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國稅칼럼] 부자들이 뿔났다
[國稅칼럼] 부자들이 뿔났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7.07.19 09: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영 주필

Ⅰ. 올 세제개편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산적한 세제개편 현안을 일단 뒤로 넘기는 분위기다. 분명 세금은 더 거둬야 하는데 세율을 올리거나 특정 분야의 세금을 강화하는 등 세제개편 내지 세제개혁은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거론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 세제개편은 세법개정 수준에서 정리해 정기국회에 넘기고, 지금부터 준비해 내년에 세제를 대규모로 개편 내지 개혁한다는 계획을 흘리고 있다. 내년 지방 선거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시기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 또한 다분하다. 세제개편 내지 개혁은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어쩌면 추진하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금에 큰 변동을 주려면 정권 초기 말 그대로 칼날이 예리할 때 추진해야지 자칫 죽도 밥도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세제를 개혁해 3년 차에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인데 5년 임기와 모든 정권이 겪었던 임기말 현상이 빨리 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세제개혁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조세 정의 구현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내 걸었던 각종 공약 재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거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 80% 이상이 부자 증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는데도 집권 초반 지지 동력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특히 세제개혁을 굳이 정기 세법개정에 맞춰 진행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이 시점에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올 세법 개정안에는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3대 세목의 세율 조정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세금은 더 거둬야 하는 만큼 세율 적용구간 조정이나 각종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입기반은 가능한 한 크게 확충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준비는 덜 됐고, 인심은 잃기 싫고, 세금은 더 거두고 싶은 딜레마에서 정부가 ‘묘수’의 이름으로 허둥대고 있다.

Ⅱ. 세제를 개편하든 개혁하든 세금 거둘 곳은 만만치가 않다. 근로소득자 절반이 소득세 한 푼을 내지 않는 현실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고, 정부의 시선이 몰리는 쪽은 오직 부자 내지 큰 법인들이다. 이름도 아예 ‘부자 증세’다.

대법인, 대재산가, 고소득 전문직 등 소위 돈 있는 곳을 두고 세금의 빨대를 꽂으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물론 세수편의를 위해 간접세를 만지작거리기도 하지만 일단 대의명분은 대법인, 대재산가,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기본방침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내세워온 '부자 증세'의 목적은 세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각종 공약 재원 마련과 조세 형평성 확보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로 요약된다.

특히 '부자 증세'로 대변돼온 직접세 인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가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부의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게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을 거둘 포인트를 부자 쪽에 맞추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대법인이나 부자들에 대한 세금 역시 거두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그동안 경기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세금을 거의 ‘달인’ 수준으로 거둬들여 왔다. 당초 전망과 예상을 뛰어 넘는 혁혁한 전과를 연이어 올려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치빠른 국세청이 이미 ‘부자 증세’를 일부 활용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자 증세 세제개혁에 앞서 국세청 차원에서 이미 부자들의 세금이 빠질만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차단과 함께 실질 세부담 증가를 실현해 온 것이다. 각종 세금 신고 전에 거의 세무조사 수준에 걸맞는 정답표를 ‘신고 전 안내’의 이름으로 제공하며 ‘뒷탈 없게 내시라’고 요구해 왔고 대부분 부자들이 ‘아이고, 차라리 맘 편하게 살자’로 순응하며 세부담을 늘여왔다. 실질적인 부자 증세였고, 그 결과를 정부가 이미 향유하고 있다.

Ⅲ. 문제는 대법인이나 대재산가, 고소득자들이 세금에 관해 아주 피곤해 있다는 점이다. 만만한 것이 무엇이라고 세금 문제로 들고 팰 대상은 후렴구처럼 언제나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과거처럼 가급적이면 세금을 빼려고 혈안이 돼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해석에 이견이 있는 일부 내용을 빼고는 웬만하면 세금내고 살려는 것이 이들의 인식인데도 세금 문제만 나오면 이들은 뭇매의 대상이 된다.

열심히 경제활동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도 그건 아주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어깨 한번 두드림을 받지 못한다. 하다못해 납세자의 날이 와도 ‘열심히 경제활동하고 세금 많이 내서 고맙다’는 말도 듣지 못한다. 대법인, 대재산가, 고소득자들은 당연한 일이니까. 돈 벌어 고용하고, 세금내고 욕먹는 것이 이들이다.

대신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포상자를 발굴하려고 일선 관서들마다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올 세제개편은 없지만 내년을 두고 작업은 시작됐다. ‘부자 증세’가 골격이고 그 대상이 큰 법인, 재산 많은 사람, 소득 높은 사람이다. 국세청에서 이미 행정으로 손 봤고, 기획재정부가 제도로 다시 손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피곤해 하고 있다. 기분 좋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사업하고, 고용하고, 세금내고 사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팰 생각만 하니 신이 날 리가 없다.

소득세 한 푼 안내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것도 여론이지만 실제로 나라 살림을 채우는 이들의 소리 없는 불만도 간단한 여론으로 봐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부자들이 단단히 뿔이 나 있을 것이다. 이들의 화를 풀어 줄 그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세제개혁 이전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