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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속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보통 회계사
달걀 속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보통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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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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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N 칼럼] - 이형수(NTN 상임논설위원)
   
 
 
최근에 우연히 관람하게 된 뮤지컬 코미디 “The Producers", 그것은 여늬 사람은 부담없이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회계사의 소심한 고민이 스며들어 있기에 같은 직업인으로서는 어쩐지 뜸드름한 데가 있는 비극적 측면이 없지 않았다. 따분하고 도식적인 현실에서 뛰쳐나가 보고 싶은 평범한 회계사의 몸부림이 보이는 듯 해서이다. 여기서 Producers는 한물간 공연기획자와 소심한 회계사, 이 두 사람의 공동 기획자를 일컫는 말이다.

몰락한 공연기획자와 샌님 회계사의 음모

브로드웨이 쇼 공연기획자인 맥스는 그야말로 손만 대면 실패를 거듭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맥스의 사무실에 어느 날 회계사 레오 블룸이 찾아온다. 결산 장부를 정리하던 레오는 공연이 망해도 돈을 남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알려준다. 공연이 실패한 것을 핑계로 투자자들의 돈을 떼어 먹는 것이다. 그 순간, 맥스는 눈을 번쩍뜬다. 맥스는 회계사 레오를 꼬드겨 투자액 200억 원을 모아서 완전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공연을 함께 기획하자고 설득한다.

그들의 계획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첫째, 가장 형편없는 대본을 구한다. 둘째, 가장 보잘 것 없는 연출가를 구한다. 셋째, 투자금을 모집한다. 넷째, 형편없는 배우를 뽑는다. 다섯째, 공연은 반드시 첫날 망하게 만든다. 망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밤을 새워가며 형편없는 대본을 찾던 맥스와 레오는 마침내 한 건을 건진다. 바로 히틀러와 나치의 제 3제국을 찬양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인 ‘히틀러의 봄날(Springtime for Hitler)’. 이 대본의 원작자 프란츠는 아직도 연락용 비둘기를 키우는 전 독일장교 출신의 나치주의자, 함께 독일 민속춤까지 추어가며 환심을 사 판권을 얻는다. 다음으로 맥스와 레오는 브로드웨이의 최악으로 소문난 부유한 게이(동성연애자) 연출가 로저를 찾아간다. 그리곤 히틀러를 게이로 묘사한 뮤지컬을 만들자고 설득해 승낙을 얻는다. 원래 게이(gay)라는 영어 단어에는 ‘쾌활한’ 혹은 ‘즐거움’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맥스는 교묘히 이 의미를 활용해 그를 공연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로저의 애인이자 비서인 카멘을 비롯해 게이들로 이뤄진 스태프가 구성된다.

한편 스웨덴 출신 배우 지망생 울라는 맥스 사무실을 찾아왔다가 놀라운 관능미를 드러내며 비서로 채용된다. 이제 맥스는 돈 많은 독신 유태인 할머니들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수표를 긁어모으며 뮤지컬 제작에 필요한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소심한 회계사 레오는 비서로 채용된 울라와 서서히 사랑에 빠지면서 어린시절부터 지녀온 파란 담요조각에서 해방된다. 소심한 그는 겁을 먹을 때마다 어릴 때 덥고 자던 담요조각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목에 감싸곤 했었다. 본격적인 오디션이 펼쳐지고, ‘초보자 대환영’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찾아온 수많은 히틀러 지원자들을 심사하지만 결국 히틀러 역으로는 원작자 프란츠가 선정된다.

망하게 되어 있는 뮤지컬에 대박이 터지고

마침내 네오 나치 뮤지컬을 표방하고 나선 ‘히틀러의 봄날’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관계자들에게 이날만큼은 ‘행운을 빈다(Good Luck)’라는 말이 금기시되어 있지만 맥스와 레오는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굿 럭!’을 외치며 망하기를 빈다. 갑작스런 사고로 프란츠 대신 히틀러 역을 맡게 된 로저로 인해 뮤지컬은 갑자기 풍자 코미디로 바뀌게 되고, 결과는 맥스와 레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히틀러에 대한 완벽한 재해석’, ‘풍자물의 극치’, ‘한 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등 극찬의 기사들이 신문을 뒤덮는다.

망하는 데 실패한 두 사기꾼의 행로

아연실색한 맥스와 레오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성공한 거지?” 이제 꼼짝없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백 억을 벌어들이지 않는 한 이들은 사기범이 될 신세다. 설상가상으로 로저에 의해 완전히 망가진 히틀러를 보고 분노한 프란츠가 사무실로 들이닥쳐 총을 쏴대는 바람에 경찰에게 이중장부를 들키게 되고, 맥스는 감옥으로 끌려가고 레오는 울라와 함께 남은 돈을 챙겨 브라질의 리오로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레오는 맥스의 재판정에 나타나 그가 외로운 할머니들에게 얼마나 희망을 주었는지, 자신에게 어떤 용기를 주었는지 역설한다. 그러나 둘 다 감옥행을 선고받았으나, 이들은 감옥에서 죄수들의 일상을 매력적으로 꾸민 뮤지컬 ‘사랑의 죄수들(Prisoners in Love)’를 탄생시킨다. 맥스와 레오가 만든 뮤지컬이 죄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는 이유로 사면을 받게 되고, 결국 맥스와 레오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작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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