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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는 멀고 세금은 가깝다
[칼럼] 복지는 멀고 세금은 가깝다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3.01.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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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편집국장

 

국세청이 아주 분주해졌다. 새 정부 출범이 아직 남았지만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핵심정책인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말 그대로 국세청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연초부터 세원확보와 체납세액 정리를 위한 전국 지방국세청장회의가 열리는가 하면 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세무서장회의에 이어 지방국세청장들의 일선세무서 순시가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재원확보 총대’를 멘 국세청의 눈물겨운 노력은 올 한해 일종의 ‘콘셉트’가 될 전망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연금 내지 않은 노인도 월 20만원 정도 보장받을 수 있고,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100% 책임을 진다.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306가지 정책을 담은 공약집에는 252가지 돈 드는 공약이 있고, 새누리당은 그 규모를 135조원으로 분석했다.

벌써부터 공약 구조조정 논의가 대두되는 것도 결국 돈 때문이다. 이 돈 때문에 정부 부처들마다 고민이 깊다.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투입될 복지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씀씀이를 16조원씩 줄이고 세입은 11조원씩 늘려야 한다.

올해 예산 342조원 중 159조원은 공적연금, 건강보험같은 의무 지출로 편성돼 있어 손 댈 수 없는 돈이다. 결국 나머지 183조원에서 16조원, 약 10% 가까운 예산을 줄여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편성돼 집행되는 예산을 10% 가까이 줄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재정전문가들마저 비상상황이 아닌 상태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벌써부터 마른수건도 정도껏 짜야지 결국 수건이 찢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무상보육에 무상교육, 무료진료...국민들 가슴 설레게 하는 무상복지 시리즈는 아직 제목도 다 나오지 않았다.

세입을 늘이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재정조달 기술자인 국세청이 그동안 일 안하고 놀기만 한 것도 아닌데 박근혜 정부 들어 갑자기 연간 11조원씩 숨은 세금을 발굴해 거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감면 축소 등 정책적 수단도 동원한다지만 세율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단지 숨은세원 등 세정강화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더 이상의 무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가장 기대를 거는 대목이 비과세·감면을 줄여 매년 9조원을 늘리겠다는 예상이지만 이 역시 현행 비과세 감면 규모 약 30조원의 약 3분의1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이 30조원 가운데 60%인 18조원이 중소기업과 서민 몫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서민은 지원대상인데 기왕 진행되는 비과세·감면에 손을 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세금을 오히려 줄여주겠다는 약속을 13가지나 한 상황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발상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세금 1~2조 원을 더 걷겠다는 계획은 지하경제의 속성을 조금만이라도 전제한다면 결코 만만치 않은 계획임을 실감할 수 있다.

결국 ‘지하경제와의 전쟁’ 같은 것을 선포하겠지만 말 그대로 캄캄한 지하에서 암약하는 경제를 세금 거두기 위해는 밝은 곳으로 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막연한 상황을 전제로 지출을 결정하는 것 또한 숙제로 남는다.

문제는 또 국세청이 이 같은 구상과 동일한 내용을 고유업무 내실화 차원에서 착실하게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정도 성과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숨은세원 발굴은 결과를 얻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복지정책을 수행한다고 갑자기 세수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때 발표한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복지공약 수정이나 조정은 없다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밝혀온 예산절감과 세무행정 강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 해법을 통해 135조원의 복지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19% 정도의 조세부담율을 2017년까지 21% 선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결국 직접적이지만 않을 뿐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쓸 돈을 쓰지 않거나, 못 받던 세금을 찾아내 과세하거나, 깍아 주던 세금을 다 받는 것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는 증세다.

특히 이론적으로는 군더더기가 없는 방안이지만 실행과정에서 문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체납세금 최소화만 해도 그렇다. 재산 숨겨놓고 세금 떼먹는 악성체납자는 응징돼야 마땅하지만 정말 돈이 없어 세금 못낸 서민체납자에게 “지금까지는 대충했지만 복지해야 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습니다”며 강경정리에 나설 경우 과정은 문제가 없지만 정서상 문제는 큰 자욱으로 남는다. 사연과 논리와 현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비과세·감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 발자욱도 떼기 어려운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신용카드 빵빵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탈세로 대규모 세원을 확보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올 국세청 조사국이 초단위로 일정을 관리하며 바삐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또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재원조달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세율을 올리는 등 직접적인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세금거둘 곳이 가진 계층인 만큼 톡 까놓고 부자들에게 ‘빌어서’라도 세금을 거두는 방법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화로운 수사로 출발한 복지정책. 결국 돈이 문제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복지는 멀리 있고, 세금은 아주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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