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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엇박자’
금융당국의 ‘엇박자’
  • jcy
  • 승인 2008.11.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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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여백] 정영철 부국장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경기가 가파르게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소비자 동향지수는 94로 99년 1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소득층까지 지갑을 닫아 백화점 고급브랜드 입점들의 철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 소득 5백만원 이상가구의 경우 102에서 92로 10포인트나 떨어져 실제 지난 3분기 상위계층의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0.1%줄어 소비심리의 위축이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소비심리위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소득층의 자산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고소득계층의 자산디플레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들이다. 부동산대출억제에다 재산가치 평가절하, 대출금리 인상 등이 요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달반 만에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내렸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올라갔다.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은행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연 8%~1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1년 새 3%포인트 이상 올랐다. 회사채도 0.5%포인트 올라 8% 후반 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처럼 금리 고공행진과 소비위축의 요인 모두가 자금경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회사채 금리가 두 달여 동안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 단적인 증거이며,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으나 은행역시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8%대의 고금리 예금상품과 은행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는 판국이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5조원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공급에도 시장은 전혀 약발을 받지 않는 등 백약이 무효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위기대처를 한답시고 각종 지원 대책을 내놓았으나 자금경색의 골이 너무 깊어진 뒤에 늑장대처에서 나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련 금융기관과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4일 한은은 시중금리를 낮추고 꽉막힌 중소기업과 금융권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채권시장안전펀드 5조원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으나 시장반응은 냉담 했다.


한은에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10조원의 채권시장 안전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채권시장은 굉장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년8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들과 사전 조율 없이 마련한 안정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느닷없는 정부의 발표에 오히려 당황해 하며, 10조원의 돈은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몰라 의구심을 나타냈다.


금융위는 큰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한은은 물론 시중은행들과도 사전 협의없는 일방적인 발표가 되어 금융기관과의 공조에도 마이너스 요인을 초래 했다. 결국 금융위는 한은의 공조 없이는 채권안정펀드 조성이 어렵게 되자 한발 물러서게 됐고 따라서 늑장대처로 채권시장 불안만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이처럼 금융당국 간의 엇박자가 시장불안을 가중시키고 정부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국민들은 불황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빅카드’라 불리는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부처간 주도권 다툼을 하는 듯한 모양새가 자주 드러나 보기가 싫다.
신뢰는 한번 잃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공조체계를 다시 굳혀 더 이상 불협화음으로 인한 불안이 파생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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