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곽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다음은 곽 위원장과의 일문일답.(동아일보 인터뷰기사 전문)
▲사의 표명을 한 게 맞습니까.
☞“분권위에 했습니다. 윤성식(尹誠植) 씨가 위원장인 곳이지요.”
▲왜 사퇴하시려 하는지.
☞“그쪽 사람들과 토론이 안 되는 분위기여서…. 정책을 정하려면 이쪽 주장, 저쪽 주장 다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안 됐어요.”
▲윤 위원장과 친하신 걸로 아는데, 뭐라고 하던가요. 사표는 수리됐나요.
☞“사표 수리는 모르겠어요. 이런 얘기 계속하기 곤란한데…. (말을 돌리며) 그런데 지난번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은 어느 기자가 보도했나요? 그 보도 이후 재정경제부 실무 책임자가 잘렸지요.”
▲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조세개혁안이 공론화된 마당에 공청회를 연기하며 그냥 덮어두려는 건 잘못 아닌가요.
☞“그땐 정부가 잘못 대처했습니다. 일은 일대로 많이 한 실무자에게 상은 못 주더라도 불이익을 주면 안 되지요.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이 인사하러 온다고 연락이 왔는데 오지 말라고 했어요.”
▲세제 개편의 방향이 세금을 늘리는 쪽으로만 치우친 느낌입니다.
☞“재원이 필요하면 세금 많이 걷어도 되죠. 문제는 재원을 양극화 해소용으로만 쓰려고 한다는 데 있습니다. 성장이 더 중요한데도 재원을 어디에 쓸지 방향을 정해 놓고 얘기하니 토론이 되겠습니까.”
▲재원을 늘리려면 국민 세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세 부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조세부담률 얘기를 합니다. 선진국보다 낮다는 논리지요. 복지 서비스 수준, 노동시장 여건 등이 다 다른데 숫자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안 됩니다. 국가채무 비율도 이런 식으로 단순 비교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그런 식으로 억지 논리를 만들면 안 되죠.”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어느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까요.
☞“못 높여요. 지금 소득세나 법인세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인가요. 올린다고 하면 얼마나 저항이 심할지 뻔히 알지 않습니까. 그건 결국 현 조세부담률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증거입니다. 더 올리려면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글쎄요.”
▲현 정부의 양극화 해소 방식에는 동의하는지요.
☞“동의 못합니다. 소득 상위 10%에게서 세금을 걷어 소득 하위 10%를 지원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상은 너무 단순합니다. 고소득층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데다 고소득층이 경제 활동에 대한 의욕을 잃으면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미처 생각 못한 것 같아요.”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내년부터 시행하는 근로소득지원세제 말이군요. 정부가 너무 서둘러요. 그 제도는 돈이 수조 원 이상이 드는데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직 할 때가 아니에요.”
▲부동산 세제를 평가한다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부동산에서 생기는 모든 수익을 조세로 징수하려는 정책입니다. 미국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주장한 토지공유제와 비슷하죠. 그는 토지에 대해서만 공유제를 주장했으나 현 정부 들어 이정우(李廷雨)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건물에까지 공유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지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건 정권이 바뀌면 법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인가요.
☞“유지될 수 없는 정책이란 뜻이죠. 주택 소유자가 빠져나갈 여지가 없는데 누가 집을 팔려고 하겠습니까. 새 부동산 세제로 손해를 보는 일반인이 ‘법이 바뀌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공평과세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공평하게 세금을 매기려면 소득 파악을 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된다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국세청이 소득 파악 행정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일용직 근로자에게 급여카드를 주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익이 없어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더 중요한데 일의 앞뒤가 바뀐 것 같아요.”
▲위원장으로서 내세울 만한 일은….
☞“한 일이 없어요.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실질적인 작업은 거의 못했어요. 위원회가 언제 구성됐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답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곽 위원장은 19일 오후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위원회에서 세제 개편의 방향을 잡아 본위원회를 거쳐 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위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내가 ‘토론이 안 된다’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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