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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국세행정에서의 적법절차에 대해
[國稅칼럼] 국세행정에서의 적법절차에 대해
  • 감병욱 논설위원
  • 승인 2017.08.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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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법절차 원칙과 미란다 판결

▲ 감병욱 법무법인 삼익 변호사 겸
    <국세신문> 논설위원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란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해진 일련의 법적 절차를 말한다.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과 제3항(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기존에 적법절차 원칙이 가장 문제가 된 곳은 형사법 분야이고, 그 대표적인 예는 미란다 원칙으로 알려져 있는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이다.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1963년 3월 18세 소녀를 납치하여 강간하였다는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고, 그 소녀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되었으며, 미란다의 서명날인이 있는 자백이 적힌 진술서도 증거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란다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였고, 진술 거부권도 효과적으로 보장받지 못하였으며, 피의자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고지되지 않았으므로 자백이 적힌 진술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미란다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2. 우리 대법원의 판례 동향

최근 우리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납세자의 권리인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기회를 박탈하여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하기 전에 이루어진 처분은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12.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비록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기회가 박탈되었다 하더라도 납세자는 이후 불복 절차(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소송 등)를 통해 충분히 구제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는 실체적 타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판결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위 미란다 판결과 같이 혐의가 증언이나 제반 정황에 의해 명백한 사례에서도 절차를 지키지 않은 수사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추후 구제절차가 있음을 이유로 ‘과세전적부심사청구라는 납세자의 법률상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준수하여야 하는 원칙이라고 천명하였고(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위 과세전적부심사청구 판결 이전에도 세무조사 절차 과정에서의 위법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한 판결들을 거듭하고 있다.

잘못된 세무조사결정에 대해서는 이후 부과처분을 기다리지 않고도 곧바로 다툴 수 있고(대법원 2011.3.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세무조사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여 이루어진 조사는 위법하며(대법원 2014.6.26. 선고 2012두911 판결),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다 하여 그 과세기간에 대해 (특별한 사정없이) 다시 세무조사를 할 수 없고(대법원 2015.2.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대법원 2015.9.10. 선고 2013두6206 판결), 종전 세무조사에서 이미 조사된 자료를 이유로 다시 세무조사를 할 수 없으며(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두6083 판결, 대법원 2015.5.28. 선고 2014두43257 판결), 신빙성이 없는 탈세제보에 의해서는 동일한 과세기간에 대해 거듭 세무조사를 할 수 없고(대법원 2011.5.26. 선고 2008두1146 판결), 현지확인도 경우에 따라 세무조사로 볼 수 있으므로 위 현지확인 이후 동일한 과세기간에 대해 다시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7.3.16. 선고 2014두8360 판결).

3.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처럼 대법원은 과세당국 역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적법절차 원칙에 따르지 않은 세금 부과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형사법의 미란다 원칙처럼, 국세행정에서의 적법절차 원칙도 향후 확고히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납세자 역시 법률에 정해진 절차들이 모두 지켜져 더 이상 억울한 느낌이 들지 않을 때 과세를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국세공무원들은 국가세수의 확보 및 성실납세 환경 조성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절차적 하자로 그러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적법절차 원칙의 준수에도 더 많이 신경 쓰기를 기대해 본다.

 


감병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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