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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르완다를 보면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십
[國稅칼럼] 르완다를 보면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십
  • 이동기 세무사
  • 승인 2019.0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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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세무사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십몇 년 전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일 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중에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흑인 학생 몇 명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르완다에서 국비로 유학 온 세무공무원들이었다. 독일 등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에서 유학 온 학생들까지 있어서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아프리카의 가난한 작은 나라에서 한 학기에 몇 명씩 호주로 유학을 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르완다에서 온 친구들은 호주달러로 100달러 이상 하는 교재를 살 수 있는 형편이 안되니까 강의시간에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려서 강의를 듣고, 점심시간에는 점심값을 아끼려고 점심을 거르고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때우곤 했었다. 그렇게 의식주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공무원들을 국비로 유학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르완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르완다의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과 발전상을 알게 되었다.
국가를 비롯한 어떤 조직이라도 구성원의 지지를 바탕으로 번영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올해는 크게 보면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안은 채 집권 3년차로 접어들었고, 작게는 그동안 잡음이 많았던 한국세무사회의 임원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르완다의 경우를 보면서 사회의 통합과 조직과 구성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르완다

르완다는 오래 전부터 종족분쟁과 질병이나 기아 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 1994년 4월 다수족인 후투족 출신의 대통령이 비행기 격추사건으로 사망하면서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종족분쟁이 격화되면서 1994년 4월부터 7월까지 불과 약 100일간에 걸쳐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 등 80여만 명(사망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음)이 학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 후 투치족이 반격에 나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보복을 두려워한 후투족 200여만 명이 이웃나라로 피신하기도 했다. 1994년의 대학살 사태 이후 르완다는 인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면서 학살자들에 대한 보복 대신 ‘르완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해 종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학살자들이 ‘가차차(Gacaca)’라는 마을재판에서 죄를 고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으면 법정 형량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또는 피해자의 집을 지어 주거나 도로를 보수하는 사회봉사로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통합과 화합을 이루어 냈다.

그러다가 1994년 7월부터 2000년 3월까지 부통령 겸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폴 카가메(Paul Kagame)부통령이 2000년 4월 당시 대통령의 뒤를 이어 각료와 의원들의 비밀투표를 통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가 2003년에 치러진 대선에서 95%의 엄청난 지지율로 당선되어 정식으로 르완다 대통령이 되었고, 2010년 대선에서는 약 93%의 지지율로 재선되어 7년의 임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폴 카가메 대통령이 취임한 후 르완다에서는 인종이나 종교, 민족에 대한 차별이 금지되었고 여성의원 할당제가 실시되어 의원의 56%가 여성인 국가가 되었다. 경제사정도 개선되어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연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고 현재도 연 7~8%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르완다는 세계 최빈국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의 대부분이 보험혜택을 적용받게 되면서 르완다에서 만연했던 설사병이나 폐렴, 말라리아, 영양실조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카가메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은 또 다른 정책이 교육개혁이었는데, 의무교육기간을 9년으로 늘리면서 학비도 없앴다. 그리고 IT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교육과정을 IT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고 학생들에게 노트북컴퓨터를 지급하는 등 그야말로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르완다의 이런 발전상을 보면서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등 서방의 지도자들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에 대해 ‘르완다를 지옥에서 건져낸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폴 카가메 대통령에 대해서는 르완다를 발전시킨 공로 못지않게 독재자라는 비판도 많은데, 폴 카가메 대통령이 2015년에 3선 개헌을 국민투표로 통과 시킨 후 2017년 8월 대선에서 98%의 지지율로 재당선됐지만, 르완다의 언론자유지수는 전세계 179개국 중 무려 169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며 정치인에 대한 체포 혹은 실종 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점 등에서는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훌륭한 리더십은 조직과 구성원의 운명 바꿀 수 있어

르완다의 현 대통령인 폴 카가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990년대 내전 이후 피폐한 경제를 살리고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르완다를 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만들었다는 찬사와 함께 장기독재의 길로 접어들면서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도 커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전세계적으로 단기간에 후진국에서 중진국 내지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탁월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권력을 소유하고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서면서 독재정치를 하고 결국 불행한 말로를 맞이한 지도자도 많았다는 점도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르완다의 경우를 보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가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비전과 통찰력으로 한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리더십이다.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수시로 발생한다. 르완다의 경우 90년대의 대학살 이후 폐허와 다름없던 상황에서 각종 개혁을 통해 아프리카의 ‘새끼사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현재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아젠다를 개발하고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추진해야 할 목표가 정해지면 성실하고 강력하게 실천하는 리더십이다. 말보다는 글, 글보다는 행동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뚝심 있는 리더십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구성원들의 팔로워십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덕목으로 소통과 화합을 말하지만 정작 리더가 된 후에는 진정으로 소통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르완다의 경우 대량학살과 그에 대한 보복이 반복될 수 있었지만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하는 과정에서 화합하고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모아 국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사족 같지만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장기집권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이루었던 업적마저 빛을 바래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도 탁월한 리더십으로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로 변모시켰지만, 3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로 접어들면서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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