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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운명의 "분리형 BW" 역사 속으로…
기구한 운명의 "분리형 BW" 역사 속으로…
  • 안호원
  • 승인 2013.07.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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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편법상속 막으려 다음 달 말 금지
증권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격"

지난 15년간 정ㆍ재계를 뒤흔들었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한 달 뒤인 다음 달 29일 말 그대로 ‘기구한 생을 살다 사라질 운명’을 맞고 사라진다. 금융당국이 1999년 1월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분리형 BW를 허용한 지 15년 만에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영원히 사라지면서 `막차` 수요가 몰려 기업들의 BW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분리형 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이 결합된 상품이다. 0~1%이자를 주는 채권과 고정된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같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BW를 산 투자자는 주가가 행사가보다 높아지면 해당 기업에 워런트를 주고 주식을 요구한 뒤 시가에 팔아 자본차익을 챙길 수 있는 잇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주당 1만원에 살 권리를 받았을 때 주가가 2만원이 된 후 주식으로 바꿔서 다시 주식을 매각했다면 1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전환사채(CB) 역시 주식이 연계된 채권이라는 점에서 BW와 비슷하지만 채권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분리해 매매할 수 없다는 게 다르다..

이 같은 대기업의 BW 발행은 결국 경영진에 오점을 남겼다. 삼성SDS BW 발행 건은 2001년 4월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를 과세 받았고 이어 2008년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 등을 배임죄로 기소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두산과 현대산업개발 등은 논란 끝에 4년이 지난 2003년 지배주주 일가가 인수한 신주인수권증권 전량을 소각해 마무리됐다.

또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당시 유력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이 창업한 안랩의 BW 발행을 둘러싼 의혹으로 정쟁이 일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자꾸 불거지자 금융감독원은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워런트 가격 결정에 대한 공시 강화, 불공정 BW 발행 감시 강화, 해외 BW 편법 발행 조사 등으로 규제를 강화해왔다. 금융당국은 1999년 이전까지는 △워런트가 투기적 성격으로 변질될 위험 △워런트의 비밀 매집에 따른 경영권 위협 방지 등을 이유로 분리형 BW 발행을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여전히 활용하고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아예 발행할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분리형 BW 허용 이후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기업 지배주주들이 편법으로 자녀 등에게 지분을 승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삼성SDS,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동양메이저 등이 잇달아 사모(제3자 배정) 분리형 BW를 발행해 이를 지배주주 일가들이 매입해 지배권 확대나 지분 승계를 시도한 것이다.

이들이 분리형 BW를 활용한 과정은 이렇다. 이사회에서 사모 분리형 BW 발행을 의결한 후 전량을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인수토록 한다. 이후 워런트만을 대주주 자녀들이 되산 후 주가가 올랐을 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수 있다. 
 

기업들이 BW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작년 2조6000억원, 2011년 3조1200억원에 이른다. 한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 재무담당자는 "BW를 유용하게 활용해 왔는데 앞으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체형 BW는 발행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쉽게 모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분리돼 유통될 수 있는 구조에 매력을 느낀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를 통해 BW 투자에 나섰다"고 전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BW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었는데 이는 발행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한편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분리형 BW 발행 금지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한심한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모 BW와 달리 공모로 발행되는 분리형 BW는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최적의 수단인데, 이것만 막아 놓는 결과일 뿐 이미 자본시장에선 BW 발행을 대체할 다른 방안까지 고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분리형 BW 발행 길이 막힌다면 CB를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행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CB를 구조화하면 분리형 BW와 유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어떤 규제가 생기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고 난관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1996년 삼성에버랜드 CB 사건으로 CB를 통한 편법 증여도 문제된 바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할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도 `빈대(편법 상속) 잡으려다 초가삼간(기업 자금조달 역할) 태우는 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BW는 상장기업의 가장 유용한 자금조달 창구로 평가받았다. 특히 BBB 이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은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BW 발행 원천봉쇄 외에 편법 증여 등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형호 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발행 자체를 막은 것은 외국에서도 유례없는 규제"라며 "공모 분리형 BW는 허용한다 해도 일반인이나 주주 모두 평등하게 경쟁을 해 사게 되니까 공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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