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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세금탈루 목적의 위장이혼에 대하여
[국세(國稅)칼럼] 세금탈루 목적의 위장이혼에 대하여
  • 감병욱 변호사
  • 승인 2017.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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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병욱 (법무법인 삼익 변호사)

1. 법률가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종종 일반인의 시각과는 다소 동떨어진 판결들을 접하곤 한다. 법률가의 입장에서는 그 결론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일반인들이 이러한 결론에 동의할지는 의문인 판결들이 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판결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2. A는 B와 혼인하였다가 협의이혼 하였고, 이혼한 지 몇 달 후 A는 보유한 아파트를 양도하였다. A는 양도한 아파트가 1세대 1주택 비과세에 해당한다고 하여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혼 후에도 A와 B는 실제로 혼인관계를 지속하였고, B가 7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관할 세무서장은 A의 아파트 양도를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주택 양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60%의 중과세율을 적용하여 A에게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과연 A와 B의 협의이혼이 위장이혼에 해당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위장이혼에 따른 효력으로 A를 B와는 별개의 1세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고, 여기에는 당초 A와 B의 협의이혼의 효력이 문제된다.

3. 이 사건 1심 및 2심 법원은 여러 가지 정황을 들어, A와 B는 양도소득세를 면탈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하였고 이혼한 후에도 실제로 혼인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으므로, A와 B는 모두 1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렇다면 관할 세무서장의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원에서 판단의 근거로 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A와 B는 이혼 후에도 계속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였고, A는 B의 어머니로부터 방 1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이혼신고 한 지 6일 만에 B의 어머니 소유 아파트로 전입신고 하였으며, 이혼한 후에도 A와 B는 다수의 금융거래를 하였고, A와 B는 협의이혼 신고한 지 1년 만에 다시 혼인신고를 하였다.

4. 필자가 보기에도 A와 B가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으로 이혼하였다고 판단할 만한 여러 정황들이 충분한 사안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1심 및 2심 법원은, 위와 같이 위장이혼을 하였더라도 양도소득세 계산 시 세대분리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5. 그러나 대법원은 1심 및 2심 법원과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대법원은 “협의이혼에서 이혼의 의사는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 하에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그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그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원용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혼하였거나 이혼 후에도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이혼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6두35083 판결). 즉, 대법원은 비록 조세를 회피할 의도로 위장이혼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혼을 무효로까지는 볼 수 없으므로, A는 B와는 분리되어 별도로 1세대를 구성하게 되고, 따라서 A는 1세대로 1주택을 양도한 것이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6. 생각건대, 대법원은 A와 B는 가정법원의 협의이혼 절차에 따라 이혼한 만큼, 과세당국이라도 그 효력을 쉽게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협의이혼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법원이 제공하는 안내 또는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민법 제836조의2). 안내 또는 상담 후에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신고 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민법 제836조). 더구나 협의이혼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이혼 당사자 중 일방이나 쌍방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자신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이혼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이유로 가정법원에 이혼의 취소를 청구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당초 이루어진 이혼의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민법 제838조).

7. 과세당국의 입장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을 이 사건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거래의 영역에서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거래구조를 부인하는 경우에 통상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될 뿐이고, 거래의 영역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가족관계(혼인, 이혼, 친자, 입양 등) 영역에까지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더구나 민법이 협의이혼의 효력을 부인하는 명확한 규정(민법 제838조)을 두고 있어, 과세당국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임의로 협의이혼의 효력을 쉽게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혼관계라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해서는 이혼 과정에서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므171 판결)을 조세의 영역까지 확장한데 의미가 있다. 다만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서라면 협의이혼도 불사하는 일부 자산가들의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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