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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 칼럼] 국정 전면에 나선 국세청
[國稅 칼럼] 국정 전면에 나선 국세청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8.02.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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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주필

Ⅰ. 높은 분 방문 전에 충분한 안내를 했는데도 눈치 없는 ‘김밥집 매니저’는 거침없이 야속한 말을 내놓고 있었다. 먹고살기 팍팍하고 경기가 가라앉아 장사는 힘든데 줄줄이 오르는 것만 많다며 퉁명스러운 말투를 이어갔다.

청와대에서 높은 분이 직접 나와 모처럼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거창한 취지는 현실의 냉정한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도 시장으로 나갔지만 역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예산을 대거 투입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소상공인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며 선물 보따리를 풀려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선물은 무슨 선물이냐’며 애써 관심을 외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당시 공약으로 약속했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영세중소상인들의 충격파가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논란의 소지를 무릅쓰며 정부가 서둘러 소중한 국가예산 3조원을 투입해 조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분을 대신 지급해 주겠다고 나섰다.

정책은 추진하면서 충격은 완화하는 방안에 정부예산이 투입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급해 정책목표를 제대로 수행해 내야하는 실무적 과제가 국정현안으로 대두됐다. 자칫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여론은 여론대로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는 것도 현실적인 숙제다.

이를 위해 청와대가 직접 앞장서고 관련 부처가 나서 대국민 홍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로서는 애가 타는 대목이다.

실제로 무리한 추진의 부작용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야당은 경제계의 반대 여론을 앞세워 초유의 공세를 높이고 있다. 연일 난타전이다. 정책의 취지는 뒤로 밀려 있고 정쟁의 빌미로 작용하는 면도 없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가 돈은 돈대로 쓰고 생색은 고사하고 자칫 덤터기를 쓸 위기에 처해 있다.

 

Ⅱ. 국세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일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 주 대덕산업단지에서 대전지역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서대원 국세청 차장은 말 그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잘 짜여진 국세청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 전국 지방국세청장이 일제히 지역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관련 간담회를 열고 있고, 곧바로 실핏줄처럼 연결된 전국 세무관서가 움직이고 있다.

확신에 찬 국세청의 움직임에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승희 청장은 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증가 및 소상공인의 매출증가로 연결된다”고 자신있게 말하면서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고, 근로자와 사업자가 다 함께 잘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확실한 개념으로 무장하고 접근하고 있다.

서대원 국세청 차장도 “최저임금 인상이 양극화 해소 및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소득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총 3조 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및 사회보험료 경감, 카드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최대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내 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 나선 한 일선 세무서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와 사업자가 다 함께 잘 사는 길”이라고 힘주어 전제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사회보험료 경감, 카드수수료 인하, 음식점 부가세 감면, 상가임대로 인상률 인하 등 이른바 정부의 5대지원 방안을 ‘힘주어’ 강조하며 사업자들을 설득했다. 세무서 차원을 넘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동이 걸리면 거침없는, 역시 국세청이다. 말 그대로 ‘신의 한 수’도 뒀다. 문제를 풀어가는 ‘일머리’를 알고 있다. 자격사 1만3000여명에 종사직원까지 더하면 막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세무사 조직도 끌어 들였다.

서대원 차장이 한국세무사회를 방문해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을 시발로 전국 세무관서장들이 여는 간담회 장소에는 지역 세무사회장들이 참석해 납세자 설득을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국정 난제에 이처럼 국세청이 나서면서 분위기가 그나마 반전되는 상황이다. “역시 국세청”이라는 고위직 퇴직 국세공무원의 말이 귓가에서 맴돈다.

 

Ⅲ. 세입 징수기관인 국세청이 징세업무 이외에 나서는 것을 두고 그동안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조직인 국세청이 중요한 국정과제에 합당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참여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권력기관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공권력을 갖고 있는데다 전문적인 업무영역을 갖고 있는 국세청이 영역을 벗어나 나설 경우 자칫 부작용과 신뢰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외 문제가 심각하면 과외세무조사를 벌였고, 부동산투기가 일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을 때면 대규모 투기조사를 벌였던 국세청이다. 당장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바가지요금 문제가 대두되자 ‘세무조사’ 카드를 요구받기도 했다. 국세청이 나서는 것은 이처럼 양면성이 내재돼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 펼치는 국세청의 이런 눈부신 ‘투혼’이 정부입장에서 반가울 수 있겠지만 국세청은 국세행정을 집행하는 전문기관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막힌 곳을 뚫어주는 국세청? 아니다.

국세행정은 특성상 범용성이 크고 연관되지 않는 곳이 드물다. 특히 소득이나 외형과 관계되는 곳이면 그대로 연결된다. 따라서 접근 가능한 분야가 많지만 일단 국세행정은 본연의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자칫 용기백배로 나섰다가 열심히 전투를 치르고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쓰라린 경험이 많은 국세청이다.

국정 난제를 풀어가는 것을 돕는 것은 몰라도 세무사까지 끌고 들어가 카드수수료에 상가 임대로까지 내려주는 것으로 국세청이 개입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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