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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餘白]비리 삼각구도의 공기업
[경제 餘白]비리 삼각구도의 공기업
  • jcy
  • 승인 2008.08.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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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永哲 편집국 부국장
   
 
 
서울 여의도에 가면 증권회사가 많다. 이 가운데 ‘신이 숨겨둔 직장’이 하나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이다.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연봉이 9677만원으로 305개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고액연봉(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원진을 뺀 통계이니 임원봉급을 합하면 연봉이 1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연봉(6021만원)보다 3656만원이 많다.

증권예탁원 직원들의 급여가 너무 높은데 비해 하는 일은 거저먹기라고 탓하거나 못 먹는 밥 재 뿌리려는 심사로 예탁원을 끌어들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공기업에 대한 대검수사와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하나같이 급여액이 높은 직장 일수록 비리수위가 높다는 아이러니 한 함수관계로 무상대중을 슬프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백태를 보면 정부의 국고지원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이듯 ‘하악하악’ 하마보다 식욕(?)이 왕성했다.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21개 공기업 국고보조금 유용액은 440억원에 이른다.

곯고 썩어 있는 공기업 내부는 심각할 정도로 도덕불감증에 걸려 치유가 쉽지 않은데, 정부의 개혁의지는 입으로만 일관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직원 1077명에게 무이자로 1인당 7000만~9000만원씩 모두 762억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줬다. 그중엔 주택을 4채나 갖고 있는 직원도 있다.

또 도로공사 직원3명은 무면허업자에게 공사를 발주해 준 댓가로 성매매가 포함된 동남아관광(경비950만원)을 제공받았다.

석유공사는 2004~2005년 유가예측을 잘못해 비축유를 싼값에 파는 바람에 4250억원어치의 비축유 구입자금이 펑크난 상태다. 일을 이렇게 잘못처리 해놓고도 433억의 비축유 매각대금을 사내 복지기금으로 돌려 운영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부실기업에 1600억원의 부당대출로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신이 숨겨둔 직장 증권예탁원은 2005~2007년 사이 법인카드로 17차례에 걸쳐 재경부 직원접대비 3475만원, 동료직원 유흥비, 골프비용 1억2000만원 등 매년 9억4000만원을 흥청망청 탕진했다.

이처럼 국민의 혈세가 공기업 여기저기서 줄줄 새고 있는데도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기업은 주인이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어 있는데다 ‘한탕주의’가 관례화(전통)되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낙하산을 타고 온 CEO는 떳떳하지 못한 입지 때문에 노조에 밀리고 청와대 눈치보고 정치권에 치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정도윤리경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공기업 CEO는 역대 대통령 당선자 주변사람들의 논공행상인사로 굳어져 있다. 여기에는 역대 대통령 모두가 한결같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적했듯이 새 정부 공기업 인사를 볼때 도덕적 해이가 더 심화 될 가능성이 짙다. 10명중 8명이 'MB 대선캠프‘사람들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305개 공기업 CEO자리는 대통령 측근, 정부관료, 정치인들이 ‘철밥통 삼각구도’를 만들어 놓고 서로 재미를 보고 있다. 즉, 공기업, 정부관료, 정치인들은 국고보조금 등 ‘이권’나눠먹기 삼각형 구도가 쉽게 성립되기 때문에 공기업 선진화에는 공염불에 불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어리석은 국민들도 공기업비리가 삼각형 구도에서 ‘하악하악’해 먹는 수법을 다 안다.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 개혁에 노조들 반발이 우려되는데 해당 부처 장관이 직접 노조를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공기업 선진화 개혁추진에 노조가 장애요인인지, 낙하산 인사가 장애요인인지 납득이 안된다.

‘신이 숨겨 둔 직장’에도 신의 저주가 시작되는 것인가. 살아남는 길은 한발 앞서 도덕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개혁의 길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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