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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퇴직 앞둔 국세공무원의 겨울 同行記
[현장르포] 퇴직 앞둔 국세공무원의 겨울 同行記
  • jcy
  • 승인 2007.12.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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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연수 불신…만만찮은 개업준비에 고심”
   
 
 
효과 없어 퇴임공무원 대부분 연수계획 ‘NO’
능력·경력 갖춘 인력 실질유인 프로그램 시급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눈앞에 왔다. 해마다 이때쯤 세정가는 30여 성상을 넘게 국세공무원으로 봉직하다가 현직을 떠나는 고참 선배들을 보낸다. 정년퇴임으로 또는 명예퇴직으로…. 청년을 세정에 투신해 정년으로 일 터를 떠나는 이들은 많은 소회와 함께 추억도 기억도 세정가를 ‘앨범’으로 간직한다.
국세공무원으로 평생을 일하다 세정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심경이 뒤숭숭하다. 작은 일에도 섭섭한 마음이 앞 설 정도로 예민하기가 쉽고, 허허로운 심정을 곧잘 토로하기도 한다.
퇴임 후 새 길을 가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지만 불확실성에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공로연수라는 제도를 시행하며 ‘다음’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마음에 차지 않는 대목이 많다. 30년 넘게 국세공무원으로 일하다 세정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과 ‘새내기 제2의 인생’을 사는 국세가족들의 퇴직과 관련된 솔직한 심경을 들어봤다. 그것도 12월에…. /편집자 주

‘정년퇴임’은 슬프다?!
서울 근교 N세무서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60). 그는 요즘 심경이 아주 복잡하다. 어깨에는 힘이 빠져 있는데다 표정도 시들해 보인다.

평생 일에 매달려 살아 온데다 국세공무원으로 갖는 자부심도 컷지만 요즘은 작은 일에도 늘 섭섭하고 불안하다. 10년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하지만 ‘건강’밖에 믿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박해지면서 그것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됐다.

김 과장은 얼마 전 인사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 마음이 아주 심란해 있다. 친절한 인사담당자는 퇴직이 1년 남짓 남았으니 공로연수에 대한 생각이 있으면 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는 내용.

“마침내 올 것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가득하자 김 과장 머리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로 김 과장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자신이 어느덧 정년퇴임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나는 뭘했나”는 자문자답과 함께 고민에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민을 붙잡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는 공로연수를 이용해 차분히 사회적응 기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지만 구체적 계획이 가물가물하다.

국세공무원으로 퇴직하면 세무사로 제2의 인생을 걸을 수 있다며 남들은 부러워하고 김 과장 자신도 퇴임 후 당연히 세무사로 번듯하게 ‘일’을 하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해마다 500개 세무사 사무실이 늘어난다고 하고 이미 세무사는 7500여명이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난립 상황에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먼저 나간 선배들 중 사무실은 번듯하게 차려 놓았지만 운영이 어려워 애간장을 태우는 얘기를 후렴처럼 들어왔던 터.

“아! 이것이 현실이다.”

김 과장의 공직생활은 30년을 훌쩍 넘겼다. 초년시절 다른 부처 경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국세공무원.

멋지게, 당당하게 공직을 마무리 하려고 평소 마음 먹었던 김 과장은 막상 이 시점에 와서는 갈곳이 막막하다. 공로연수는 아무리 뜯어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구체적 내용이 빈약할 수밖에 없고, 기왕 이렇게 계획을 세울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내 힘으로 뭔가를 뚫어 보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마음 한 켠에서는 “국세청도 이제 조직 차원에서 능력있는 퇴직자를 위한 뭔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경험한 정 모씨, “공로연수는 시간낭비”

정 모씨(62)는 국세공무원 현직에 근무하면서 공로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세무사 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공연연수는 내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경험하고 보니까 그냥 휴식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솔직히 체계적인 공로연수 프로그램도 없이 자신이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니 망망대해에 있는 듯 했어요.” 그에게 공로연수에 대한 필요성을 묻자 단번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씨는 자신이 경험한 공로연수에 대해 ‘시간낭비’라는 말로 잘랐다.

실제로 공로연수 기간 동안 처음 일주일간 의미 없이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미래대비와 사회적응이라는 교육을 한 것만 기억에 남는다고 혹평하면서 “기왕 배려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로연수, “취지만큼 효과 없어…”

실제로 공로연수 대상에 들어가는 국세공무원들 중 상당수는 공로연수 계획에 대해 ‘NO’라고 대답했다.

서울 D세무서에 근무하는 B씨는 “차라리 하루빨리 개업 세무사로 방향을 정해 잘 풀어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낫고 빠를 것”이라는 생각을 말했다.

B씨는 이 같은 개념을 일찍부터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고. “현직에서 실무에 집중적으로 노력 했던 사람들이 퇴직 한 뒤 나가서도 일을 더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퇴직 후 세무사로 일 할 것을 미리 준비했고, 평소 가족처럼 인연을 유지해 온 몇몇 ‘입사동기’들과 합동으로 사무소를 내는 방안을 구체화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S세무서에 근무하는 L씨. 그도 역시 공로연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L씨는 대뜸 “공로 연수 그거 가면 뭐합니까?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자리를 잡는게 낫지... 요즘엔 아랫사람 눈치 보느라 정신 없습니다”라고 말머리를 돌렸다.

서울시내 또 다른 S세무서에 근무하는 K모씨 또한 같은 생각을 비쳤다. 그는 “공로연수가 그 취지는 좋지만 목적만큼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회계사나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면 빨리 나가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공로연수’ 이대로 좋은가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공로연수는 정년퇴직예정자의 사회적응능력 배양과 기관의 원활한 인사운영을 위해 2004년 마련된 것. 필요한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년 잔여기간 1년 이내의 자를 대상으로 공로연수계획을 수립, 시행할 수 있도록 그 기준 절차 등을 정하도록 돼 있다.

6개월 전이나 1년을 남겨둔 공무원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공로연수를 신청 할 수 있다. 적정한 개인별 연수일정계획을 제출, 자신은 공로연수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러나 공로연수 과정에서 특별한 길잡이 없이 스스로 자율성을 부여 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퇴직을 앞두고 방향을 잡지 못한 이들에게는 큰 역할이 못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 제도를 퇴직자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실질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 없이 개인의 계획에 의존하거나 개괄적 교육이 그나마 형식적으로 이뤄져 실효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 제도를 “후배 공무원들의 승진을 몇 개월 앞당겨 준다는 명목으로 강제적인 불명예 퇴출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

경륜 갖춘 인력 체계적 유인 시급

정년퇴직을 앞둔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공로연수 제도가 연간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공로연수를 통해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어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체계적인 퇴직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국세공무원에 제공되는 공로연수제도 역시 획일적 운영의 범주에서 예외는 아니어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실제로 퇴직자 중에서 공로연수제도를 신청하는 비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공로연수의 필요성을 느끼는 퇴직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과 경륜을 갖춘 국세공무원이 해마다 수백명씩 관문을 나서고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도 아까운 인재가 많다. 이런 우수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유인하는 프로그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어렵다면 국세청 차원에서라도 퇴직 공무원들의 재충전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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