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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누가, 왜 공정위를 흔드나?
[취재수첩] 누가, 왜 공정위를 흔드나?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8.10.1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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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한 직원 사기 저하와 김 위원장과 유 국장 갈등은 별개의 일”
김상조 공정위원장 출처=연합뉴스.
김상조 공정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일부 언론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흔들기가 갈수록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다.

올해 공정위는 부처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가장 큰 이슈다. 이 일로 많은 공정위 직원들이 사기가 떨어졌고 예년에 비해 전출을 희망하는 숫자가 늘었다는 것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정황과 더불어 김상조 위원장과 유선주 심판관리관(국장급)의 갈등을 같은 맥락으로 짚는 것은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일부 언론이 소위 ‘개혁을 방해한 개혁전도사’라는 구도로 공정위를 그리는 것은 되레 개혁에 나쁜 이미지를 덧씌워 서서히 힘이 빠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판사 출신인 유 국장이 공정위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당시 공정위는 “심판관리관으로서 직무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위해 4차례 공모를 통해 외부인·여성을 임용함으로써 개방형 직위 외부 임용과 고위 공무원 여성 임용 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사건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 간에도 (유 국장이) 화합과 소통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유 국장은 추석 연휴 이후 공정위 내부 갑질신고센터에 신고가 다수 접수되면서 직무 정지된 상태다. 유 국장은 자신에 대한 갑작스런 직무정지를 김 위원장이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말했다. 동시에 유 국장은 투명한 강화를 위해 자신이 추진했던 ‘회의록 지침’을 공정위 직원들이 없애려 했다는 증언도 더했다.

불똥은 엉뚱하게도 김상조 위원장에게로 향했다. 개혁을 하러 들어간 김 위원장이 오히려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직원을 업무 배제시켜 막았다는 거다.

물론 조직 내 갈등에 대해 기관장의 책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유 국장과 김 위원장 모두 시기만 달리했을 뿐 ‘외부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위 내부의 어떤 관례에 따른 조직 분위기가 오늘날의 갈등을 표출시켰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내부 갑질 신고에 따라 유 국장을 업무 정지 시킨 것에 대해 “선악으로 구분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심판관리관인 유 국장 소속 부처 직원 다수가 갑질 신고를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실 확인을 하고 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소명을 하도록 잠정적으로 직무정지를 한 것이며 현재 그런 상황“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상황을 두고 ‘사기 저하’에 이어 ‘추락’을 이야기한다. 다른 부처로 가고 싶어하는 직원들의 증가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모두 김 위원장의 개혁과 리더십에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그러나 사기 저하의 큰 몫을 했다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과거 공정위가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바꿔 생각하면 전속고발권이라는 큰 무기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유 국장 건은 그 전후 상황을 살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유 국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추진하던 것들 중 하나인 ‘관행이던 퇴직자 면담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을 압박한 윗선의 움직임은 김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으로 취임하기 전의 일이다. 유 국장의 업무 추진 방향을 이미 내부에서 반기지 않았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김 위원장과 유 국장 사이 일들은 그것과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이 유 국장을 업무 배제 시킨 것에 대해서도 공정위 내부에서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동시에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확인 과정을 거치고 억울한 사연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갈등과정이 외부에 표출된 것이 꼭 조직의 추락까지도 갈 수 있는 ‘내홍’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갈등을 드러내고 피하지 않는 것이 부적절한 것으로 읽히는 것에 대한 경계다.

채혜린 기자
채혜린 기자

반대로 밖으로 알려져야 할 조직의 중요 갈등이 뭉개져 숨겨지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하고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조직에서 유 국장이 겪은 일들은 보통 표면화시키기도 전에 내부에서 쉬쉬하다가 뭉개져 버리는 것이 예사다.

개혁에는 변화가 뒤따른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은 필수다. 왜 흔히들 서구의 혁명은 부러워 하면서 그 결실이 있기까지의 과정에서 있었을 수많은 갈등에 대해 인정하기를 거부하는가.

‘집안 싸움’이 드러났다고 해서 그것이 조직 신뢰의 문제와 연결 짓게 된다면 반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외부에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직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공정위 내부보다 외부의 부추김과 부채질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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