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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엉터리 한미조세조약 덕에 세금 아낀 현대자동차
[단독] 엉터리 한미조세조약 덕에 세금 아낀 현대자동차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4.2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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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조세조약만 ‘사용지 주의’로 국내원천소득 판단…“세계 유일”
- 국세청, 1992년 이래 30년간 패소…1976년 맺은 한미조세조약 탓
- 일본은 2003년 조세조약 개정…“한미조세조약개정이 유일한 해법”

현대자동차가 국내 미등록된 미국 법인의 특허를 사용하고 사용료를 지급했지만, 한국 국세청은 '누가 봐도 명백한' 미국 법인의 사용료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1976년 맺은 한미조세조약이 이런 경우 미국 법인의 소득에 과세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27일 기자와 만나 “미국에만 등록돼 있고 한국에 등록돼 있지 않은 특허라면, 해당 특허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판결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법인에 지급한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문제는 역사가 길고 질기다. 대법원 판단이 30년 가까이 이번 현대차 판결과 같은 기조로 지속돼 온 것.

만일 일본 법인의 특허를 현대자동차가 사용했다면 현대차는 한국에 해당 특허가 등록돼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지급한 사용료의 15%를 지급액에서 원천징수, 한국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한 로펌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맺은 모든 조세조약 중 한미조세조약만 유일하게 특허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않도록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조세조약에서는 ‘국내 재산을 사용하는 경우’라고 표현, 지적재산인 특허를 한국에서 사용하더라도 특허가 한국 정부에 등록이 돼 있지 않으면 ‘국내 재산’으로 안 봐 한국 국세청이 ‘사용료 소득’으로 과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조세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지급지 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내국 법인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본점을 둔 법인의 특허를 사용하고 지급한 특허 사용료는 한국 국세청이 '사용료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는 것.

반면 미국과 맺은 ‘한미조세조약’은 ‘사용지 주의’로, ‘지적재산권을 포함해 국내 (등록된)재산을 사용한 경우에만’ 해당국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다.

이번 현대자동차처럼 한국 정부에 등록되지 않고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를 사용한 경우, 분명히 한국에서 특허를 사용했더라도 한국 국세청이 해당 특허 사용료에 대해 과세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대형 A로펌 소속 K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1976년 맺은 한미조세조약은 한국이 맺은 조세조약 중 거의 유일하게 ‘사용지 주의’를 적용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지 않는 한 같은 소송이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지난 1992년 이후 줄곧 이번 현대차 판결과 똑같은 법원 판결이 이어져왔다. 국세청은 매번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고, 대법원은 번번이 대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내에서도 이번 현대차 판결과 같은 ‘사용지 주의’에 기초한 국내원천소득 판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국세청 과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판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역부족이며, 국세청은 매번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상고심까지 소송전을 멈추지 않았다. 

K변호사는 “국세청은 법원이 판례를 변경할 것을 기대하면서 계속 상고심까지 소송을 벌여왔다”면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번 현대차 승소 건에 대해서도 아마 항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국세청 송무1과 관계자는 27일 본지의확인 요청에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입을 꾹 닫았다.

전문가들은 "결국 한미조세조약을 바꾸는 길 밖에는 법리의 구멍을 메울 방법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제까지 반복적인 패소를 위해 국민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지적이다. 

B법무법인 소속 L변호사는 “이번 법원 결정은 ‘국내 재산을 사용한 경우’라는 한·미 조세협약의 문구 해석에 따른 것으로, 법인세법을 아무리 고쳐봤자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해 과세할 벙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수의 조세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합리한 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 정부와 당장 협상에 나서 한미조세조약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법무법인 소속 P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일본도 지난 2003년 국내원천소득 정의 때 적용해온 ‘사용지 주의’를 파기하고 ‘지급지 주의’로 대체하는 내용의 미일조세조약 개정을 단행했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이 30년간 불합리한 한미조세조약에 따른 반사이득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제 바로잡을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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