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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쇄신 예상 뛰어넘은 충격파
삼성, 경영쇄신 예상 뛰어넘은 충격파
  • jcy
  • 승인 2008.04.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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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대국민사과 전격퇴진 후폭풍 예고

“갈길 멀고 할일 많지만 모든 허물 안고 떠난다”

“다 떠나면 항공모함 누가 이끄나” 경제계 우려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은 예상을 깬 ‘충격파’ 그 자체였다.

“저는 오늘 삼성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고 할일이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가겠습니다.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22일 오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대국민사과 및 퇴진성명을 전격발표 했다.

“쯧쯧, 선장을 잃은 삼성은 이제 어디로 갑니까”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지켜본 50대 초반의 남자는 혀를 차며 세계 초일류 기업의 문턱에서 자멸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눈시울까지 붉혔다.

경영쇄신안을 놓고 ‘과감한 결단’ ‘국민을 놀라게 한 충격’ ‘다 떠나면 누가 거함을 이끄나’ ‘아쉽지만 잘했다’ 등 각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이날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 주요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건희 회장 퇴진, 홍라희 리움관장 사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퇴진 ▲이재용 삼성전자CCO퇴진 ▲그룹전략 기획실 해체▲사장단 협의회구성 ▲대외대표 이수빈 삼성생명회장 ▲삼성카드사 보유 에버랜드주 매각 ▲4조5000억원 차명재산 공익에 사용 ▲은행업 진출 안해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 사임 등이다 /편집자 주

◇이재용 전무 경영권 승계 ‘이상무’

삼성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한 지 20여년만에 퇴진한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현장 취약지역에 전보되어 경영수업을 더 쌓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따라서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상속.승계 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재계와 삼성 안팎에서 보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실장 이학수 부회장)은 해체하고 특검에서 조세포탈로 문제가 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재산)는 실명전환을 거쳐 누락된 세금 납부후 개인 이익이 아니라 사회 등의 유익한 일에 쓰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전략기획실 해체에 맞물려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를 마친 뒤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삼성은 쇄신안을 통해 은행업 진출을 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비(非)은행 금융업종 육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을 4~5년내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몇 달간 고심 끝에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퇴진 결정에 따라 그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삼성은 이와 함께 각 계열사의 독자적 경영역량이 확보된데다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략기획실을 폐지하고 이학수 전략기획실장과 차기 실장으로 지목돼온 김인주 전략지원팀장도 잔무처리후 퇴진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은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오직 금융사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임후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인물로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을 지명하고, 앞으로 계열사간 업무 협의와 조정을 맡게될 사장단회의(사장단협의회)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전담하는 업무지원실을 임원 2-3명 정도로 꾸려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설치키로 했다.

삼성은 이들 쇄신 가운데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임 등 가능한 부문은 6월말까지 법적 절차와 실무 준비를 거쳐 완료한 뒤 7월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쇄신안 '파격'..'제3창업' 전환점

삼성이 파격적인 경영쇄신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제3창업'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자 출발점에 서게 됐다.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대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이 1988년 취임 1주년을 맞아 제2창업을 선언한 이후 20년만에, 그에 버금가는 삼성의 터닝 포인트를 예고한 쇄신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경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장이 1987년 선대 회장에게서 대권을 물려받는 지 20여년만에 회장직을 내놓는 단안을 내렸고, 그룹 컨트롤타워로 역할한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했다. 이것은 일단 외견상 이 회장의 퇴진 불가와 개편 수준의 전략기획실 '수술'을 점친 안팎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강도높은 처방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또 이 회장의 '조세포탈'에 연루된 차명계좌를 공익 사용으로 돌리겠다는 입장과 함께 은행업 진출 포기, 순환출자 고리 해소라는 진일보한 쇄신안으로 여론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다.

◇ 향후 경영체제 어떻게 바뀌나

삼성맨들은 이 회장의 퇴진은 삼성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한편 선장을 잃은 거대 항공모함의 순조로운 항해가 될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핵심 경쟁력으로 분석되던 회장-전략기획실-각 계열사 CEO라는 이른바 삼각편대 경영이 불가능해지고 소유 경영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히던 스피드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삼성 브랜드의 해외 신인도 하락, IOC 위원인 이 회장의 행보 차질로 인한 스포츠 외교 불안 등 대외적인 삼성 영향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일단 각 계열사의 독자 경영역량이 확보돼있고, 사회적으로도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전략기획실을 없앴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각 계열사 CEO 등으로 구성되는 사장단협의회를 가동, 선장과 1등 항해사(이학수 부회장)의 공백을 커버해 나가기로 했다. 사장단협의회가 사실상 전략기획실 역할을 대행하는 시스템이다.

나아가 대외적으로 삼성 회장 역할을 맡을 인사로는 이수빈(69) 삼성생명 회장이 지명됐다. 그러나 이수빈 회장은 말 그대로 삼성그룹의 얼굴을 대신하는 정도의 무게이지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를 대체하는 수준이 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사장단협의회 아래에는 사장단회의를 실무 지원하고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의 창구와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 서비스를 전담하는 업무지원실을 임원 2-3명 정도의 소규모 조직으로 설치키로 했다.

◇ 경영체제 어떻게 변화되나

앞으로 이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역할을 사장단협의회가 대신 한다고는 하지만 한 두명의 인물에 의해 그룹의 의사결정과 지배력이 좌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그림자영향력’은 상존하게 된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대규모 신사업 진출이나 주요 투자결정, 계열사 정리 등 삼성의 굵직한 현안을 다룰 때 최대 오너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일상적인 경영시스템이나 스타일은 크게 변모하겠지만 그런 골간이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쨋거나 특검 수사결과 전략기획실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삼성은 큰 아픔을 참아내며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투명경영과 그룹 차원의 간섭경영, 선단식 일방형 경영체제를 혁신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현상으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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