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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부실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
[국세(國稅)칼럼] 부실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
  • 감병욱 변호사
  • 승인 2017.12.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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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행정소송 후 패소로 환급해 준 금액 5458억원
▲ 감병욱 (법무법인 삼익 변호사)

1. 국세청의 국정감사에 자주 지적되는 사항 중 하나가 국세청의 ‘부실과세’이다. 통상 국세청이 얼마나 ‘부실과세’를 하였는지는 주로 조세심판원이나 조세소송에서 국가(국세청)가 얼마나 패소하였는지 기준으로 삼아 판단한다. 

2. 올해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작년인 2016년에는 조세행정소송 건수 기준으로 국가 패소율이 11.5%, 금액 기준으로 국가 패소율이 16.4%이고, 조세행정소송에서 국가가 패소하여 환급해 준 금액은 2016년에만 5,458억 원에 달한다.

3. 국가 패소율이 높아진다면 어김없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무리한 과세’라는 비판이 국세청에 제기되곤 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조세심판원이나 조세소송에서 패소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패소한 그 과세처분이 부실과세라고 할 수 있을까? 심판이나 소송에서 패소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무조건 과세처분을 한 국세청에 돌릴 수 있을까? 조세심판원의 불복 절차나 법원에서의 소송 절차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4. 조세심판원의 불복 절차나 법원에서의 소송 절차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들 사이에서 공격과 방어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우선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조세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또한 심판결정문을 받은 납세자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원의 소송 절차가 시작된다. 납세자는 주로 대리인을 통해 작성한 서면에서 근거를 제시하면서 과세처분의 위법함과 부당함을 다투고, 이에 대해 국세청은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반박하게 된다. 

5. 이렇게 납세자와 국세청간에 공방이 오고 가면서, 양측은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논리나 주장을 제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근거자료를 제시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한다. 종종 납세자측이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제출하지 않은 비용 자료를 제시하면서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해 달라는 주장을 하여, 불복이나 소송이 납세자가 제출한 비용 자료의 검증 과정으로 되는 경우도 있다. 

6. 심지어 어떤 소송에서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당시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나 과세처분의 근거 법령을 변경하기도 한다(행정소송에 처분사유의 추가 및 변경은 2심인 사실심 변론 종결시까지 허용된다). 만약 국세청이 세무조사 당시에는 주식 증여로 보아 납세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였는데, 소송 과정에서 주식 명의신탁이라고 하여 증여세에 대한 처분사유를 변경하였다면, 납세자는 주식 증여가 아니라는 기존의 주장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신 주식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처음부터 다시 하여야 한다. 당초 세무조사 당시 문제된 논쟁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7. 이처럼 불복이나 소송 과정은 세무조사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한 주장이나 자료들이 난무한 동적(動的)인 절차이다. 이러한 불복이나 소송 과정을 고려한다면, 세무조사 당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과세한 국세청이 이후 불복이나 소송에서 패소하였다고 하여 모든 책임을 국세청에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8. 더구나 납세자가 잘못 신고하였다가 추후 국세청에 환급해 달라는 경정청구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설령 경정청구 이후 불복이나 소송 절차에서 국세청이 패소했다고 할지라도, 곧바로 국세청이 부실과세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당초 납세자의 잘못된 신고가 있었을 뿐, 국세청의 잘못된 과세는 없었기 때문이다. 

9. 한 해에 소송을 통해 환급해 준 5,458억 원은 금액 면으로 볼 때 적은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위 금액은 242조 원이라는 2016년 전체 국세청 세수의 약 0.2%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더구나 건수 기준 11.5%를 패소하였다고 함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건수 기준 88.5%를 승소하였다는 것인데, 처리 사건의 90%에 육박하는 승소율이란 어떤 유능한 변호사도 달성하지 못한 경이로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10. 국민의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인 국세청은 당연히 부실과세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패소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추후에는 무리한 과세를 지양(止揚)하여야 한다. 또한, 실제로 과세를 할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무장하고 과세근거도 완비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불복이나 소송에서의 패소율이라는 수치만으로 부실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사안을 단순하게만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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