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7:28 (월)
주류행정 흔들기 이제 멈춰야 한다
주류행정 흔들기 이제 멈춰야 한다
  • jcy
  • 승인 2008.11.27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주 진흥법’ 제정 땐 WTO 후폭풍 강타
멀쩡한 주세법 두고 시대역행 이원화가 웬 말
전통주산업 둘러싼 단골 ‘헤프닝’ 손실 너무 커


국세청이 전통주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육성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통주와 관련된 별도의 법률 제정 움직임이 가시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류행정의 경우 이제 국내 법률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엄연한 현실이어서 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주산업진흥법률(안)이 자칫 전통주 육성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시도돼 오고 있고,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농정당국의 전통주 업무 이관 움직임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조문별 내용 심각한 오류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지난 주 ‘전통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고 토론회를 열었다.

이 법률안은 농업인이 지역원료를 이용해 농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술은 농민주보다 지역 특산주로 개칭하도록 전통주의 개념과 정의를 새로 정하는 한편 주세법과 중복되지 않도록 전통주의 종류를 구분하고 별도의 규격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 이렇게 정의된 전통주 제조 및 유통, 허가, 사후관리 행정을 농식품부로 일원화하고 전통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공·유통 부분의 지나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8장 38조와 부칙으로 구성된 이 법률안의 핵심은 주류산업 중 농식품부가 정한 규정과 개념에 따라 정의된 전통주를 별도로 떼어 내 농식품부가 면허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맡아서 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농식품부의 주류행정 이관 시도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고 그동안 단골로 시도돼왔다. 특히 주류원료로 우리 농산물이 사용되는 점을 이용해 주류제조면허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것을 농정당국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는 사안.

실제로 국세청은 이번 전통주산업진흥법(안)에 대해 조문별 검토를 하면서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고 문제점을 알리고 있지만 농정당국에서는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법률안의 주요내용은 이미 검증돼 운용되고 있는 현행 주세법 규정과 대부분 중복되는데다 주류의 특성과 위험요소가 배제된 채 오직 농식품부 관점에서 주류를 다루고 있어 일부 위험하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주류업계 “농정당국 해도 너무한다”

농정당국이 중심이 돼 이 같은 움직임이 한시도 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자 주류업계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국세청의 경우 자칫 부처이기주의로 비춰지거나 마치 열악한 농민들의 입장에 반하는 입장으로 오해를 받지 않기위해 공론화되는 것을 꺼리면서 농정당국이 전통주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을 전적으로 반영해 주는 방식으로 주세행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농정당국이 규정하는 전통주업계의 경우 사실상 주세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업계에서 정부면허로 주류제조·유통을 하고 있지만 어떤 업계는 철저한 관리와 세금납부를 하는가 하면 어떤 업계는 규제 무풍지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기현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히 주류업계에서는 “농정당국이 전통주 명분을 내세워 우리 고유의 술을 지원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기준과 잣대가 너무 자의적이고 무엇을 육성하고 지원하려는 것인지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 김경석 회장은 “대표적 전통주는 막걸리고 현재 막걸리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겪고 전통주 산업으로 육성발전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검증받은 전통주는 빼 놓고 무슨 전통주를 갈망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장수막걸리’로 막걸리 중흥을 이끌고 있는 서울탁주제조협회 이동수 회장은 “소규모 전통주를 육성한다는 명목아래 전통주산업육성법을 제정할 경우 일반주류 업체를 차별하는 것으로 주류산업 발전을 억제해 수입주류 범람을 초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서울막걸리는 전통적 제조방식을 이어받아 연간 무려 1000톤의 쌀을 사용하고 있고 막걸리 해외수출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데 전통주로 정의하지 않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주세행정 실무를 맡고 있는 구돈회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이 법률안이 참으로 달콤하고 유익한 법률 같지만 절대 제정돼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면서 “이 법이 제정되면 전통주 제조업자는 물론 대한민국 주류산업도 죽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전통주 육성을 위해 ‘주류’라는 큰 범위 속에 전통주를 가려 놓고 통상마찰을 극복하며 지원을 해 왔는데 이 법이 제정되면 이런 보호가 근본적으로 어렵게 된다는 것.

실제로 OECD 가입국가인 우리나라는 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지원과 대우를 해 줘야하는 의무 규정에 걸리게 된다. 이 경우 모든 수입주류에 대해 전통주와 동일한 지원과 세제혜택을 줘야 하는데 이 경우 전통주의는 그나마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에다 세제혜택이나 지원을 못 받고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일반주류업계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 국내 주류산업은 한마디로 초토화 된다는 것이 구 과장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국내 주류산업이 붕괴되면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외국 주류수입업자들이 전통주와 동일한 지원을 받으며 그동안 규제했던 광고, 판촉, 음주캠페인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국내시장에 침투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온다는 것이 국세청의 분석이다.

구 과장은 이번 정책토론회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지적을 빼 놓지 않았다. 실제로 주류정책의 큰 줄기가 다뤄지는 사안에 국세청은 철저히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구 과장은 “토론회 이전에 국세청 관계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사전에 모종의 장소에 모여 토론주제에 대한 의견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중차대한 문제점을 왜 심도 있게 검토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통주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국세청과 농정당국은 팽팽한 신경전이 벌여왔다. 주류행정 주관부서가 엄연히 국세청이고 실제로 우리나라 주세행정은 상당히 발전됐다는 평가를 받아 오고 있다. 특히 주류분야에서 체계적인 분석기법과 노하우를 자랑하는 국세청기술연구소가 지원되는 상황에서 우리 주세행정은 선진국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이런 국세청이지만 어려운 농민사정을 내세워 끈질기게 전통주 업무이관을 노리고 있는 농정당국에 적지 않은 신경을 써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농정당국이 요구하는 전통주업계에 대해서는 거의 무차별에 가까울 정도로 지원정책을 펴 오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전통주와 관련해서는 주세법상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거의 찾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정당국을 중심으로 또 다시 전통주 부분의 업무이관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국세청은 물론 주류업계에서조차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통주 왜 문제인가…]
무분별 면허발급에 영세업체 과다경쟁



농정당국이 1993년 이후 추천해서 국세청이 주류제조 면허를 내 준 농민주는 무려 431건이고 이 중 지금까지 면허가 살아있는 것은 257개(60%). 지난해 출고실적이나마 있는 곳은 131개(54%) 정도이고 연간 매출액 5억원이상 업체는 29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민주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정부의 규제나 지원부족 보다는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농정당국이 무리하게 면허추천을 한데다 영세한 상태에서 상품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제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출시되면서 소비자로부터 오히려 멀어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영세업체들이 과다경쟁을 벌이면서 중국산 저질원료를 사용하는 사례도 나왔고, 규제완화 온상에서 유통과정이 무너진 것도 악순환에 일조를 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통주 업계 주변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제대로 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필요한 규제는 철저하게 가해 질서가 잡혀야 오히려 전통주가 살 수 있다는 주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정당국은 양질의 저렴한 주류 원료 생산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오히려 전통주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정당국은 쉽게 프랑스 와인과 일본의 사케에 우리 전통주를 비유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일본 농정당국이 자신들의 전통주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