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56 (금)
[국세(國稅)칼럼] ‘롱 패딩’과 세무조사
[국세(國稅)칼럼] ‘롱 패딩’과 세무조사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7.12.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창영 주필

Ⅰ. 입소문을 탄 이른바 ‘평창 롱 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이 한겨울 추위를 무색케 했다. 유행도 이쯤 되면 열광이고 전쟁이다.

솜이불을 덮어쓴 듯한 ‘롱 패딩’이 올겨울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 사이에서는 ‘롱 패딩’이 가히 선풍적인 인기여서 등하교 길 학교 앞을 뒤덮을 정도로 가히 그 열기를 실감케 한다.

한동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로 불린 다운 패팅 점퍼가 유행을 휩쓸었다. 가격이 비싸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그 패딩 점퍼였다.

올해 유행하는 ‘롱 패딩’은 가성비가 뛰어나고 걸그룹 아이돌 등 인기 연예인들이 과감하게 이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에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한 백화점이 한정판 평창 롱 패딩을 착한 가격에 내 놓으면서 올 겨울 유행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우리가 흔히 ‘롱 패딩’이라고 부르는 이 상품은 새로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미 익숙한 디자인이다. 흔히 스포츠 경기장에서 많이 봤을 디자인이다.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대기할 때, 혹은 단체로 이동 중 입는 긴 외투를 연상하면 쉽게 이미지가 다가온다. 검정색과 흰색 등 단순색상에 가로로 큼지막한 퀼팅이 잡힌 바로 그 옷이다.

지금은 전 국민이 쉽게 ‘롱 패딩’으로 통일 해 부르고 있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전문적으로 통용되는 이 옷의 공식 명칭은 ‘롱 퍼퍼(Long Puffer 퀼팅으로 누빈 다운점퍼)’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롱 퍼퍼’라는 정식 패션 용어를 놔두고 ‘벤치 코트’ ‘벤치 다운’이라고도 불렀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중 벤치에 앉아 있거나 이동 중에 주로 입었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처음 이 패딩 점퍼가 등장했을 때만해도 언론에서는 ‘롱 퍼퍼’ ‘벤치 다운’ ‘벤치 코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졌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이해가 편하고, 통용이 간단한 ‘롱 패딩’으로 불리더니 명칭의 흐름 자체가 ‘롱 패딩’으로 정해졌다. 정식 디자인 명칭 따위는 제쳐두고 국민들은 ‘롱 패딩’으로 통일한 것이다.

국민은 패딩 점퍼가 길면 ‘롱 패딩’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롱 패딩’은 ‘평창 롱패딩’이다. 촌스러운 것 같지만 간결하고 적확하다. 어찌 보면 이것이 국민의 속성이고 힘이다.

Ⅱ. 국세행정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을 꼽으라면 이는 단연 세무조사 분야다. 이 대목에서는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개선요구 목소리가 높은 곳도 세무조사이고, 국세청 당국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개혁의 핵심도 역시 세무조사 분야다.

아마 역대 국세청장 중 취임하고 나서 세무조사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지 않은 청장이 없었다. 무수한 명분과 의욕을 내세우며 자신의 임기 안에 세무조사 업무를 말끔하게 개혁하겠다고 수 십 년 동안 나섰지만 미안하게도 오늘 우리의 세무조사 행정은 여전히 빗발치는 개혁의 화살을 한 가운데서 맞고 있다.

실제로 세무조사 행정을 꿰뚫고 있던 어느 국세청장은 취임 후 곧바로 세무조사 개혁을 추진하면서 세무조사 행정의 A부터 Z까지 모두 바꾸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면서 두꺼운 개혁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말이 쉬워 A부터 Z까지지 이는 모두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마누라·자식마저도 빼지 않겠다는 의지였고, 일반적 개혁의 차원을 넘는 것이었고, 실제로 당시 세무조사 행정 내외에 깔려있던 이른바 불합리·비합리의 ‘적폐’가 속속들이 꺼내져 공개 심판을 받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 배경을 딛고 흘러 온 세무조사 행정인데 아직도 개혁의 이름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정식 조직 옆에는 늘 ‘개혁 TF’를 꾸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쉽고 이해가 어려운 대목은 노력의 결과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 국세행정 중에서 세무조사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이처럼 정교한 규정과 내부 지침이 마련된 행정도 드물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부터 시작해서 법령은 물론 국세청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지침이나 훈령, 여기에 ‘지시사항’까지 감안한다면 세무조사 행정은 옆으로 빠지려고 해도 빠질 구멍이 없을 정도로 촘촘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적어도 외양상 시스템은 그렇다. 그 머리 좋은 사람들이 그동안 이처럼 공을 들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한 참 부족하다는 평가가 떠나지 않고 있다. 세무조사 행정의 현실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 그럴까?

Ⅲ. 국세청은 이미 알고 있다. 세무조사 행정에서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고, 무슨 지적을 받고 있는지는 꿰고 있다. 일전에 ‘국세행정 개혁TF’가 과거 세무조사를 점검하는 과정을 보면 그 안에 웬만한 문제는 모두 짚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단계부터 조사 진행 과정에서의 다양한 사례나 지적사항들이 드러나고 있다. 단지 이 개혁 TF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세무조사 행정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될 때면 예외 없이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드러나 왔다.

문제는 문제점을 몰라서 개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물론 세무조사 업무의 특성이강하게 작용하겠지만 뻔히 알면서도 개선이 어렵고, 단골로 지적을 받고, 신뢰를 잃는다는 점이다.

그 치밀한 운영규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골로 개선요구를 받고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 행정이 욕을 먹는 핵심내용이 무엇인지 객관적 시각에서 진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잘 짜인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서도 운영과정에서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어차피 조사행정은 기계적인 평가와 점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특성이 있다. 그런데도 ‘책임’ 문제 때문에 ‘틀’을 너무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무리한 세무조사’가 항상 문제를 일으키고 지적을 받지만 ‘무리한’의 개념은 태생적으로 정량적 측정이 어렵다. 그런데도 이를 과학적 방식으로만 해결하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비록 디자인 용어가 ‘롱 퍼퍼’라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쉽고 편하면서도 정확한 길로 간다. 패딩이 길면 ‘롱 패딩’인 것이다. 굳이 근원과 의미를 따져 ‘퍼퍼’니, ‘벤치’니 동원해 봐야 특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세무조사의 문제는 ‘무리한 조사’에 있다. 간결하고 적확하게 한번쯤 되짚고 볼 일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