 앞으로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였다. 

캐디는 골프장 측에도 소송을 냈다. 늘 빠른 경기를 재촉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기각하였다. 그러나 늘 진행에 쫓기는 캐디들을 안타까이 보아온 주말 골퍼로서 정말 인과관계가 없는지 의문이 든다.

제4화-이런 경우도 있었다. 선행팀 캐디의 종료신호를 보고 자기 팀 캐디의 지시에 따라 볼을 쳤는데 아뿔싸 앞 팀 골퍼가 맞았다. 이런 경우 누가 배상하여야 할까? 판결은 볼을 친 사람은 룰대로 하였으니 책임이 없고 오히려 맞은 사람에게 20%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1심에서는 골프장 책임을 100%로 보았으나 서울고법은 부상을 입은 자에게도 20%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재판부는 퍼팅을 마친 뒤 캐디가 종료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았으면 골퍼는 신속히 그린을 벗어났어야 했는데 늘보 짓을 하다가 공에 맞은 과실을 20%로 본 것이다. 홀 아웃 선언하면 재빨리 나오는 것이 신상에 좋을 듯 하다. 

골프 사고는 앞에 본 네가지 사례의 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승진이 날아가고 직업이 흔들리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잘 나갈수록 조심하여야 하는 게 골프다. 김영란법까지 시행된 이후 공직자는 골프를 나가야 하는 날과 누구와 치느냐를 가리지 않으면 엉뚱하게 낭패를 본다.

승진을 앞둔 공직자 A씨는 직장 동료 B씨의 초청으로 별 생각 없이 골프를 쳤다. 그런데 감찰의 조사를 받고 말았다. 평소 B씨가 타깃이었는데 A씨까지 휘말리게 된 것이다. 승진은 커녕 A씨는 서울에서 먼 곳으로 전보되었다. 그야말로 장타를 맞은 골프공 신세가 된 것이다. 그는 결국 승진을 접고 세무서장으로 예편하였다.

정권에 따라서는 공직자를 다잡는 수단으로 골프금지령을 내리곤 하였다. 그러면 골프장에 차량번호 내사하는 감찰반이 돌곤 하였다. 골퍼들과의 숨바꼭질 결과 중간 지점 명문 주차장도 생겨났다. 골프장 가는 중간에 공영 주차장에 주차해놓고 다른 차로 옮겨 타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런 삼엄한 시절에 골프장 목욕탕에서 서로 발가벗은 채 감찰 직원과 맞닥뜨린 분도 있었다. 감찰 직원이 씩 웃더란다. ‘아이코~ 감찰에서 부르겠구나’ 싶었는데 무사히 넘어갔단다. 감찰 직원도 골프를 쳤으니 할 말이 없었던 게다. 

그러다 보니 골프를 반드시 삼가야 하는 날이 있다. 현충일이다. 현충일만큼은 집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거나 뒷짐 지고 둘레길을 걸으며 국태민안을 걱정해야 한다. 물론 나라에 큰 불상사가 나도 골프만큼은 조심해야 한다.

흠을 잡는 데는 어디 골프뿐이겠는가. 음주운전, 접대부 술집, 도박, 성희롱 등 메뉴가 즐비하다. 청문회라도 거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논문 인용에서부터 주민등록 이전도 신중해야 한다. 혈기방자한 젊은 시절부터 연애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 

그나저나 청문회를 개선하지 않는 한 장차 이 나라의 쓸만한 공직은 모두 신부님과 수녀님들만이 차지할 것 같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평생 쫓기는 장발장 신세 같은 우리 공직자들을 보노라면 국회의원들은 집요하게 쫓는 자베르 경감을 닮은 게 아닌가 싶다. 자베르는 결국 자살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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