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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想칼럼] 신사는 다 어디로 갔나?
[稅想칼럼] 신사는 다 어디로 갔나?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7.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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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선적이고 할 말을 다 하는 이를 ‘솔직한 사람’ 혹은 ‘화끈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크나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본심을 드러내는 언행은 즉흥적이고 무례할 수 있다고 여기므로 ‘혼네(本音, 속마음)’를 바로 말하지 않도록 교육 받는다. ‘다테마에(建前, 겉 마음, 예의)’로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고자 하며 와(和)를 지향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개인의 감정이나 혼네(본심)을 다 말하다 보면 갈등이 늘 수 밖에 없다. 절제하고 에둘러 이야기하는 다테마에(예의)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효용이 있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일본인이 이중적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구 삼가려 하는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있다 보니 전철이나 버스와 같이 타인과 함께 하는 곳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으며 통화조차 삼간다. 이런 메이와쿠 문화는 무려 에도 막부시대로 올라가며 예의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사회다. ‘화끈한’ 한국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말을 다 하지 못하면 ‘화병’이 생길 정도다. 차라리 의사전달에 다테마에 같은 여과 장치를 수입하여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한민족이 남북으로 나뉘고, 남남이 갈등하고, 세무사회가 갈등하는 이유가 궁금해서다. 이런 갈등 앞에서 ‘타인은 모두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한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말이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국회가 울고 갈 지경으로 분쟁이 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세무사회 회장 선거 분규를 바라보는 세무사들은 ‘이런 꼴을 보려고 세무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탄한다.

요즈음 회장 선거 불복 갈등을 보노라면 보는 이들이 부끄러워 손발이 마냥 오그라든다. 예의를 갖춘 다테마에는 없고 욕심과 비방의 혼네만 난무한다. 도대체 신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필자는 수십 년간 칼럼을 써왔지만 한국세무사회 일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해 왔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칫 어느 한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갈등이 워낙 심하다 보니 세무사회를 위하여 제도적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세무사연맹인 AOTCA 총회 스캔들만 해도 그렇다. AOTCA에 한국세무사회측이 기존 한국인 회장 내정자를 보이코트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측의 완강한 요구로 일본인 회장이 한국인 회장 대신 1년을 더 연임하게 되었다 한다. 그렇게까지 가는 데는 사연과 곡절이 있었겠지만 외국인들에게 비친 한국인들의 그런 모습이 과연 어땠을까는 불문가지다. 비록 안에서는 싸우더라도 외국에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처신하였어야 옳았다는 지적들이 많다.

타 협회를 거명하기가 조심스럽긴 하나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의 급여는 한국세무사회 회장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이 없다. 그런데도 전직 장관이 나서서 봉사직으로 받아들이고 뛰고 있다. 선거 분규도 없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에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크기가 그렇게 클 이유가 있는가에 대하여 회원들의 이견이 분분하다. 이제 청와대조차 대통령 가족의 식사대를 받고 있다. 검찰청도 특수활동비로 휘청하였다. 판공비 타령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차제에 공인회계사회처럼 회장 급여를 현격히 줄여야 혼탁 선거가 사라지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이는 회장과 임원직을 이 참에 아예 무보수 봉사직으로 전환하여야 고질병이 확 고쳐질 거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회장 급여나 판공비성 자금을 축소하겠다는 후보 공약은 매우 유의미하였다. 과거에 어느 후보는 아예 급여를 안 받고 그 돈으로 청년 세무사들을 지원하겠다던 분도 있었다. 그러나 오비이락인지 그런 공약을 천명한 후보들이 번번히 선관위의 자격박탈 강 스파이크를 맞은 것을 두고 회원들간에 말들이 많다. 좋은 공약을 가진 강력한 후보들에게 두 번씩이나 자격 박탈 결정이 반복되는 것이 과연 대승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하여 제도적 우려가 넘친다.

불법 선거활동들이 적발되고 심지어는 국정원 요원들이 댓글을 달았어도 대통령 후보의 자격 박탈이나 당선 무효는 없었다. ‘과잉금지원칙’이 작용한 거다. 강물에 잉크 몇 방울 떨어뜨렸다고 강물 전체를 오수라고 하지는 못한다는 이론이다. 전국의 회원들이 현격한 표 차로 유력 후보를 당선시킨 경우조차 맘만 먹으면 몇 가지 사유를 들어 회원들의 다수 뜻을 뒤엎는 선관위 결정을 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하여서는 시시비비를 떠나 향후 반드시 개선하여야 할 적폐 규정이라는 지적이 넘치고 있다.

만사는 제도로 골격을 잡아주어야 한다. 후보를 내칠 요건 규정이 세무사법에도 없고 세무사회 회칙에도 없다. 세무사회 내 운영규정 수준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니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선거관리규정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마치 대통령을 정부시행규칙으로 탄핵할 수 있는 형국이다.

모 정치인을 잘 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지엽적인 주장까지 당선무효의 이유가 되었다는 현실은 그 진위를 떠나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유치해 보여 전국의 세무사들을 슬프게 한다. 목하 미스터 피자나 호식이치킨 회장이 사고를 저질렀는데 엉뚱하게도 전국의 가맹점 주인들이 사업 위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무사회 주요 회무직을 놓고 선거 분규나 갈등을 키우면 키울수록 따가운 사회적 비난과 불이익은 전국의 세무사들에게 모두 돌아간다.

정말이지 새로운 회장은 향후 많은 제도개선을 모색하여야 한다. 좋은 제도가 좋은 회를 만든다. 회장과 임원들을 스스로 봉사직으로 바꾸고, 선거관리규정의 내용을 법에 넣거나 적어도 회칙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후보 자격 박탈의 요건들은 모두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는 어느 분이든 전국의 회원들을 ‘화합’시키고 회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메이와쿠 문화를 세무사회에 심을 수 있는 신사(紳士)가 회장이 되길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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