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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청장이 줄 구속되는 까닭
전임 청장이 줄 구속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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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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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심재형 본지 주필
   
 
 
설마 하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전격 구속됨으로서 국세청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전군표 전 청장의 구속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가까스로 추슬러온 터에 전 수장(首長)의 반복되는 비리사건이 터짐으로서 모두가 넋을 잃고 있다.

그동안 뼈를 깎는 아픔으로 이뤄 놓은 자정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주성 전청장과 전군표 전청장은 국세청 수장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물려주고 물려받은 장본인들이다.

잇단 비리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주성 청장이 급작스레 청장자리를 떠나던 날 당시 국세청차장이던 전군표 전 청장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전임자의 퇴진을 아쉬워했다. 그때 그 인상적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게 세정가에 잔영으로 남아 있다.

지금 국세청 내부는 전임 청장들의 잇단 비리로 인해 국세청 조직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것에 공분을 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도 “큰살림을 하다보면 울 일도 생기고 웃을 일도 생긴다”며 남은 사람들은 열심히 갈 길을 가야한다고 직원들의 심적 동요를 추스르고 있다. 하지만 한 청장의 입장에서는 이들 선배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한 청장은 지난 17일에도 국회 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또한번 고개를 숙였다. 세정운용의 부실이나 부하직원의 잘못으로 머리를 조아린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국세청 대선배이자 큰 어른이기도 한 전임청장의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를 대신한 것이다.

태안반도를 온통 뒤덮은 기름띠를 힘겹게 걷어냈듯이 전군표 전 청장이 저지른 잔재를 가까스로 치워냈는데 이제 또다시 악몽이 되살아나니 복장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성·능력 외면한 인사가 원죄”

국세청 원로로서 후진들에게 힘이 돼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 전임 청장들― 그 뒤치다꺼리에 시달리고 있는 한 청장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전임 청장들의 줄 구속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에 대해 세정가 원로들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인성과 능력을 외면한 고위직 발탁인사(?)가 화(禍)를 불러들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론해서 고위직 인선(人選)의 실패작이 몰고 온 파장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역대 국세청장 가운데 어느 한분은 재직 시 나름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지금도 변함없이 후진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청장 재직 시절 ‘갈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엄격히 지켰다.

공식적인 모임은 어울리지만 사사로운 모임은 철저히 외면했다. 개인적으로는 집에 사람을 들이지도 않았다. 자기 절제, 즉 수분(守分)을 지킨 것이다. 세정가 사람들은 문제의 전임 청장들에겐 이 같은 면모가 전혀 안보였다면서 이번 사건 역시도 하나의 인재(人災)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될 사람이 앉았기에 화(禍)를 자초했다는 뜻이다. 실은 이 장본인들이 국세청 수장자리에 오를 당시 국세청 내부의 반응은 매우 냉랭했다. 그들의 인성과 능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빠른 세대교체 인격 완성도 미흡

최근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 정부’시절 국세청장 교체주기를 보면 행시 10회에서 행시12회로 고작 2단계 넘어 갔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행시 16회에서 20회 등으로 세대교체가 껑충 껑충 뛰다보니 인격의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아까운 인재들이 조기퇴진을 한 것도 큰 손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정가 원로들은 발 빠른 세대교체가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이라고 하지만 국세행정의 총수자리 만큼은 반드시 적임자를 앉히는 인사풍조가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현 고위층 스스로의 수분(守分)을 주문하고 있다. T/O가 1개인 주요자리에는 섣불리 욕심을 내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부적격자가 일을 내면 인사를 망치는 것은 물론 조직 전체가 멍이 든다는 얘기다. 스스로 자기 본분에 걸 맞는 욕심을 부리라는 고언(苦言)인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윗물은 흐려도 아랫물은 맑자’라는 세정가의 자괴적인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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